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했다. 내리막을 걷던 비트코인 시세는 4월 1일 반등하더니 5월 14일 오후 97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1000만원이 넘어갈 것이라는 기대까지 고조됐다. 갑자기 상승세를 탄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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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약 930만원을 기록했다. 전날과 비교해 15% 이상 증가한 셈이다. 오후 들어 970만원쯤으로 또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201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2월 300만원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4월 1일 반등을 시작하는 모양새로 돌아서더니 4월 30일 600만원선을 기록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9일 700만원대에 진입하고 1000만원을 눈앞에 뒀다.

암호화폐 업계는 이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미중 무역분쟁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블록체인 투자, 커지는 장외거래(OTC) 시장, 선물시장 상품의 다양화, 디지털 금융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 백트 등장, 선·현물 같이 이뤄져

우선 선물시장 상품이 다양해 진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선물시장은 수량이나 규격·품질 등이 표준화돼 있는 상품 또는 금융자산을 계약시 정한 가격으로, 장래 일정 시점에 인수·인도할 것을 약속하는 거래가 조직화된 곳이다. 상품을 시세대로 거래하는 현물시장과 상대되는 개념이다.

비트코인은 2017년 처음으로 선물시장에 등장했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2017년 12월 10일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18일에는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했다. 두 거래소는 12월 1일 미국 상품 선물 거래위원회에 비트코인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상품임을 자체 인증 과정을 통해 입증하고 선물 거래 권한을 얻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격 상승을 이끌만한 요소가 부족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바뀐 것은 올해 백트가 7월부터 선물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켈리 로플러 백트 최고경영자(CEO)는 블로그를 통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협력해 7월부터 비트코인 선물계약 테스트(UAT)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백트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만드는 선물거래소다. 앞서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제공해온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다른 점은 계약 만료시 현금 등가물이 아닌 실제 비트코인을 전달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진행하게 돼 실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중국 위안화와 비트코인 시세 변화. / zerohedge.com 갈무리
중국 위안화와 비트코인 시세 변화. / zerohedge.com 갈무리
◇ 美·中 무역 갈등과 금융위기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가상통화 시세가 급등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두 나라 갈등으로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이 높아졌고 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가상통화가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안심리 때문에 일부 투기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몰린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 약세에 따른 중국 금융위기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는 2019년말이나 2020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올 것이며, 이는 중국발 금융위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과도한 차입과 투자가 한계에 이르면서 중국 기업 수익이 떨어진 것이 이러한 분석의 근거다. 이로 인해 소비침체, 빈부격차가 발생하고, 여기에 미국 달러 발행량 증가, 아랍권 분쟁으로 인한 석유가격 급등까지 겹쳐 금융 위기가 온다는 관측이다.

박창기 컬러코인 대표는 "금융위기가 오면 중국 부자들은 암호화폐를 구매해 외국으로 빼돌릴 수밖에 없다"며 "이미 중국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투자국으로, 이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 커지는 OTC 시장과 생태계, 그리고 디지털 금융 활성화

점차 커진 암호화폐 장외거래(OTC) 시장과 발전하는 비트코인 메인넷과 디앱 생태계도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OTC(Over the Counter)는 거래소 밖에서 벌어지는 시장을 말한다. 거래소처럼 불특정 다수 간 거래가 아니라 특정 물량을 가지고 P2P 형태로 이뤄진다. OTC 마켓 주요 거래자는 보통 기관투자자, 채굴집단, 큰손 투자자다.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은 "최근 OTC 시장이 증가하면서 거래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OTC 시장에서 상승한 비트코인 가격이 거래소 가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메인넷 거래속도 향상이나 늘어나는 디앱(Dapp)으로 인해 생태계가 발전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잇따라 이뤄지는 디지털 금융 활성화도 한몫 거든다. 디지털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디지털화폐, 디지털 자산으로 양분화되면서 긍정적인 인식을 끼치게 됐으며, 이같은 인식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4월 1일 반등했던 비트코인에 대해 근거없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일 뿐이라는 여전히 분석도 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기관투자는 물론 대형 투자 등 가격 상승을 이끌 정확한 근거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가격 상승에는 기존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작용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투자 불확실성이 여전하며, 특히 우리나라는 투자 규제가 지속된만큼 암호화폐 투자 자들은 가격 상승 요인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하고 투자 시점을 정할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