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리걸톡] 교육 스타트업 전성시대, 규제로 작용하는 학원법 규정

입력 2019.05.21 16:43

스타트업 회사들에 대한 자문을 진행하다 보면, 규제로 인해 당초 구상했던 사업모델 또는 수익모델을 변형하거나 중단하는 사례를 접하게 된다. (또는 일반적으로는 제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규제는 당초 그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초 그 규제(내지 제도)가 만들어진 시대나 배경이 변화되면 그에 맞게 폐지, 변경되거나 유연한 법해석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지나치게 문언 자체에 구속되다 보면 사회를 위한 순기능을 갖는 ‘제도’가 아니라,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최근 법률자문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도라기보다 규제로 느껴지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교육법 또는 교육 스타트업 관련된 학원법 분야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사교육의 폐해 등을 우려해 각종 학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해왔다. 그러한 규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법률이 바로 학원법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면, 학원법 제13조의 경우 학원에서 교습을 담당하는 강사는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하고, 이와 동시에 사업자는 강사의 연령, 학력, 전공과목 및 경력 등을 게시하게 되어 있다. 아무래도 위 규정의 취지는 위조된 강사의 학력 및 경력 등을 바탕으로 고객인 수강생을 현혹해 확보하려는 사기(?) 행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해석된다. 하지만 일부 교육 스타트업 회사들, 그중에서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 강사에게 특정한 자격을 요구하거나 강사의 학력 및 경력 등을 게시하도록 하는 것은 위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성인교육이나 강연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 회사들을 보자. 이들 기업은 특정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누군가를 강사로 초빙해 성인들이 원하는 내용의 강연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고객인 수강생의 입장에서도 어디가서도 쉽게 알 수 없는 특정 분야(예를 들어, 부동산개발, 위험관리, 주식투자 등)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수업의 경우, 강사는 모두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이들이 대부분이고, 연령대도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경우 수강생들이 강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특정 학력과 전공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육청의 경우 위 학원법 규정에 따라 짧은 시간의 강의에도 강사의 학력, 전공과 연령을 게재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과연 학원법 제13조의 취지에 부합하는 법해석인지 의문이 든다.

더 나아가 일부 교육청의 조례에서는 1시간 미만의 간단한 강의 또는 1회성 강의나 강연의 경우에도 강사의 자격을 증명하는 서류를 교육청에 송부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과거보다 (특히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의 경우) 강사의 연령, 학력 및 전공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서 위와 같은 서류를 강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되묻게 된다. 학원법 제13조에 따라 강사의 연령, 학력, 전공을 뚜렷이 게시하지 아니하면 학원법 제23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도 있다.

필자도 어렵게 초빙한 강사에게 위와 같은 서류를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난감할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수험생 시장에서 발생했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원법의 규제가 강화되어 온 점은 이해하나,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에도 기존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인 관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재훈 리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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