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로 인한 불똥이 자국 소규모 이통사와 농가로 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다.

미 농촌 지역은 AT&T, 버라이즌 등 대형 이통사가 아닌 지역 소규모 이통사의 통신망을 쓴다. 이들 업체는 보통 화웨이가 만든 저가형 송·수신기를 쓴다. 소규모 이통사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대로 화웨이 제품을 배제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지고 네트워크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공공 안전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미 소규모 통신 사업자인 니몬트의 마이크 키르고 CEO는 26일(현지시각) 중국 IT 전문매체 기즈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자사 핵심 네트워크 장비의 70% 이상은 화웨이 제품인데 이를 교체하면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며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는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키르고 CEO는 화웨이 장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공공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마치 비행기가 3만피트(9144m) 상공에 떠있는 상태에서 엔진 2개 중 하나를 교체하려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캐리 베넷 미 농촌 무선통신사업자협회 고문도 기즈차이나와 인터뷰에서 "많은 농촌 지역 통신 사업자는 화웨이 장비에 의존하고 있어 전환 시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장비 교체를 마무리하는데만 최대 7년이 걸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미 농촌 무선통신사업자협회가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 중 4분의 1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베넷 고문은 "회원사가 모두 화웨이 장비를 교체한다면 8억달러(9500억원)쯤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외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많은 통신 사업자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실제 비용 지출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미 농가가 기존 화웨이 장비를 교체하고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는 8억달러 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관측된다.

5G 네트워크 전문가이자 리콘 애널리틱스 대표인 로저 엔트너는 "미 정부가 농촌 지역의 화웨이 장비 교체 및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지원해야 할 보조금만 수십억달러에 달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상무부는 16일 화웨이와 화웨이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화웨이와 해당 계열사들은 미국 기업에게 부품 구매 등을 할 때 미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