"인공지능(AI)이 콜센터와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란 관측은 과도한 우려입니다. AI는 오히려 감정노동자의 업무 강도를 줄이고,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AI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것과 사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조화롭게 섞으려는 노력, 즉 ‘블렌디드 AI’를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폴 리치 제네시스코리아 총괄. / 노동균 기자
폴 리치 제네시스코리아 총괄. / 노동균 기자
폴 리치 제네시스코리아 총괄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AI 기술 발전이 서비스 분야의 대규모 인력감축을 불러오기보다는 사람과 상보적인 관계를 형성해 더 양질의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제네시스는 전 세계 컨택센터 솔루션 분야의 선두 업체다.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1만1000개 고객사를 두고 있다. 컨택센터란 음성통화 중심의 콜센터를 넘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메일, 화상통화, 채팅, 원격제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담 서비스 등 포괄적인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곳을 말한다.

컨택센터 솔루션은 단순히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제반 인프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컨택센터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데이터는 고객관계관리(CRM) 수준을 넘어 최근에는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거쳐 마케팅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제네시스가 최근 수년간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AI를 컨택센터 솔루션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2016년 지능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인터랙티브 인텔리전스를 인수하면서 클라우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클라우드 기반 고객 여정 분석 제공 업체 알토클라우드를 인수하면서 AI와 머신러닝 역량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구글 클라우드 컨택센터 AI와의 통합을 발표하는 등 혁신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

리치 총괄은 "머신러닝을 통해 기계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로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 때는 AI로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며 "일례로 예전에는 컨택센터에서 관리자나 IT 팀이 라우팅(네트워크상에서 통신 데이터를 보낼 경로를 선택하는 과정)에 따라 지속적으로 세팅을 조정해줘야 했다면, 이제는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으로 고객과 가장 잘 맞는 상담사를 자동으로 연결시켜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처럼 사람이 져야 하는 짐을 기술이 덜어주면 사람은 그만큼 더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AI가 컨택센터에 들어오더라도 휴먼 터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게 제네시스의 전략이자 블렌디드 AI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제네시스가 인수한 알토클라우드의 경우 웹 사이트를 방문한 고객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적시에 제공하는 챗봇 솔루션을 제공한다. 챗봇이 지나치게 빨리 등장하거나 자주 개입하면 마치 백화점에서 직원이 졸졸 쫓아다니는 듯한 불편함을 준다. 반대로 대응이 너무 느리면 이미 고객은 원하는 서비스를 찾지 못하고 웹 사이트를 이탈한 후가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시스템은 고객이 웹 사이트 내에서 혼동하는 시점이나 정보가 필요한 시점을 파악해 챗봇으로 안내를 제공하고, 더 깊이 있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상담사에게 업무를 넘겨준다. 상담사는 고객이 챗봇을 통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이미 파악한 상태로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 경험 향상은 곧 상담사의 스트레스 감소로 연결된다.

리치 총괄은 "기업 입장에서 고객 경험을 넘어 마케팅 차원에서 볼 때 고객의 구매 확률을 AI로 계산해 사람한테 연결해줬을 때 전환율이 더 높다고 판단하면 넘겨주도록 할 수 있어 비즈니스 결과를 극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실제로 이베이의 경우 구글 컨택센터 AI를 통해 블렌디드 AI와 제네시스의 예측 라우팅 기술을 도입해 고객 프로파일과 상담사 에이전트 프로파일, 상담 이력, CRM 데이터를 통합해 특정 고객에 가장 잘 맞는 상담사를 매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IT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컨택센터 영역에서는 여전히 음성 위주인 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한 경로의 옴니채널을 구현하려는 요구가 늘고 있어 앞으로 더욱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리치 총괄은 "한국에서 많은 고객사를 만나면서 고객 서비스와 관련해 어떤 변화를 중점적으로 생각하는지, 그 과정에서 제네시스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성공사례를 발굴해 한국 잠재 고객사에 알리고, 파트너 네트워크 등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