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3년 방영된 애니메이션 ‘기갑창세기 모스피다(機甲創世記モスピーダ)’는 마크로스의 발키리처럼 변신 기능을 갖춘 전투기와 바이크로 변형 가능한 파워드수트 등 메카닉이 국내외 마니아의 시선을 끈 작품이다.

기갑창세기 모스피다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갈무리
기갑창세기 모스피다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갈무리
1980년대 인기작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영향을 받아 탄생된 모스피다는 외계인의 침공과 변신 메카닉 등 유사점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1986년 ‘로보텍(Robotech)’이란 이름으로 마크로스와 한데 묶여 소개되기도 했다.

모스피다 메카닉 디자이너 카키누마 히데키(柿沼秀樹)에 따르면 모스피다 전투기 ‘AFC-01 레기오스'가 가변(可変)형 기체로 만들어진 까닭은 1980년대 당시 마크로스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카키누마는 모스피다 애니메이션 스폰서인 이마이 과학(今井科学)으로부터 마크로스 발키리처럼 레기오스도 3단 변신이 가능한 가변전투공격기로 만들어줄 것을 주문받는다. 모스피다 프라모델은 이마이외에도 각켄(学研), 엘에스(LS) 등 모형 제작사에서도 출시된다.

바이크로 변신할 수 있는 파워드수트 ‘라이드아머'는 1982년작 SF 애니메이션 ‘테크노폴리스21C’ 기획서에 실려있던 경찰용 변형 바이크에서 착안했다.

모스피다를 대표하는 메카닉 ‘라이드아머' 액션 피규어. / 아마존재팬 갈무리
모스피다를 대표하는 메카닉 ‘라이드아머' 액션 피규어. / 아마존재팬 갈무리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모스피다는 본래 침략 당한 프랑스를 해방시키고 적진으로 진격하는 기계병사의 이야기로 기획이 시작됐다. SF라기보다 전쟁 영화에 가까웠던 셈이다.

모스피다 애니메이션은 2050년 ‘인비트'라 불리는 외계인에게 공격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구인 절반은 인비트의 침공으로 화성으로 피난을 떠나게 되며, 피난길에 올랐던 지구인이 30년 뒤인 2080년 외계인으로부터 고향별 지구를 탈환하고 인비트에게 구속받는 동포를 구출하기 위해 외계인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모스피다에 등장하는 ‘AFC-01 레기오스’ 등 메카닉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모스피다에 등장하는 ‘AFC-01 레기오스’ 등 메카닉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바이크 변신이 가능한 파워드수트 ‘모스피다'는 전쟁터에 나가는 대원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는 설정이다. 인비트가 지구인의 대기권 진입을 막기 위해 대기밀도를 높여 일종의 ‘열벽(熱壁)'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첫 번째 지구진입 작전은 실패로 끝난다.

애니메이션 주인공 ‘레이'는 2차 지구 진입 작전에 투입됐다 격추 당한 우주선 속 모스피다를 찾아내면서 인비트와 지구인의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모스피다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모스피다 일러스트. / 야후재팬 갈무리
모스피다 애니메이션은 목적지를 향해 모험하는 도중 다채로운 인물과 만나고 사람과의 만남으로 촉발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로드 무비' 스타일로 구성됐다.

모스피다 캐릭터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갈무리
모스피다 캐릭터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갈무리
주인공 레이는 인비트에 점령 당한 지구에서 태어나 전쟁에 휘말리며, 또다른 주인공 스테익 버나드는 화성난민의 후손으로 지구탈환 전쟁에 참가한 청년이다. 16살 소녀 후케 에로즈는 지구 태생 폭주족으로 방랑 중이라는 설정이고, 13살 소녀 민트 라브르는 이상적인 연인을 찾기 위해 여행을 하는 캐릭터다. 옐로 베르몬트는 여성적인 미모를 겸비한 22세의 군인이다.

외계인 인비트도 지구 환경에 적응하면서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10화에 등장하는 아이샤는 정신충격으로 말을 잃은 긴 붉은머리 미소녀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실상은 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의 모양으로 변한 인비트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샤는 인비트 여왕 레프레스에서 지구인과의 공존을 주장한다.

기갑창세기 모스피다 애니메이션 오프닝 영상. / 유튜브 제공

◇ 모스피다를 탄생시킨 아트믹

모스피다 애니메이션은 마크로스 제작에 참여했던 타츠노코 프로덕션과 타츠노코 출신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미츠(鈴木敏充)가 세운 아트믹(ARTMIC)이 공동 제작했다.

아트믹은 SF작품을 중심으로 창작 활동을 진행했고, 1980년대 후반 콘텐츠를 비디오테잎이나 레이저디스크(LD)에 담아 판매하는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회사다.

아트믹이 1985년, 당시 히트작이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제작자 이시구로 노보루(石黒昇), 미키모토 하루히코(美樹本晴彦), 히라노 토시키(平野俊貴), 이타노 이치로(板野一郎)를 한데 모아 만들었던 ‘메가존23’은 첫 번째 작인 ‘파트1’만 2만6518장이 팔리며 OVA시장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메가존23과 함께 등장해 시장에서 3만장 이상 판매고를 세운 ‘환몽전기 레다(幻夢戦記レダ)’의 성공으로 SF와 로봇 메카닉, 미소녀 캐릭터의 조합이 인기 콘텐츠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 아트믹의 스즈키는 다음해인 1986년 ‘갈포스(GALL FORCE)’, 1987년 ‘버블검 크라이시스' 등 SF 메카닉과 미소녀를 결합시킨 히트작을 선보인다.

아트믹이 메가존23 이후 미소녀와 메카닉을 결합해 만든 ‘버블검 크라이시스'. / IMDB 갈무리
아트믹이 메가존23 이후 미소녀와 메카닉을 결합해 만든 ‘버블검 크라이시스'. / IMDB 갈무리
모스피다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캐릭터 디자이너로 유명한 ‘아마노 요시타카(天野喜孝)’도 참가했다.

아마노는 1967년 15살의 나이에 애니메이션 제작사 타츠노코에서 일을 해 왔다. 그는 작화 감독과 캐릭터 디자이너 등 경력을 쌓은 뒤 모스피다가 제작되기 전인 1982년 타츠노코로부터 독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