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인의 디지털경제] 21세기 지역화폐, 금융 경쟁력 갖춰야

  •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
    입력 2019.05.28 06:00 | 수정 2019.05.29 14:36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달러를 대체하는 글로벌 디지털 자산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전세계 금융권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역화폐 발행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초 지역경제 활성화와 자영업자 매출증대를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또 행안부는 2018년 전국 광역 및 기초 지자체 66곳에서 3714억원 규모로 발행했던 지역화폐가 올해는 전국 120개 지자체에서 2조원 규모로 확대 추진된다고 발표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지역화폐 발행 목적은 지역경기 활성화와 지역 순환 경제 구축이다. 그러나 필자는 지역화폐 발행을 권장하기 전에 우선 지역화폐가 정말 지역 경기 활성화와 지역순환 경제구축에 효과가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 이는 현행 지역화폐가 안고 있는 문제점 때문이다.

    우선 지역화폐는 발행과 관리 비용이 적지 않다. 지역화폐는 백화점 상품권과 같은 유가증권이다. 위변조가 되지 않도록 조폐공사에서 홀로그램과 위변조 방지잉크를 사용해 발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발행된 상품권은 분실과 유용 없이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금융적 행정적 책임도 뒤따른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발행규모가 50억 원일 경우 약 10% 정도 금액을 발행·운영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상품권으로서 서비스 이용에 제약이 심한 것도 문제다. 지역화폐는 온라인 구매나 대형마트에서 사용이 안 된다. 재래시장과 지역 내 일부 가맹점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요즘같이 전자결제가 일반화되는 시대에 마트와 온라인구매가 안 되는 상품권을 누가 사려 하겠는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지역화폐 구매를 꺼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이용이 불편하기 때문에 발행되는 지역화폐 대부분이 해당지역 공무원 포상금이나 청년수당으로만 사용된다. 발행의 원래 취지였던 신규소비 생성을 위한 외지인들 구매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이러다 보니 해당 지역 사람들이 현금과 카드로 결제하던 금액을 지역화폐로 대체했을 뿐이다. 신규소비 증대 없이 발행비용 상승으로 결제에 수반되는 비용만 올라간 셈이 됐다.

    높은 발행비용에도 불구하고 가맹점주는 지역화폐가 들어오면 농협에 가서 곧바로 현금으로 교환한다. 가맹점이라 할지라도 외부에서 구입해야 할 물품이 적지 않은데 지역화폐는 오로지 그 지자체 내에서만 유통할 수 있어 현지인에게도 사용이 불편하다. 이처럼 지역화폐의 좁은 화폐공간은 지역화폐 소비를 일회성으로 그치게 함으로써 최초 사용을 마지막 사용으로 만들고 만다.

    이렇다보니 지역화폐 발행처인 지자체는 지역화폐 구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구매가 10%를 보조해서 만원짜리 상품권을 9000원에 살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이런 지자체 보조금은 지역 경기활성화 대신 온라인에서 상품권깡에 이용돼 지역 밖으로 손쉽게 유출된다. 안그래도 부족한 지자체 예산이 이렇게 소리 소문도 없이 새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2배로 늘리겠다는 행정안전부 발표는 중앙정부가 지역화폐 투입비용 대비 정책효과를 제대로 검토해보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지역화폐 정책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오로지 일방적인 발행만 있을 뿐이다.

    ◇ 지역화폐도 금융서비스 경쟁력을 갖춰야

    현금 대신 지역화폐를 쓰게 한다고 지역 내 소비는 늘지 않는다. 더구나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를 목전에 두고 거의 매일같이 새로운 지불결제서비스가 등장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보관과 사용이 불편한 지류 상품권 형태로 제한된 권역 내에서 오프라인 구매만을 허용하는 지역화폐가 어떻게 금융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지역화폐 기능과 역할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지불결제서비스로써 현금이나 카드결제가 갖지 못한 지역화폐만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폐 형태를 지류에서 디지털형태로 바꿔 웹(온라인)과 앱(모바일)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디지털형태 지역화폐는 휴대와 이용이 간편해서 분실 우려가 적고 결제 편의성이 보장될 수 있다. 추가 구매 시 모바일 지갑에 바로 적립할 수 있고, 잔액확인과 할인 적용 등 각종 부가서비스 역시 한꺼번에 적용돼 이용이 상당히 쉽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면 발행비용도 지류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실시간으로 전체 지역화폐 사용이력을 추적할 수 있어 관리도 용이하다. 이는 지역화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역화폐 정책효과분석과 문제점 파악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또 사용규모의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발행규모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다.

    디지털 화폐인 만큼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지역 지방세 및 범칙금을 비롯해서 각종 편의시설과 문화시설 이용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역내 통합 결제화폐로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이 경우에만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 내 순환경제 구축이 가능해 진다. 그리고 지역화폐를 기반으로 지방행정서비스 이용료를 결제할 경우 각 지자체는 행정서비스 경쟁을 가격적으로도 제공할 수 있다. 블록체인 인증서비스와 연계한 플랫폼이 구축될 경우 훨씬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화폐공간 확대다. 현행 지역화폐의 가장 큰 불편은 유통권역이 좁다는 점이다. 권역 안과 밖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화폐공간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것이 지역화폐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단 해당 권역 지역화폐를 이용할 경우 상품권 구매 시 제공했던 10% 할인을 결제 단계에서 제공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강원도 지역화폐를 강원도 내에서 이용할 경우 1만원짜리 상품을 9000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할인해주는 것이다. 해당 권역을 벗어날 경우는 할인 없이 정액 그대로 결제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국 모든 지역화폐를 등가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지역화폐 통합플랫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할인율 적용을 원하는 이용자라면 이 플랫폼에서 방문지역 지역화폐를 구매하거나 교환할 것이다.

    미래 디지털금융에서는 화폐가 교환가치와 교환방식을 함께 제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페이먼트 서비스를 장착한 돈, 그게 미래 화폐라면 지역화폐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지불결제 편의성이 제공돼야 지역화폐도 금융서비스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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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은 연세대에서 학사와 문학 석사를,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자율규제위원회 규제위원·자문위원을 맡아 거래소 자격심사,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관한 정책대응 및 교육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