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5G 타이틀을 거머쥔 한국 이통사의 노하우를 배우고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의 방문이 이어진다. 이통사는 4G까지 단순 망사업자라는 지위를 가졌지만, 5G 도입 후 ‘플랫폼’ 사업자 지위를 차지하며 갖게 된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러시아의 MTS,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레인 등 기업 관계자가 최근 한국 이통사를 방문했다. 이들 해외 기업은 이통3사와 손잡고 5G 신사업 발굴을 위한 협력을 하거나 5G 서비스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
◇ SKT·MS, 5G·AI·클라우드 협력 강화

SK텔레콤은 13일 마이크로소프트와 자사의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 프로그램인 JIP(조인트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사업 기회 발굴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사는 ▲스마트 팩토리 등 IoT 사업 ▲AI 기술∙서비스 경쟁력 강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서비스 ▲SK ICT 패밀리사의 일하는 방식 혁신 등을 함께 추진한다. SK텔레콤은 이번 협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게임 체인저’가 될 상품·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양사는 스마트 팩토리 등 IoT 사업 추진을 위해 2월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솔루션 ‘메타트론’의 개발과 업데이트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 상에서 진행하고 서비스 고도화·마케팅을 공동 진행하기로 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의 5G 네트워크 및 미디어 사업 역량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경쟁력을 결합,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5G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강자와 협력이 필수다"라며 "양사의 역량을 결합해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MTS그룹 주요 임원진이 KT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해 인공지능 AI 서비스 기가지니를 시연하고 있다. / KT 제공
러시아 MTS그룹 주요 임원진이 KT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해 인공지능 AI 서비스 기가지니를 시연하고 있다. / KT 제공
◇ KT, 러시아 1위 통신사 MTS와 5G 협력 논의

KT는 17일 러시아 최대 통신사업자이자 디지털서비스 사업자인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그룹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임원이 KT를 찾아 5G, 인공지능(AI), 스마트홈 등을 미래사업 분야를 살펴봤다고 19일 밝혔다.

MTS는 러시아 유무선 최대 통신기업이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투르크메니스탄 등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에서 1억명 이상의 가입자 보유한 통신사업자다.

이날 황창규 KT 회장과 알렉세이 코르냐 MTS그룹 CEO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글로벌사업 협력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MTS그룹 경영진은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해 5G 오픈랩, 퓨처온 센터에서 프로야구 라이브, 인텔리전트TV 등 5G 기반의 B2C 서비스를 체험했다.

또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스카이십 5G 기반의 B2B 적용사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MTS그룹 경영진은 KT가 유무선 네트워크를 제공하던 기업에서 5G를 기반으로 플랫폼 사업자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MTS그룹 경영진은 스피커가 아닌 TV를 내세운 기가지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가지니 호텔과 기가지니 테이블TV는 이용자 편의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구글홈)이나 아마존(알렉사)과 같은 플랫폼기업이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통신회사가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에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창규 회장은 "KT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선보인데 이어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5G 선도 사업자로서 KT는 MTS와 같은 글로벌 통신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폴 해리스 회장 등 레인 임원이 LG유플러스 마곡사옥에 마련된 ‘U+ 5G 이노베이션 랩’에서 U+ 5G 서비스를 살펴보고 있다. / LG유플러스 제공
폴 해리스 회장 등 레인 임원이 LG유플러스 마곡사옥에 마련된 ‘U+ 5G 이노베이션 랩’에서 U+ 5G 서비스를 살펴보고 있다. / LG유플러스 제공
◇ 남아공 ‘레인’, U+ 5G 서비스 노하우 벤치마킹

LG유플러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통신사업자 레인의 폴 해리스 회장, 윌리엄 루스 최고경영자, 브랜든 리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주요 임원이 서울 강서구 마곡사옥을 방문했다고 4월 11일 밝혔다. 레인은 남아공 통신사업자 중 유일하게 5G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다.

해리스 회장 등 레인 임원은 이날 LG유플러스의 5G 네트워크 전략과 구축·운영 노하우, U+AR, U+VR 등 B2C 서비스, 스마트 시티, 스마트 드론, 원격제어 등 B2B 분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레인 관계자는 또 VR 300편, AR 400편, 공연 5300편 등 콘텐츠를 초고화질로 제공 중인 AR, VR 서비스에 관심을 보였다.

이번 방문은 최근 일본 통신회사 소프트뱅크와 영국 BT 관계자 방문에 이은 것이다.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를 전후해 LG유플러스 5G를 배우기 위한 홍콩 등 해외 사업자의 방문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택진 LG유플러스 부사장은 "세계 최초로 5G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LG유플러스의 기술력과 노하우,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가장 먼저 5G 전국망을 구축하고 고객의 일상을 바꾸는 5G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세계 통신사업자의 모범사례가 되고 5G 기술 트렌드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