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단종설' 불식 시킨 기대작, 캐딜락 CT6 플래티넘

입력 2019.05.20 10:37 | 수정 2019.05.20 14:12

고급 자동차 브랜드의 성패는 플래그십 세단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급 브랜드의 기함엔 항상 업계 전문가들과 소비자들의 지대한 관심이 집중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자동차 업계에 돌았던 캐딜락의 세단 단종설은 회사 입장에서 무척 뼈 아픈 이야기였다. GM이 미국 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떨어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세단을 단종하고 SUV로 집중하기로 결정했다는 그럴싸한 분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2019년형 캐딜락 CT6. / 캐딜락코리아 제공
캐딜락의 해답은 플래그십 CT6의 부분변경차 출시였다. 상품성 개선 제품이지만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로 ‘리본(Reborn)’이란 수식어를 붙일 정도로 공을 들였다. 올해 3월 한국시장에 입성한 CT6는 캐딜락코리아에도 의미 있는 차다. 캐딜락은 지난해 연 판매 2100대를 돌파하며 한국시장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CT6의 성공이 필수적이다. 오랜 전통과 최신 기술을 양립한 캐딜락 CT6 플래티넘을 서울 강남과 인천 송도 일대에서 시승했다.

◇ ’예술과 과학(Art & Science)' 접목한 디자인 언어, 독특한 영역 구축 평가

CT6의 디자인 단초는 2016년 미국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공개됐던 콘셉트카 ‘에스칼라'에서 엿볼 수 있었다. 고급 세단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탈피,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요소를 적극 반영한 것. 캐딜락만의 디자인 언어 ’예술과 과학(Art & Science)'을 가장 잘 표현한 차로 CT6가 탄생한 배경이다.

2019년형 캐딜락 CT6. / 캐딜락코리아 제공
차 크기는 길이 5227㎜, 너비 1880㎜, 높이 1473㎜ 등으로 이전 CT6보다 커졌다. 여기에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3109㎜에 달한다. 안팎으로 플래그십의 존재감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다.

세로형 램프는 캐딜락만의 특징이다. 캐딜락이 양산형 세단 최초로 선보였던 세로형 LED 램프는 CT6에 와서 한층 더 정돈된 모습을 갖췄다. 신형 CT6는 여기에 변주를 더했다. 리어램프의 경우 길이를 줄인 대신 가로로 길게 연결하는 크롬라인과 연결했다. 정리된 느낌과 함께 차가 한층 더 커보이는 효과를 줬다.

실내 변화는 ‘촉감의 고급화'로 귀결된다. 운전자와 탑승객의 손길이 닿는 곳곳을 장인들이 고급소재를 활용해 수작업으로 마감하는 ‘컷 앤 소운(Cut-and-Sewn)’으로 마감했다. 시트는 최상급 가죽으로 제작해 착좌감을 높였다. 전좌석에 마사지 기능을 탑재한 점도 특징이다. 어설프게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등과 어깨에 전해지는 압력이 상당했다.

◇ 시원시원한 주행감. 대배기량 가솔린 직분사의 매력

CT6의 파워트레인은 V6 3.6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하이드로매틱 자동 10단 변속기의 조합이다. 새 엔진은 최고 334마력, 최대 39.4㎏·m의 강력한 성능 발휘한다. 연료효율은 복합 8.7㎞/L다. 구동방식은 4WD로 안정감을 더했다.

체감 성능은 숫자 이상이다. 가속페달에 힘을 실으면 기다렸다는 듯 속도를 붙여나간다. 운전의 재미로만 보자면 터보엔진의 짜내는 듯한 느낌보다 대배기량 자연흡기의 여유로움이 더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10단 자동변속기는 물 흐르듯 기어를 바꿔가며 엔진의 힘을 바퀴로 전달한다. 서킷이 아니라면 굳이 패들 시프트를 사용할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반응이 기민하다.

2019년형 캐딜락 CT6. / 캐딜락코리아 제공
최근 자동차 업계의 대세는 터보 기술을 활용한 ‘다운사이징'이다. 과급기로 엔진에 많은 공기를 밀어넣어 적은 배기량으로 성능은 유지하고 기름 사용은 줄이는 기술이다. 혹자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채택한 캐딜락이 고유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캐딜락은 ‘액티브 퓨얼 메니지먼트' 시스템으로 응수한다. 정속 주행 시 2개의 실린더를 비활성화해 연료사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가속페달 사용을 줄이고 탄력주행을 시도하면 계기판 ‘V4’라는 표시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막히는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를 두루 거치며 50㎞ 정도 달렸을 때 트립컴퓨터에 표시된 연료효율은 리터당 9㎞대였다. 차 크기와 엔진 형식을 생각했을 때 준수한 수치다.

고급 세단의 미덕은 편안한 승차감이다. 캐딜락의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CT6에서 한층 더 무르익었다는 인상을 준다. 마그네틱 라이드의 핵심은 노면을 1000분의 1초마다 감지해 서스펜션 반응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점이다. 회전구간에서 자세를 다잡는 실력이 대형 세단에 기대하는 수준 이상이다.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주면서도 노면 정보를 세밀하게 읽어내는 느낌이 좋다. 미국차는 반응이 둔하다는 선입견을 없애기 충분한 성능이다.

덩치가 크지만 운전이 편안하다. 회전반경을 줄여주는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덕분이다. 스티어링을 조작하면 각도에 따라 뒷바퀴를 함께 움직여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또 GM의 차세대 프레임 제조방식 ‘퓨전 프레임' 덕분에 100㎏ 감량효과도 거뒀다. 묵직하지만 무겁지 않은 거동의 비밀이다.

◇ 다양한 첨단품목, 안정성은 아쉬워

편의·안전 품목 중 ‘나이트 비전'이 눈에 띈다. 어두운 곳을 지날 때 열감지 카메라로 전방 영상을 촬영, 클러스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능이다. 고속도로에 조명이 부족하고, 덩치가 큰 짐승들이 자주 출몰하는 미국 도로 환경에 적합한 장치다. 조도가 떨어지는 터널에서 활성화하니 전조등이 미치는 거리 이상으로 앞서가는 차들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2019년형 캐딜락 CT6 나이트비전 시연. / 안효문 기자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룸미러를 거울에서 디스플레이로 교체했다. 후방 카메라가 일반 룸미러보다 후방 시야를 300% 이상 영상 정보를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화면에 송출한다. 화면 확대 및 축소, 각도 조절도 가능하기 때문에 확실히 더 더 넓게 후방 교통상황을 볼 수 있다. 다만 거울과 달리 초점이 화면 표면에 있어 어색하고, 빠르게 시야를 옮길 때 순간적으로 거울보다 상황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커넥티드 기술에도 공을 들였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기본 탑재하고, 인포테인먼트 UI를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편집할 수 있게 하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주행속도 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의 실시간 길안내 정보도 충실히 보여준다.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도 만족도가 높다. CT6 전용으로 튜닝한 34개의 스피커는 탑승객이 어디에 앉아있든 명료한 사운드를 전달한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사운드 품질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캐딜락이 야심차게 준비한 무기다.

다만 시승 중 내비게이션 안내가 늦어지거나 HUD가 잠시 멈추는 현상이 발생했다. 음성안내도 경쟁 브랜드에 비해 어색한 점이 있었다. 운전과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캐딜락이란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를 생각했을 때 아쉬운 대목이다.

◇ 캐딜락, 유럽차와 다른 ‘아메리칸 럭셔리'로 승부수 띄워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이 상당히 위축된 모습이다. 특히 수입차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온 독일 브랜드들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따른 인증지연, 시들해진 디젤차의 인기 등으로 발목을 잡힌 브랜드들도 보인다. 이런 시장 환경이 캐딜락에겐 기회일 수 있다. 단종설을 이겨낸 CT6의 성공 여부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019년형 캐딜락 CT6 플래티넘의 가격은 9768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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