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논리에 묻힌 지역성, 헌법으로 보호해야"

입력 2019.05.16 19:15

케이블TV(SO)의 지역채널이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움직임으로 유료방송업계에서 ‘지역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O는 다른 유선방송사업자와 달리 지역채널을 운영하며 지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지역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역성'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M&A 이후에도 지역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 / 류은주 기자
한국방송학회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유료방송 시장구조 변화에 대응한 방송 지역성 개념 정립 및 향후 정책방안'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희경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방송 지역성의 개념과 정책적 의미'라는 주제로, 송종현 선문대학교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구조 개편에 따른 방송 지역성 강화 정책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발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강명현 한림대학교 교수,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안차수 경남대학교 교수, 이상기 부경대학교 교수, 이성엽 고려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 ‘지역성'은 공공재다

발제를 맡은 김 교수는 지역방송의 역할의 중요성과 함께 지역성의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지역성을 경제적인 개념으로 여겼지만 지역성은 공공재 개념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 해외에서는 지역성을 민주정치, 다양성 실현 차원에서 이해한 지 오래 됐으며 이미 공공재란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성의 추상적인 개념이 이번 강원도 산불로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한 지역성을 산업적 논리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금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있기 때문에 방송시장을 한번 정리해줘야 하는데 정책의 기조를 정하는 정책당국이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지역방송의 역할 정립을 위해 최상위 법에 지역분권화의 의미와 지역방송의 역할을 분명하게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지역채널 활성화를 위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역채널 활성화 계획과 공공성 확보 방안 심사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책당국이 통신사업자의 지역채널 발전전략에 대한 계획과 이후의 효과를 검토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으로 봤을 때 요식행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발제를 맡은 송종현 선문대학교 교수(왼쪽), 김희경 성균관대학교 교수(오른쪽). / 류은주 기자
김 교수는 "헌법에 지역민이 지역 정보를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화해야 한다"며 "방통위는 지역성 담보를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는 현재 지역 지상파 방송에 부과된 지역성 지수 모델을 적용하고, 인수 합병 이후에 지역채널의 지역성 지수를 검토해 시청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별도의 기금마련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케이블을 인수·합병한 통신사업자가 지역성 구현을 위한 기금을 가칭 지역방송발전기금으로 납부하고 이를 방통위가 관리해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의 지역성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민을 위한 방송이란 점은 세미나에 참석한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동의했다.

이상기 부경대학교 교수는 "지역 사람들을 위한 방송이 지역방송이다"며 "권역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민에게 와 닿는 방송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교수 역시 "지역성을 주민들의 삶과 관련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지역성 관련 이념에 대해서도 법에 근거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명현 한림대학교 교수도 "IPTV사업자가 SO 인수 시 지역채널 의무조항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부 질책 속 방송정책국 일원화 요구도

유료방송의 지역성을 정책당국의 역할론도 거론됐다.

송종현 교수는 "방통위가 2017년 발표한 ‘지역방송발전 지원 정책에 케이블 TV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는 SO의 지역채널을 방송으로 보지않고 플랫폼 사업자의 부가서비스 정도로 보는 것 같다"며 "현행 방송법은 역시 방송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중요한 책무로 부여하고 있지만 방송의 지역성 구현 책무가 독립적인 가치로서가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구현을 위한 도구적 구성요소로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방송이 추구해야 할 지역성 가치를 방송법에 독립적인 규정으로 마련하고, 지역성을 전제로 출발한 케이블TV가 자신의 존재론적 가치를 구현해 낼 수 있도록 지역방송의 범주에 케이블TV 지역채널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케이블TV 지역채널을 지역방송발전지원 특별법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역설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 류은주 기자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를 위해 분리된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통심 담당 정책국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안정상 위원은 "지역방송의 중요성에 대해 정부가 근시안적이고 안일한 시각을 갖고 있다"며 "2016년 발표한 유료방송 발전방안에는 비현실적 내용들이 담겨져 있으며, 지금 M&A 이슈가 오래 됐음에도 여전히 지역채널을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잡아갈 것인지 그 어떤 액션플랜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실 지역채널은 과거에는 방통위 소관이었으며, 과기정통부로 옮긴 이유는 ‘일자리 창출’이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방송통신을 담당하는 방송정책국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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