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통사가 ‘주파수 할당대가’를 과다 요구한 정부와의 다툼에서 승소했다. 영국의 사례가 다른 나라로 전파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즈는 19일(현지시각)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UK’가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과의 소송에서 승소해 2억2000만파운드(3342억원)를 돌려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보다폰UK가 2015년 법원에 오프콤 관련 제소를 하며 시작됐다. 오프콤은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산정한 후 비용을 받았다.

보다폰에 대한 소개문 모습. / 보다폰 홈페이지 갈무리
보다폰에 대한 소개문 모습. / 보다폰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보다폰UK는 오프콤이 책정한 할당 대가가 너무 비싸다며 소송을 냈다. 오프콤이 요구한 할당 대가는 연간 2억파운드(3038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오프콤과 보다폰은 각각 성명서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오프콤 대변인은 "보다폰UK가 가져간 주파수 대역은 2억2000만파운드 이상의 가치가 있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보다폰 측은 "오프콤은 주파수를 할당 대가를 지나치게 높게 산정한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 법원 판결에 만족한다"며 "회수 자금은 향후 디지털 인프라 확충에 사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전파법 시행령 제14조 ‘주파수 할당대가의 산정기준 및 부과절차 등’ 조목에 할당대가 산정 방식을 정해뒀다. 투명한 할당대가를 공표함으로써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차단한다. 주파수 할당대가는 예상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납부금과 실제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납부금의 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 6월 주파수 경매를 통해 5G 용으로 3.5㎓ 대역 280㎒ 폭과 28㎓ 대역 2400㎒ 폭 등 총 2680㎒ 폭을 할당했다. 낙찰가 총액은 SK텔레콤이 1조4258억원, KT 1조1758억원, LG유플러스 1조167억원이다.

이통업계는 주파수 할당대가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공식적으로 ‘적정 수준이다’라고 응답했다. 5G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수록 좋지만,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무조건 싸게 달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5G 서비스를 위한 비용으로 주파수 할당대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서비스를 위한 기지국 구축비 등 다양한 것이 있다"며 "5G 관련 수익 규모는 ‘불확실’한 상황인데, 비용이 많이 들어갈수록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또 "영국은 주파수 할당대가가 비싼 국가로 알려져 있었다"며 "한국에서 영국과 같은 소송이 펼쳐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