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은 폰 번호 1004·7777, 추첨으로 뽑는 이유

입력 2019.05.21 13:57 | 수정 2019.05.21 16:29

휴대전화 번호 중 뒤 4자리가 AAAA, 000A, A000, 00AA, ABAB 등 패턴이거나 혹은 국번과 번호가 같은 번호, 특정한 의미(1004, 2424 등)를 지닌 번호 등은 ‘골드번호’로 불린다.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전화가 상용화 됐던 초창기에는 이들 번호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판매점 주요 관계자를 지인으로 두지 않는 한 골드번호 갖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웠다.

일부 골드번호 보유자는 인터넷을 통해 해당 번호를 판매하기도 한다. 골드번호 직거래 가격은 웃돈이 붙어 적게는 수십만원에도 가질 수 있지만 많게는 수억원에 이를 만큼 비싸다.
정부는 시장에서 벌어지는 골드번호 관련 부작용을 막기 위해 2006년부터 ‘추첨’을 통해 골드번호 배정을 시작했다. 이통3사는 골드번호 추첨 행사를 매년 상·하반기 1회씩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의 경우 5월 20일부터 31일까지 공식인증대리점과 온라인 T월드에서 응모한 고객을 대상으로 5000개의 골드번호를 공개 추첨해 제공한다고 20일 밝혔다. 공개 추첨 행사는 6월 3일 열린다. 골드번호를 사용 중이거나 최근 1년 이내에 골드번호 당첨이력이 있는 고객은 응모가 불가능하다. 다른 이통사도 매년 꾸준히 추첨 행사를 열고 골드번호를 제공 중이다.

골드번호 거래소 ‘골드넘’ 홈페이지. / IT조선 DB
내가 가진 번호의 가치가 얼마인지 금액으로 환산하고 거래를 중개해주는 사이트도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성행한 골드번호 거래소 ‘골드넘’은 자신의 번호는 물론 모든 번호를 금액으로 감정할 수 있는 ‘번호 자동평가 서비스’를 제공했다.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5년 9월까지 이 사이트에서 거래된 번호는 4만2000건쯤이었다. 총 매출액은 267억원, 판매율은 97%에 달했다.

이처럼 기억하기 쉬운 골드번호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거액 거래 등 부작용이 커지자 정부는 번호 매매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칼을 빼들었다.

2016년 1월 미래창조과학부(現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화번호를 사고파는 행위를 규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 통과시켰다. 법 개정에 따라 누구든지 번호를 매매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번호를 사고 파는 서비스를 폐쇄할 수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매매하는 이들을 대상으로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골드넘은 결국 사이트 성격을 거래 중개에서 커뮤니티 사이트로 변경했다.

골드번호 유형. / SK텔레콤 제공
과기정통부는 4월부터 한명이 응모할 수 있는 번호를 기존 1개에서 3개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기존에는 1인 1순위 응모만 가능해 당첨되지 않을 경우 후순위 당첨이 불가능했다. 이제부터는 후순위 응모 번호가 당첨될 경우 본인이 원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알뜰폰 가입자도 해당 알뜰폰사업자(MVNO)를 통해 골드번호 응모가 가능하다. 다른 이동전화사업자로 번호이동없이 선호번호를 취득할 수 있다.

또 지난 3년간 추첨 결과를 분석해 응모 및 배정률이 낮은 번호는 제외했다. 추첨 대상을 486개 유형에서 155개로 축소함으로써 당첨이 돼도 배정이 안되는 번호를 최소화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이번 제도개선으로 유한한 번호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기대한다"며 "이용자의 선호번호 이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시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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