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로 ‘사기없는 평화로운’ 중고 거래 가능할까

입력 2019.06.06 06:00

중고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 이면에는 고질적인 병폐가 숱하다. 늘어가는 사기 때문이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사기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서울 뚝섬에서 열린 중고거래 장터에서 손님이 신발을 살펴보고 있다(기사와 관련 없음). / 조선DB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다. 비매너 구매자와 사기꾼이 넘쳐나는 중고 장터에서 거래가 매우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거래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따르면 2018년 거래액은 3421억원에 달한다. 모바일 중고마켓 번개장터 거래액은 2591억원 규모다. 유통업계는 국내 중고시장 규모를 10조~20조원으로 추정한다. 개인간 거래가 많아 시장 규모를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문제는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사기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사이버안전국이 집계한 인터넷 사기 발생 건수는 2014년 5만 6667건에서 2018년 11만2000건으로 97.6% 증가했다.

피해금액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인터넷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2006년부터 올해까지 피해 금액은 1296억7405만원에 달한다. 그 중 지난 4년간 누적된 피해 금액은 661억3858만원이다. 9년간(2006~2015년) 피해 금액인 635억3547만원보다 많다. 이에 블록체인을 활용해 중고거래 문제를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마켓마하. / 마켓마하 갈무리
◇ 암호화폐 기반 자산거래로 '사기' 방지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한국인증서비스가 운영하는 블록체인 자산거래 플랫폼 ‘마켓마하’이다. 마켓마하는 인공지능(AI) 챗봇을 활용한 P2P 거래 사이트다. 마켓마하는 디지털 자산과 현물 자산을 모두 거래할 수 있다. 거래 당사자는 게임 아이템과 모바일 데이터, 디지털 쿠폰, 모바일 상품권 등 디지털 자산뿐 아니라 중고물품 등 현물 자산까지 거래할 수 있다.

마켓마하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는 블록체인으로 거래내역이 저장된다. 물건을 구매한 이가 물건을 받고, 거래완료를 눌러야만 대금인 마하(MACH) 토큰 지급된다. 특히 마켓마하는 구매자가 원하는 물품을 찾을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 트레이딩 챗봇이 거래 조건과 빅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합리적인 거래를 제안한다. 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가상 거래 공간 ‘VTR(Virtual Trading Room)’은 거래가 완료될 때까지 에스크로 역할을 함으로써 기존 P2P 거래의 가장 큰 이슈로 제기되어왔던 안전거래 문제를 해결했다.

암호화폐로 거래하면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게임아이템을 거래할 경우,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이용한다면 5% 내외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수십,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아이템을 거래한다면 수수료도 꽤 크다. 하지만 MACH 토큰일 경우 수수료가 없다.

암호화폐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가와 상관없는 거래도 가능하다. 중국 게이머와 한국 게이머가 아이템을 환율이나 환전수수료 등을 신경 쓰지 않고 거래할 수 있다. 또 마하마켓은 AI 챗봇을 활용해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자동번역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한 중고차 시장 모습. / 조선DB
◇ 대기업+스타트업 뛰어든 중고차 거래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 현대글로비스, 블록체인 기술 기업 블로코, 정보기술(IT) 솔루션 회사 ABC솔루션 등은 힘을 합쳐 블록체인 기반 중고차 거래 플랫폼 사업을 추진한다.

이들은 중고 차량 시세정보 등 데이터 정보와 범퍼 교환 등 사고 이력, 판매자 평판 정보 등을 블록체인에 올려 위·변조를 방지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토대로 중고차 시세 예측 및 허위 매물 판독 등의 파생 서비스도 만든다.

이 프로젝트는 블로코의 퍼블릭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올려 신뢰성을 확보한다. 여기에 토큰 이코노미 개념을 도입해 확장성도 염두에 뒀다.

◇ 현실성 놓고 의견 분분

다만 아직은 시장 초기라는 점을 이유로 의견이 분분하다.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올린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실행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권역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내 최대 플랫폼인 중고나라는 액트투랩과 제휴해 블록체인 기반 중고거래 연구에 나섰다. 하지만 6개월이 훨씬 지난 지금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소식에 업계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고나라는 개인들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을 상징인 탈중앙화와 통하기 때문이었다. 중고나라가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특히 중고나라는 최근 신뢰인증 개인장터 평화시장을 선보였지만 여기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되지 못했다.

중고나라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구축하지 못했다"며 "현재는 관망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블록체인을 중고거래에 어떻게 도입할지에 대해서는 꾸준히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기형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와 김종현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블록체인·융합 프로젝트매니저 등 공동 연구진은 최근 '블록체인을 활용한 인터넷 사기 정보 수집 및 공유방안 연구'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금융권역별 사고발생 시 즉각적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금융사고의 관리·감찰에 필요한 증빙자료들의 진위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기존 정보 수집 시스템은 각 기관별로 운영돼 수집되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해킹 등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된다"며 "블록체인을 활용해 일관성 있는 정보수집 시스템이 운영된다면, 보다 폭넓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뿐 아니라 피해정보 수집 시스템을 활용하려는 여러 플랫폼에게 일관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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