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사실성을 추구한 리얼로봇 붐을 이끌었다 평가받는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세 번째 작품인 ‘기동전사 건담 더블제타(ZZ)’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건담의 역사 속에 그다지 호평을 받지 못한 작품으로 평가받고있다.
건담 애니메이션 핵심 상품인 프라모델도 Z건담은 시장 상승세 속에 호조를 보인 반면, 건담ZZ는 시장과 함께 판매 정체를 보였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공업통계 자료에 따르면 일본 프라모델 시장은 1980년 촉발된 건담 프라모델 붐으로 1980년 100억엔(1085억원)에서 1985년 연간 300억엔(3255억원) 규모로 수직 상승곡선을 그린다. 하지만, Z건담이 나온 1985년까지 상승곡선을 그렸던 시장 그래프는 1986년 건담ZZ의 등장과 함께 정체 곡선을 보인다.
기동전사 건담ZZ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제공
전작인 Z건담은 우주세기 0087년 발발한 ‘그리프스 전역(グリプス戦役)’과 주인공인 ‘카미유’와 강화인간으로 개조된 소녀 ‘포우 무라사메’의 비극적인 사랑을 무겁고 진지하게 다룬 반면, 속편인 건담ZZ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처럼 밝고 가벼워 Z건담과는 분위기가 정반대라는 것이다.
건담ZZ를 만든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감독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은 기획 당시부터 어린이 시청층을 의식해 제작됐다. 1986년 당시 선전 문구 역시 ‘어린이는 모두 뉴타입! 어른들에게 (능력을) 보여주지 않겠나!(子供はみんなニュータイプ! 見せてやろうじゃないの! 大人たちにさ!)’를 사용하는 등 어린이 시청층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 결과, 감독은 작품의 분위기를 마징가Z 시절로 되돌려 건담ZZ을 밝고 코믹한 분위기를 가진 애니메이션으로 완성시킨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1979년 기동전사 건담에서 1985년 기동전사 Z건담, 1986년 기동전사 건담ZZ로 이어지는 건담 3부작이 40년간 이어지고 있는 건담 시리즈의 토대가 됐다는 시각이다.
◇ 건담 최초 3단 분리·합체·변신 구현한 ZZ건담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ZZ의 주역 기체 ‘ZZ건담'의 가장 큰 특징은 모빌슈트(로봇) 몸체가 크게 3개로 분리되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합체·변신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Z건담과 같은 ‘간다리움 합금'을 이용해 높이 기준 21미터 크기로 제작된 ZZ건담은 파일럿이 탑승하는 전투기 형태의 ‘코어 파이터', 코어 파이터와 합체되는 ‘코어 베이스', 빔 파이플을 기수(機首)로 사용하는 ‘코어 톱' 등 3개의 기체로 구성돼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코어 파이터·베이스·톱 3개 기체가 모두 합체된 형태를 ‘G포트레스'라고 부른다. 작품 설정에 따르면 G포트레스는 ‘전투폭격기'로 분류되며 우주전함 클래스의 화력을 갖췄다. 코어 파이터·베이스·톱 3개 기체는 각각 1대의 모빌슈트에 버금가는 화력을 탑재했다.
하지만, 토미노 감독의 건담ZZ 기획 의도인 ‘로봇 애니메이션 원점 회귀'와, 애니메이션 제작 자금줄이자 건담 프라모델 제작사인 반다이가 ‘나가노의 디자인은 모형으로 만들어내기 어렵고, 변신·합체가 불가능하다’는 반대 의견에 따라, 최종적으로 장난감 디자인 업체 TT브레인의 디자인 초안을 바탕으로 ‘코바야시 마코토(小林誠)’의 디자인이 채용됐다.
나가노는 자신이 그린 Z건담과 ZZ건담 메카닉 디자인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1985년 12월 건담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손을 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