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으로 글로벌 IT 업계 지형도가 변하고 있다. 한때 서로 날을 세우던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 진영이 손을 잡는가 하면, 기업간거래(B2B)와 기업대소비자(B2C) 시장의 경계도 희미해지는 모양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군에서 화두로 떠오르면서 IT 업계도 다양한 기업 환경에 부합하는 서비스 역량을 갖추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레드햇 서밋 2019 기조연설 무대에서 짐 화이트허스트 CEO와 협력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 레드햇 서밋 2019 라이브 스트리밍 갈무리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레드햇 서밋 2019 기조연설 무대에서 짐 화이트허스트 CEO와 협력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 레드햇 서밋 2019 라이브 스트리밍 갈무리
오픈소스 진영의 선두주자 레드햇은 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레드햇 서밋 2019’를 통해 클라우드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기조연설 무대에는 짐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나델라 CEO는 전날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즉시 레드햇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는 열의를 보였다.

양사 CEO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레드햇 오픈시프트를 관리할 수 있는 ‘애저 레드햇 오픈시프트'를 소개했다. 애저 레드햇 오픈시프트는 애저 클라우드에서 대기업 규모의 쿠버네티스 컨테이너 확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기업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모델의 이점을 살려 일관된 컨테이너 운영을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소스 진영에 러브콜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스티브 발머 CEO는 오픈소스의 대명사 리눅스를 ‘암덩어리’로 표현할 정도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으나, 나델라 CEO 부임 이후 기조가 완전히 변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8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들여 세계 최대 오픈소스 공유 사이트 ‘깃허브’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편, 애플은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 강자 SAP에 손을 내밀었다.

팀 쿡 애플 CEO와 빌 맥더멋 SAP CEO가 사파이어 나우 콘퍼런스 기조연설 무대에서 파트너십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SAP 제공
팀 쿡 애플 CEO와 빌 맥더멋 SAP CEO가 사파이어 나우 콘퍼런스 기조연설 무대에서 파트너십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SAP 제공
SAP는 7일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한 ‘사파이어 나우’ 콘퍼런스에서 애플과 함께 코어ML을 iOS용 SAP 클라우드 플랫폼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코어ML은 애플 기기 내에서 구동할 수 있는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이다. SAP는 향후 맥용 앱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기업은 iOS용 SAP 클라우드 플랫폼 SDK를 통해 SAP 레오나르도를 기반으로 맞춤형 앱을 개발할 수 있다. 코어ML을 내장한 이 새로운 SDK는 머신러닝 모델을 자동으로 사용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내려받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머신러닝 모델은 사용자 기기가 SAP 클라우드 플랫폼에 연결될 때 업데이트된다.

SAP는 또 애플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석세스팩터스, 컨커, 에셋 매니저 등 주요 기업용 앱을 iOS 네이티브 앱으로 업데이트했다고 밝혔다. 각 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완전히 통합되면서 성능은 물론, 보안 측면에서 향상된 사용자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팀 쿡 애플 CEO는 빌 맥더멋 SAP CEO의 부름에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이번 협력은 양사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며 "아이폰, 아이패드, 맥과 같은 최고의 업무용 기기에서 가장 신뢰받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SAP와 협력할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업계는 클라우드 시장이 퍼블릭과 프라이빗을 넘어 하이브리드와 멀티 클라우드로 고도화되고,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이 모든 분야에 내재화되면서 이같은 글로벌 IT 기업의 ‘프레너미(친구이자 동시에 적인 관계)’ 전략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