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업자는 무조건 규제 vs 단순 논리 접근 위험

입력 2019.05.22 20:10

"2018년 마켓컬리는 매출액 1571억원을 달성했다. 전통 상인 매출을 그대로 뺏어온 결과다.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으로 고수익을 거두니 대기업이 진입하고 이마트, 쿠팡 등도 시작했다. 골목상권과 슈퍼마켓 매출이 고스란히 독과점 플랫폼에 빼앗기는 구조다."

카카오와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성장하자 위기감을 느낀 기존 오프라인 업계가 견제에 나섰다. 이들은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를 포함해 마켓컬리와 배달의민족까지 독점 사업자로 규정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반면 O2O(Online to Offline) 업계는 이들이 근거없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며 비판한다. 단순히 이용자가 많다는 점을 들며 독점 사업자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다. 새로운 사업 분야가 성장함에 따라 일자리 문제 등은 정부가 제도를 마련하는 등 보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단순히 업계 영향력이 커졌다고 독점 사업자로 규정하는 것은 억측이라며 맞서고 있다.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올바른 플랫폼 생태계 조성 토론회'가 열렸다./ IT조선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올바른 플랫폼 생태계 조성' 토론회를 개최했다.

◇ "배민은 기술 기업 아닌 광고 플랫폼" 스타트업 사전 규제해야?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O2O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 사업자를 규탄했다. 마켓컬리와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사업자가 기존 오프라인 상권에서 가능했던 서비스를 가져가면서 상권이 무너졌다는 논리다. 이들은 또 스타트업이 기존 상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들은 새벽배송도 문제로 삼았다. 새벽배송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일상 소비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전통시장 소상공인과 오프라인 마트가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배달의민족 등 일부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해 잇속만 챙기는 집단이라고 백안시했다. 기존 상점 상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입점 광고료를 받아간다는 점에서 상생 없이 잇속만 챙긴다는 논리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배달의민족은 해외 투자도 많이 받고 매출도 높지만 사실 기술 없는 광고 회사일 뿐이다"라며 "광고비와 배달료로 시장질서를 흐트러트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전에 (해당 기업 성장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 역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플랫폼이라며 앱 사업 확장에 더 이상 나서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미 시장 점유율이 높은 플랫폼 사업자가 앱 개발을 직접 하고 이를 사업화하면 사실상 앱을 끼워파는 행위라는 것이다. 다른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막아 시장경제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논리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이날 ‘플랫폼 사업자의 앱 끼워팔기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네이버와 카카오 등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이 앱 사업에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일자리가 8.9% 증가하고 앱 가격이 56.8% 내려간다"고 주장했다.

라 원장은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가 앱을 통해 각종 사업 영역으로 발을 뻗어나가고 있다"며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 (플랫폼 사업자 독점) 환경이 만들어지는 시점이니 당장 규제를 만들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일정 기간을 두고 독점적 지위의 플랫폼 사업자가 자율 진행하던 앱 사업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된다"며 "해당 기간이 지나면 매년 일정 비율로 앱 사업을 줄이도록 강제하는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 O2O 업계 "남들 못한 서비스 내놔 성공했다고 독점 사업자?"

O2O 업계에서는 이들의 주장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근거없는 주장을 내놓으며 오히려 시장 상황이나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존 오프라인 업계가 해결하지 못한 고객 불편을 플랫폼 사업자가 해결하고 나서면서 성장했다는 측면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벽배송도 기존 상점 이용 과정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플랫폼 사업자가 높은 매출을 올리고 상당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해서 업계 독점 사업자로 볼 수 있느냐는 비판도 있다.

O2O 플랫폼 업체 한 관계자는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시장을 독점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제일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다"라며 "다른 업체가 잘하면 마켓컬리도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 회사는 남들이 못하는 서비스를 내놓아서 소비자 선택을 받고 성장했다"며 "저들의 주장은 (스타트업 규제는) 내가 못하기 때문에 저들도 하면 안된다는 단순한 논리다"라고 지적했다.

규제로 신사업 분야를 견제하려고 하는 시도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산업 등장으로 피해받는 직업군을 사회적으로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단순히 한쪽 업계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상권 ‘땅따먹기 식'의 논리는 위험하다"고 밝혔다.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은 문제지만 플랫폼 사업자 등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자 규제 목적은 플랫폼 사업자 자율성을 존중하되 사업자 간 공정 경쟁을 훼손해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라며 "시장 지배자 행위에 대한 단순한 규제로 독점력 파급을 막는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후발기업들이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사회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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