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힘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주춤한 실적 만회에 힘쓰다가 장기 동력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경계하자는 주문이다. 이미 출시 일자가 지난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에 대한 지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관계사 사장단과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 및 대책회의 자리에서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선일보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선일보 DB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며 "작년에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정하고, 동시에 수백 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며 "사장들도 공감하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에는 이재용 부회장, 김기남 부회장 이외에 삼성전자에서 진교영 사장, 강인엽 사장, 정은승 사장 그리고 삼성디스플레이 이동훈 사장이 참석했다.

앞서 일본 유력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일본 방문에 대해 "한일 관계 악화 속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깊게 하려는 의향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5일부터 사흘간 일본 도쿄를 방문, 현지 최대 통신사 NTT토모코, 2위 업체 KDDI를 방문해 5G 분야에 대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삼성이 최근 일본에서 판매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이 부회장의 방일 목표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일본 시장점유율은 10%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명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라이벌이라기보다 분업 파트너이고 스마트폰, 패널의 안정적 조달처로 삼성을 경계하기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충분한 대가를 얻는 것이 현명하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