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캠(Betacam), MPEG IMX, HDCAM…’
영상 전문가라면 익숙하게 느낄 기술 및 브랜드다.
미키오 키타(Mikio Kita) 소니 프로페셔널솔루션서비스그룹 미디어세그먼트 비즈니스 수석부장은 이들 제품을 개발한 주역이다.

키타 부장은 1987년 입사 후 영상 부문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했다. 영상산업 변화와 함께한 산 증인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제29회 국제방송·음향·조명기기전시회(이하 KOBA2019)에 참관한 그는 지난해 행사와 사뭇 다르다며 놀라는 모습이다.

"이번 대회에서 많은 한국 소비자가 클라우드 방송 솔루션을 주목하더군요. 클라우드 방송 솔루션은 세계적인 대세입니다. NABShow2019에서는 큰 홀 전체가 클라우드 전용 공간으로 꾸며지기도 했어요."

미키오 키타 소니 프로페셔널솔루션서비스그룹 미디어세그먼트 비즈니스 수석부장. / 소니코리아 제공
미키오 키타 소니 프로페셔널솔루션서비스그룹 미디어세그먼트 비즈니스 수석부장. / 소니코리아 제공
2019년 전세계 방송·영상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UHD’이다. 기존 HD 및 풀HD 해상도를 앞서는 고선명·고화질 콘텐츠다. 키타 부장은 여기에 ‘워크플로우’와 ‘무선’ 두가지를 더해 ‘방송 혁신(Transformation)’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했다.

"UHD는 이미 세계적인 유행입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가 이 부문을 주도하고 있어요. 과거 방송 해상도가 SD에서 HD로, 나아가 HD에서 풀HD로 바뀐 것처럼 지금은 풀 HD가 UHD로 바뀌는 변화의 시대입니다."

키타 부장은 UHD 시대는 단순히 콘텐츠 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UHD 콘텐츠 제작에서 편집, 전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바뀌어야 비로소 UHD 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소니는 워크플로우(작업 과정)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좋은 콘텐츠를 잘 다듬어 가치를 더하는 것이 워크플로우의 역할입니다. 방송 장비 인터페이스(접속 규격)를 포함한 워크플로우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무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케이블이 아닌, 무선과 클라우드로 콘텐츠를 주고받는 시대입니다. 이 요소들이 모여 방송 혁신을 이끄는 것입니다."

일본은 2017년 4K 및 8K 시범 방송을 거쳐 2018년 12월부터 정규 위성 방송을 운용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8K UHD 방송 환경을 구축한 셈이다. 키타 부장과 소니 역시 8K 방송 운용에 참가했다. 그는 여기에 대비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SD에서 HD로의 변화도 힘들었지만, HD에서 UHD로의 변화는 훨씬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카메라·스위치 허브·인코더 등 장비와 서비스 모두 기존과 확연히 다른, 그야말로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으니까요. 일본 방송국과 여러 차례 논의해 8K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8K UHD 방송 환경을 구축한 소니는 콘텐츠 보급·홍보에 나섰다. 자회사 소니PCL이 운영하는 ‘크리스탈 LED 디스플레이 시스템’은 7680 x 4320 해상도 8K 콘텐츠를 440인치(9.7 x 5.4m) 화면에 120fps로 재생한다.

소니는 크리스탈 LED 디스플레이 시스템으로 브라질 리우 카니발 축제 현장의 8K 120p HDR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을 본 관람객으로부터 찬사가 이어졌다. 3D 입체 영상이 필요없다는 평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생생한 색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8K UHD 콘텐츠의 장점은 화질, 그리고 다양한 부문에 응용할 수 있는 응용성입니다. 예를 들면, 8K 카메라로 스포츠 현장을 중계하다가 선수나 관중의 얼굴만 4K 해상도로 잘라내 확대, 실시간 중계하는 방식을 들 수 있겠군요. 일본에서 2020년 열릴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도 이처럼 8K로 중계될 예정입니다."

미키오 키타 소니 프로페셔널솔루션서비스그룹 미디어세그먼트 비즈니스 수석부장. / 소니코리아 제공
미키오 키타 소니 프로페셔널솔루션서비스그룹 미디어세그먼트 비즈니스 수석부장. / 소니코리아 제공
소니는 풍부한 8K 기기 및 콘텐츠 자원을 가졌다. 8K UHD 방송 카메라와 브라비아 TV가 이미 판매 중이다. 8K UHD 영상을 담는 소니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8K 게임을 재생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를 쉽게 연상할 수 있다. 키타 부장은 8K 제품 개발 계획을 밝힐 수는 없으나, 그 어느때보다도 부서간 기술 공유가 활발하다고 대답했다.

"소니홀딩스 그룹 안에 8K 관련, 시너지를 낼 기업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소니가 8K 시대에 대응하는 속도는 이전 HD 시대의 그것보다 월등히 빠르다고 답변하겠습니다. 기업간, 부서간 협업도 유기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키타 부장은 인공지능, 5G 등 정보통신기술을 주목한다. 이 기술이 UHD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으로 믿고 있어서다.

"이미 인공지능은 저장 콘텐츠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속 음성을 분석해 실시간 자막 처리하는 기술이 대표적이예요. 5G는 라이브 콘텐츠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용량이 큰 UHD 콘텐츠를 송출하려면 반드시 인코더나 변환기를 거쳐야 했습니다. 5G는 전송 속도가 빠른데다 지연도 거의 일어나지 않아요. 따라서 UHD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지연 없이 송출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워크플로우 운영 효율도 높이겠지요."

그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중국에 곧 UHD 시대가 올 것으로 낙관했다. 중국 정부는 8K UHD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 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산 8K TV도 등장했다. 소니도 중국에 8K 중계차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2022년이 중국 8K 방송 원년이 될 예정이다.

"한국 UHD 업계도 지금까지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봅니다. 상용화 UHD 방송 규격을 정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해요. 평창올림픽 UHD 중계도 인상깊었습니다. UHD 시장에 힘을 실을 5G 상용화라는 무기도 가지고 있는 만큼, 한국 UHD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