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드웨어 내쫒는 '클라우드 게임' 다음 차례는 한국 온라인게임

입력 2019.05.21 06:00

전용 게임기 시대의 종말이 다가온다. 구글이 게임기 없이 고품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스타디아(STADIA)’로 기존 게임 플랫폼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영화 서비스 넷플릭스가 게임 업계에 뛰어드는 등 기존 게임 플랫폼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의 스타디아는 고속 인터넷 환경만 갖춰진다면 어떤 기기에서든 고품질의 그래픽을 갖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 업계가 스타디아를 위협적이라 판단하는 이유는 ‘유튜브’와의 연동 때문이다. 유튜브에서는 10대들을 중심으로 한 게임 방송이 인기다. 스타디아는 유튜브 이용자가 방송을 보다가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곧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다.

스타디아. / 유튜브 갈무리
스타디아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존 게임 플랫폼 비즈니스의 근간을 뒤흔든다.

기존 게임 플랫폼은 고품질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 적게는 몇십만원, 많게는 몇백만원을 들여 게임기나 고성능 PC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스타디아는 모든 게임 데이터를 네트워크상의 서버가 처리하기 때문에 고속 인터넷 환경만 갖춰진다면 별도의 하드웨어 없이도 고품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용자의 게임 서비스 진입 장벽을 확 낮춘 것이다.

구글은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자신들의 게임 플랫폼에 많은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다. 또한 PC·게임기·모바일 등 카테고리 경계를 무너뜨려 더 많은 게임 인구 유입이 가능해진다. ‘5G’ 등 고속 무선통신망의 등장도 구글 스타디아에게 호재다.

구글의 스타디아 발표는 서로 경쟁하던 게임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를 손잡게 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으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두 회사는 지난 20년간 게임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양사의 클라우드 게임 부문 제휴는 그 만큼 구글이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 비지알 갈무리
요시다 켄이치로(吉田憲一郎) 소니 CEO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는 게임 분야에서 경쟁해 왔지만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이기도 했다"며 "이번 클라우드 개발에 대한 양사의 협력은 인터랙티브 서비스를 발전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니의 이미지 센서와 자사 AI기술을 융합한 ‘인텔리전트 센서' 공동개발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은 스타디아가 최초는 아니다. 소니(SIE)는 2012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개발한 미국 가이카이(GaiKai)를 인수해, 2014년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 나우(PlayStation Now)’를 선보였다.

소니는 4월 26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도 "우리는 2014년부터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를 서비스하고 있다"며 구글보다 앞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강조했다.

소니에 따르면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회원 수는 4월 기준 70만명이다. 반면, 유튜브는 전 세계 19억명이 이용하는 거대 영상 플랫폼이다. 19억명이 사용하는 서비스 위에 구축된 게임 플랫폼의 등장에 게임 업계가 위기의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소니는 PS3 게임기가 등장하던 2006년부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등장을 예견했다. 게임 업계 역시 인터넷 네트워크의 발전과 더불어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정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타디아는 업계 예상보다 일찍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시대를 열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세계 톱 클래스 네트워크 기술과 인프라를 자랑한다. 이러한 회사가 스타디아를 위해 전 세계에 7500개 이상의 클라우드 게임 서버를 설치할 계획이다.

물론 네트워크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입력 지연' 문제로 게임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기기로든 즐길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하지만, 게임 콘텐츠의 핵심 요소인 이용자 선택에 즉각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셈이다. 하지만 이 단점은 네트워크 고도화로 갈수록 희석될 전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클라우드를 통해 게임 이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플랫폼에 맞는 게임 콘텐츠와 서비스에 합당한 이용 요금의 조합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의 게임 업계 진출도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확산의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최근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세계 최대 게임쇼인 ‘E3’에 참가할 것을 표명했다. E3를 통해 SF드라마 ‘기묘한 이야기기(Stranger Things)’를 소재로 한 16비트 레트로풍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니가 2019년 E3에서 몸을 빼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 / IT조선
게임 및 콘텐츠 업계는 넷플릭스가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넷플릭스는 게임과 같은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이전부터 관심을 보여왔다. 회사는 시청자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블랙미러', ‘당신과 자연의 대결', ‘마인크래프트 스토리모드', ‘장화신은 고양이' 등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넷플릭스의 인기 영화·드라마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얼마든지 게임 콘텐츠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

넷플릭스는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과 유사한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을 이미 보유했다. 독점 영화·드라마 콘텐츠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 콘텐츠를 무기로 단번에 게임 서비스가 가능하다.

넷플릭스는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기존 게임 플랫폼이 만나지 못한 이용자를 대거 확보했다. 넷플릭스 유료 회원 수만 4월 기준 1억4890만명이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게임 비즈니스의 혁신을 가져오는 동시에, 기존 게임 업계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온라인게임으로 게임산업에 새 카테고리와 비즈니스 혁신을 제시한 한국이다. 게임콘텐츠개발부터 이용까지 에너지가 왕성했던 한국이다. 그러나 요즘 그 특유의 활력이 사라졌다. 간판격인 회사 창업자마저 지분을 내놓을 정도다.

여전한 규제, 왜곡된 인식까지 게임산업을 둘러싼 침울한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런 주장만 난무할 뿐 실행은 없다.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한국 온라인게임이 쉽게 망가지겠냐’는 안일한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클라우드게임이 본격화한다. 당장은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하드웨어 업체만 비상이 걸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음 타깃은 한국의 온라인게임이다. 클라우드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이나 기본 속성은 같다. 더욱이 클라우드게임 세력의 영향력과 그 가입자 기반의 파괴력이 막강하다. 우리나라 게업산업이 그간 중국 게임업체만 경계했는데 이보다 훨씬 무서운 적이 등장한 셈이다.

이참에 게임산업계와 정부는 그간 미뤘던 분위기 쇄신과 규제 혁신, 산업 고도화 노력을 하루빨리 펼쳐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클라우드 게임이 너무 빨리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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