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ICT 기반 신기술과 신서비스의 사업화를 돕고자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는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유예해 주는 것으로, 그동안 관련 법령이 없거나 법적 제한 때문에 사업을 하지 못하던 국민의 어려움을 풀어준다.

하지만, 규제샌드박스 관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논의하는지 공개되지 않아 업계의 답답함이 크다. 일각에서는 논의에 들어간 일부 심의 위원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심의위원의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기존처럼 세부 논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8일 ‘제3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회의 결과를 브리핑했다. 브리핑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심의위 논의 과정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과기정통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제3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9일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제3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ICT 규제샌드박스 담당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심의위 시작 전 심의위원장인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의 모두 발언을 공개한다. 이후 진행되는 민간위원과 관계 부처 관계자 간 안건 논의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규제샌드박스 신청기업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심의위 심의·의결 과정을 공개하고 심의위원 선정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한 기업 관계자는 "심의위에서 부처 관계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일부 심의위원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을 보고 답답하다고 느꼈으며, 규제샌드박스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심의위원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영 중앙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도 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규제 혁신의 성과와 과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규제샌드박스 심의·의결 과정과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심의위원으로는 정부와 민간전문가가 참여한다"며 "제도 자체가 현행법 규정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공정한 심의 절차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위원의 구성을 다양화해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이용자 보호 의견이 적극적으로 개진될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심의위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심의위에 참석한 위원들은 미리 마련한 각본없이 진지하게 논의를 하고 있다"며 "만약 심의 내용을 공개할 경우 위원들의 자유롭게 논의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심의위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취지에 맞도록 심의위를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