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2G 서비스 종료를 추진 중인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MVNO)의 오해(?)를 산 행동으로 정부에 해명까지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SK텔레콤 통신망을 임차한 ‘아이즈비전’을 비롯한 두 곳의 업체가 4~5월 중 홈페이지에 10월 말 2G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를 확인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G 종료에 의욕을 보인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를 압박해 2G 서비스 종료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이즈모바일이 홈페이지에 올린 SK텔레콤 2G 서비스 종료 관련 안내문. / 아이즈모바일 홈페이지 갈무리
아이즈모바일이 홈페이지에 올린 SK텔레콤 2G 서비스 종료 관련 안내문. / 아이즈모바일 홈페이지 갈무리
아이즈비전은 4월 9일 ‘아이즈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해 "2G 장비의 노후화 및 재난문자 수신 불가로 인한 안전 문제 등 정부의 ‘010번호 통합정책’ 시행으로 인해 2G 서비스 종료 추진을 허가받아 2019년 10월 31일을 기준으로 당사에서 제공 중인 SK텔레콤 2G 서비스가 종료됨을 안내드린다"고 공지했다.

이와 함께 "아이즈모바일은 2G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이동전화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2G 이용 대상자에 한해 서비스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선불·후불폰 전환 시 세부 혜택을 소개했다.

아이즈모바일뿐 아니라 SK텔레콤 망을 임차 중인 또 다른 복수의 알뜰폰 사업자도 이와 비슷한 공지를 올렸다.

SK텔레콤이 2G 서비스를 종료하려면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면 알뜰폰 사업자는 신고만 해도 2G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지만, 과기정통부는 2G망을 이용 중인 알뜰폰 고객 보호 차원에서 알뜰폰 사업자라 하더라도 사실상 승인에 준하는 절차를 밟도록 할 계획이었다.

23일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2G 종료를 신고한 알뜰폰 업체는 없다"며 "신고를 받더라도 2G 고객의 피해 가능성이 없는지 확인 절차가 필요한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즈모바일을 비롯한 알뜰폰 사업자의 2G 서비스 종료 관련 공지는 현재 모두 지워졌다.

이번 사태는 알뜰폰 사업자의 오해로 빚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은 연내 2G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는데, 알뜰폰 사업자들은 SK텔레콤이 과기정통부의 승인을 받은 후 발표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최소 6개월 전 B2B 사업자에게 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추진한 것이지, 정부의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알뜰폰 사업자의 2G 종료 발표 후 결국 2G망을 임대해준 SK텔레콤에 불똥이 튀었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23일 알뜰폰 사업자의 공지와 관련해 SK텔레콤에 해명을 요구했다. SK텔레콤은 연내 2G 종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알뜰폰 사업자가 2G 서비스 종료하도록 입김을 불어넣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SK텔레콤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통3사 전체 2G 가입자 수는 150만명쯤 되고, 이 중 SK텔레콤의 망을 쓰는 알뜰폰 2G 가입자는 1000명 수준이다. 70만명의 2G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자사망 알뜰폰 2G 가입자 회선을 해지하기 위해 사업자를 압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가 2G 서비스 종료 공지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과기정통부의 해명 요구를 받았다"며 "최소 6개월 전 B2B 사업자에게 서비스 종료 추진 사실을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어 2월 2G 서비스 종료 추진 계획을 밝힌 것뿐인데, 알뜰폰 사업자가 이를 잘못 받아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2월 21일 주파수 자원의 효율적 활용 및 2G·3G·LTE·5G 등 총 4개 망을 동시에 운영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2019년 말 2G 종료 추진 계획을 밝혔다. SK텔레콤이 현재 사용중인 2G 주파수 할당 기간은 2021년 6월까지다.

경쟁사인 KT는 2011년 11월 2G 서비스를 종료했는데, 당시 가입자 수는 16만명쯤 됐다. 전체 가입자 수가 1652만명쯤이었음을 고려하면 1%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가입자의 반발이 이어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SK텔레콤이 2G를 종료하려면 KT의 1% 전례를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텔레콤의 2G 가입자 수를 고려하면, 40만명 이상이 통신방식을 바꾸거나 타사로 번호이동을 해야 한다. 01X 번호에 애착을 가진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종료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