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는 ‘춘추전국시대’다. 우리 정부도 제2벤처붐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피땀어린 노력으로 창업한 이들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글로벌 시장을 평정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IT조선은 글로벌 유니콘을 꿈꾸며 날개를 펼치는 기업을 집중 탐구한다. [편집자주]

"교육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줍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죠. 누구나 배우고 싶은걸 배워야 하지만, 시간과 공간이 한계로 가로막고 있습니다. 우리가 교육 스타트업을 만든 이유는 누구나 배우고 싶은 걸 하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8일 오전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테헤란로 커피클럽에서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산타와 클라썸을 소개했다. 테헤란로 커피클럽은 스타트업 네트워킹 모임으로 한 달에 두 번 수요일 아침 열린다.

산타와 클라썸은 모두 기술로 현재 교육 시스템이 가진 한계와 모순을 극복하려 시작했다는 점이 같다. 두 기업은 또 누구에게나 교육은 평등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외에도 두 회사는 모두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 가치를 인정받아 각종 기관투자를 유치한 예비 유니콘 기업이기도 하다.

◇ "누구나 지식 콘텐츠 생산자 될 수 있어야"

에듀테크 스타트업 산타는 온라인 교육영상 자동제작 솔루션 ‘디디캐스트'를 서비스한다. 디디캐스트는 동영상 강의를 쉽고 간편하게 제작해 주는 툴이다. 누구나 간편하게 지식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일반적으로 강의 영상 한 회를 제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 이상이다. 카메라 두 대를 동원해 촬영한 뒤, 편집하고 강사 목소리와 자막이 동시에 재생되도록 일일이 맞춰야 한다. 오프닝을 제작하고 NG영상을 잘라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디디캐스트는 모든 작업 시간을 30분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이름을 산타로 지은 이유는 박기웅 대표의 어린 시절 꿈이 산타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전 세계 사람들이 동등한 교육 기회를 갖도록 하는게 목표다"라며 "산타처럼 교육으로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기웅 산타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커피클럽에서 창업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IT조선
박기웅 산타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커피클럽에서 창업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IT조선
스타트업 산타의 출발은 박기웅 대표 경험에서 비롯됐다. 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2011년 SK텔레콤에 입사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근무하던 박 대표는 어느 날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 교육 인프라를 살펴봤다.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박기웅 대표는 "꼭 듣고 싶은 마케팅 교육이 있었는데 항상 열리는 장소와 시간은 ‘강남역 O번 출구 오후 6시30분'이었다. 참가자 절반은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교통비와 숙박비를 포함하면 한 시간 직무교육 들으려고 10만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전 세계로 확대해보면 교육 인프라 쏠림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큰 돈 들여 미국 유학을 가는 이유도 결국 교육 인프라 쏠림현상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박 대표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 디디캐스트를 만들게 된 배경이다.

박기웅 대표는 2016년 사업 시작 후 플랫폼을 개발했다. 플랫폼에 여러 교육 영상을 담기 위해 다양한 교육 콘텐츠 제작자를 만나러 다녔다. 그러나 고작 5개월 동안 40개 밖에는 모으지 못했다. 하나같이 ‘영상 제작 한 번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이유가 따라왔다.

박 대표는 "여기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식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를 돕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 이유다"라고 밝혔다.

산타의 롤모델은 2010년 출범한 미국 온라인 교육 플랫폼 유데미(Udemy)다. 유데미는 강사와 수강생을 연결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IT 교육 프로그램을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현재 유데미에는 7만개 가까운 강의가 제공된다. 초보도 일정 수준 이상 강의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동영상 제작 방법을 교육하면서 강사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 다양한 콘텐츠 확보 비결이다.

현재 산타의 디디캐스트는 한국생산성본부와 창업진흥원 등 60개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이 이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디디캐스트로 사내 교육 영상을 제작했다. 제작된 영상을 직원들 사내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이들 기업이 제작해 디디캐스트 클라우드에 저장한 사내교육 콘텐츠는 현재까지 4000시간이 넘는다.

박 대표는 "2023년까지 10만개 이상 강좌를 확보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더 많은 우수 강좌를 모으고, 누구나 좋은 교육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오픈형 교육 영상 플랫폼으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이채린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커피클럽에서 클라썸 창업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IT조선
이채린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강남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커피클럽에서 클라썸 창업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IT조선
◇ "수업 내용 궁금하면 언제든 질문해"

클라썸은 인터렉티브 교육 플랫폼으로 이채린 대표가 2017년 설립했다. 교수와 학생이 온라인 공간에 모여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교실에서 궁금한 것이 있어도 쉽게 손을 들고 질문하지 못하고, 심지어 교수에게 질문 메일 보내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에 의문을 갖고 시작한 사업이다.

"카이스트 1학년 과정을 마치고 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전산학부를 선택하려 했더니, 선배가 무조건 전산 동아리를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내용이 어려워, 함께 공부하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120명 전산학과 학생 중 50명만 동아리에 가입할 수 있는데, 그럼 나머지 70명은 어떻게 공부하라는 걸까."

이채린 대표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전산학부 학생회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어 과목별 톡방을 만드는 사업을 펼쳤다. 궁금한걸 채팅으로 편하게 질문하고 대답하도록 했다. 한 과목을 지도하는 교수와 조교, 학생들이 한 데 모여 편하게 수업 내용 관련 이야기를 주고 받는 단체톡방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이 대표는 직접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톡방 운영 허락을 받았다.

시범적으로 네 과목 톡방을 만들어 운영해 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전산학부를 넘어 수리과학부, 산업공학과를 포함해 심지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도 과목톡방을 활용하고 나섰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도 제대로 질문조차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클라썸이라는 서비스를 2018년 정식 론칭했다. 이 대표는 "기존 대화창에서는 여러 질문과 답변이 섞여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려면 결국 창업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클라썸 서비스 소개./ 앱스토어 화면 갈무리
클라썸 서비스 소개./ 앱스토어 화면 갈무리
그렇게 만들어진 클라썸은 교수와 학생이 질문을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오픈형 질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글쓰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없이 질문만 올리면 돼 간편성을 더했다. 많은 수강생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알리는 기능과 다른 수강생 질문을 팔로우하는 ‘저도 궁금해요' 기능 등도 유용하다.

강의 진행자를 위한 기능도 추가했다.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을 수 있으며, 강의 리포트를 한 눈에 받아 전반적인 수업 만족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클라썸 수익 모델은 구독 서비스다. 기본 기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프리미엄 버전은 유료다.

클라썸은 한국을 넘어 세계 교육 시장도 넘본다. 지난해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핀란드 슬러시(SLUSH)와 영국 에듀테크 박람회인 베트쇼(Bett Show)에도 참가했다. 올해는 CES에도 참가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열린 IT경진대회 이매진컵에서 아시아 대표로 선정돼 본선 무대에도 나섰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도 클라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예진 클라썸 이사는 "언제 어디서나 공부하고 싶어하는 열정은 전 세계 학생의 공통점이다"라며 "단순 질의응답형 서비스를 넘어 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