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구의 RPA 여행] 내게 맞는 RPA? 솔루션일까 플랫폼일까

  • 장은구 유아이패스 코리아 대표
    입력 2019.05.25 06:00

    나에게 있어 자동차는 ‘솔루션’이고, 스마트폰은 ‘플랫폼’이다.

    자동차는 이동 수단일 뿐 아니라 필수 레저 아이템이고, 어떨 때는 나를 상징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자동차의 경우, 나에게 맞게 사양 및 성능을 선택해 구매하는 순간 모든 것이 마무리된다. 이미 설정된 기능을 만끽하고, 유지 보수를 하며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나의 생활과 사업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구매한 그때부터 모든 과정이 시작된다. 스마트폰을 구매 후 바로 클라우드를 통해 연락처와 메시지 등이 잘 연동됐는지 확인하고, 항상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동기화한다. 공인인증서를 포함한 업무상 필요한 기능 설치 및 보안인증 작업도 마친다. 이 모든 것들을 다 완료하고도 상시 필요에 맞게 업데이트해야만 비로소 내 디지털 환경에 딱 맞는 스마트폰이 된다. 일종의 ‘내재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같은 사양의 제품이라도, 개개인의 사용 환경과 스타일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며, 사용 범위가 확장되는 등 새로운 가치가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스마트폰을 플랫폼이라고 하는 이유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IT 솔루션의 경우 구매 후 잘 유지 보수하며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IT 플랫폼은 구축만으로 과정이 끝나지 않는다. 구축 이후 ‘내재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2018년 초 국내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시장을 보았을 때, 대다수 기업에서 RPA는 플랫폼으로 다루기보다 솔루션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RPA를 초기부터 선택한 회사들은 많았지만, 이를 기업 전체로 확산한 곳은 적었고, 현재까지도 대다수 기업에서 그렇게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이제는 플랫폼과 솔루션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구분해 구축하려는 회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

    기업에 있어서 RPA는 플랫폼이며, 동시에 솔루션이다.

    우선, 일반 기업에서는 RPA를 플랫폼으로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은 각 부서별로 역량, 전략 및 담당 업무가 모두 다르다. RPA 를 활용해 ROI 개선에 집중하는 부서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 영역 개발이나 경쟁력 개선에 집중하는 부서도 있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업무 자동화 영역이 있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의거해 일하는 방식의 디지털화에 집중하는 영역도 있다. 이렇게 RPA는 다양한 목적을 아우르며 전체 조직의 디지털 변혁을 견인하는 플랫폼이어야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 그래야 전사 모두가 공감하며 참여할 수 있고, 전문 부서부터 일반 부서까지 모두 기여하게 된다. 실제 그런 관점으로 RPA를 적용한 기업들은 RPA를 통한 조직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경험하고 있다.

    반면, 특정 분야의 전문 기업이나 전략적 아웃소싱(BPO) 기업에 있어 RPA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기업이 갖는 전문성에 RPA 방법론을 구현해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경우, 이를 상품 패키지로 제안할 수 있고, 응용은 무한하다. 현재 모든 전문 영역별로 이런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4월에 진행된 자사 컨퍼런스 준비 과정에서 만들어 사용했던 ‘행사 커뮤니케이션 진행 로봇’의 경우, 컨벤션 대행사에서 각각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재설계해 상품화할 수 있다. 또는, 일반 기업 마케팅 부서의 기본 업무 방식으로 채택해 고객 경험 및 업무 영역 확대를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RPA에 기존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경험, 그리고 아이디어가 녹아든다면 과연 어디까지 진화가 가능할까? 정말 즐거운 상상일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이런 수준의 변화가 매일 수 많은 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한편 부럽기도 하다.

    RPA를 통해 업무를 자동화하고, 생산성을 높였다는 것은 하나의 결과에 불과하다. 실제 RPA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회사의 경쟁력은, 자신들의 경험을 ‘디지털 자산’으로 변화시키고 재생산했다는 것에 있다. 이것은 디지털 시대에 자생적 경쟁력을 새롭게 구축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 일을 스스로 정의하고, 변화시키고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보다 무서운 변혁이 있을까?

    정리하며, 일반 기업에 적용될 때에는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 기술인 RPA는 플랫폼으로서 접근해야 하며, 스마트폰을 길들이듯 내재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내가 하는 일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우리 회사의 일은 구성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많은 아이디어와 경험이 있다. RPA 도입 역시 내가, 우리 회사가 주체가 되어 진행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한국의 차세대 경쟁력은 콘텐츠라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한국의 경쟁력은 남이 만들고 남이 노하우를 가진 설비와 제조에서의 운영 노하우를 통한 성장이었다. 하지만 미래에는 분명 한국이 가지고 있는 핵심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확대 및 재생산하는 것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RPA를 가장 잘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믿는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장은구 대표는 2018년 2월 유아이패스 코리아에 1호로 합류하면서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고 사업 기반 구축과 인력 및 조직 구성을 시작했다. 미국계, 일본계, 유럽계 글로벌 대기업 및 한국 대기업 중역 경험을 보유한 경력자이며 에너지 산업 부문부터 금융, 제조 서비스, IT 부문까지 다양한 인더스트리 경험을 보유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의 비즈니스 리더로서 유아이패스의 글로벌 정책과 철학을 한국 시장에 전파하고, 한국적 현실에 적합한 RPA 모델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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