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냐 아니면 1위 사업자의 자신감이냐?’

대만의 글로벌 1위 파운드리업체 TSMC가 화웨이 칩 생산을 지속하겠다고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입장은 최근 미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 결정 후 미국 기업은 물론 영국, 일본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이 대거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24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미국 정부 결정이 화웨이 칩 출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와의 거래관계에 변화가 없다는 선언이다.

TSMC 회사 전경/자료 TSMC
TSMC 회사 전경/자료 TSMC
관심을 끄는 것은 발언 배경이다. 미국 결정에 전세계 주요 선두 기업들이 동조하는 분위기에서 일종의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명(Statement)으로 나오는데 이 시점에 굳이 왜 했는지 의아하다"며 "만약 공식 입장이라면 득과 실을 따져보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외신을 보면 이번 입장은 TSMC 공식행사인 ‘TSMC 기술 시놉시움 2019’ 행사장에서 대변인이 밝힌 것으로 확인된다. 사실상 공식 입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TSMC가 지금 상황에서 이런 자세를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TSMC는 이번 미국 정부 제재에 동참하는 애플, 퀄컴 등 미국기업과도 상당한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고객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던진 발언인 셈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과의 확고한 신뢰 유지’ 그리고 ‘선두 사업자 자신감’ 둘이 작용했다고 본다. 중국 손을 들어줌으로써 중국기업과는 확실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주요 시장인 스마트폰과 자동차 전장부분에서 중국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이번 카드는 중국 정부와 기업에게 확실히 ‘아군' ‘함께' 이미지를 심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시장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산업 특성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기업이 공급망 변경을 쉽게 결정하기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체를 바꾼다는 것은 기업의 기밀 유지와 품질의 완성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아무리 미국 정부가 나선다해도 기업들이 쉽게 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2위 업체인 삼성전자에게 직접적인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