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납세자에 무례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입력 2019.05.23 14:27 | 수정 2019.05.24 15:05

법률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다. 법의 근간인 헌법이 규정한, 행복을 추구할 권리, 자유롭게 행동할 권리, 국방과 납세 의무와 같은 것들 대표적인 예다. 행정은 법률을 따라 국가 목적이나 공익을 위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를 뜻한다. 행정에 따라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에 행정은 늘 법을 따라야 하며 집행은 신중해야 한다. 그 결과 행정은 너무 느리며, 현실을 못 따라간다는 비판을 곧잘 받는다.

직접 만들지도 않았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법률을 따르고 지켜야 하는 것이 행정 관료다. 국회와 국민 사이에 낀 관료들은 자신들에게만 온갖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 억울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행정에 대한 비판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발언은 행정 기본 원리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행정가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이 최근 타다 서비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이재웅 쏘카 대표를 겨냥해 "무례하고 이기적"라고 비판했다. 그가 사실 타다와 택시업계 갈등을 직접 책임지는 정부 부처 수장이 아니라는 점은 여기에서 논외로 치자. 폭넓게 보면 정부 정책 사안이니 꼭 관할하지 않는 관료라도 언급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발언 내용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소외받고 피해받는 계층을 돌보는 일도 정부의 중요한 책무"라며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그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경제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의 말은 맞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뒷말은 엉뚱하다. 사회적 합의를 마치 민간의 몫인 양 떠넘긴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이해당사자가 알아서 다 합의해야 한다면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치고받고 싸운 두 사람이 있다. 그 앞에 선 경찰관이 법에 따라 의당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고 팔짱만 낀 채 ‘원만한 합의’만 종용한다. 최 위원장 발언은 이러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재웅 대표가 했다는 ‘혁신의지 부족’ 비난도 그렇다. 정부 관료로선 듣기 싫은 말일지라도 들을 수 밖에 없다. 정부 관료의 숙명이다. 이 대표가 법을 어겨 사업을 하거나 세금을 내지 않았다면 모르겠다. 그의 말을 막을 권리가 관료에게 없다.

국민 비판은 그게 아무런 근거조차 없을지라도 막으면 안된다. 막을 수도 없다.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나라다.

이재웅 대표 발언이 정말 문제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정부는 명예훼손 소송을 내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면 된다. 관료가 공개석상에서, 그것도 ‘무례' ‘이기적' ‘오만'과 같이 감정이 섞인, 거친 말을 특정인을 향해 쏟아낼 일은 아니다.

정작 비판 대상 당사자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홍 부총리라고 불쾌하지 않았을까. 그럴지라도 그것이 행정 관료가 감내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홍 부총리가 너무나 잘 알기에 말을 아끼지 않을까. 말 못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대신해 최위원장이 발언한 것이라는 세간의 분석이 왜 나오겠는가.

관료로서 최 위원장의 고민과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 더욱이 금융혁신을 소리높이 외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그다. 그런데 어제 발언으로 인해 이러한 노력들이 단번에 허물어지게 됐다.

그간 이재웅 대표는 정부를 향해 일련의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이도 분명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가, 특히 혁신기업가들이 절대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타다 사태와 관련해선 일반 소비자들도 상당히 공감했다. 이들에게 최 위원장 발언은 답답하기만 하다.

4차산업혁명시대다.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기득권자의 저항이 워낙 커 민관이 힘을 합쳐도 쉽지 않은 일이다.

최 위원장 발언은 그 취지와 달리 더 가까워져야 할 정부와 혁신기업, 소비자간 거리를 더 멀리 떨어뜨리게 만든다. 산업계에 ‘그 입 다물라'라는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소통은 물론이고 문재인정부의 혁신경제 의지마저 의심케 만들 수 있다. 행정관료에 무례한 이재웅 대표. 납세자에 무례한 최종구 위원장. 도대체 누가 더 무례한가.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