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화웨이 전쟁통에 韓 이통사 ‘전전긍긍’

입력 2019.06.07 11:22

화웨이 제재 동참 여부를 두고 한국 정부와 기업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거세진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인 국내 이통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는 LTE부터 현재 구축 중인 5G까지 서울, 수도권 기지국에 모두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미 정부가 원하는 대로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려면 5G 서비스를 일시 중단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SK텔레콤과 KT도 기간망 광전송장비 상당수를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 조선일보 DB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5일 서울 페이스북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클라우드 미래' 콘퍼런스에서 ‘반(反)화웨이’ 전선에 한국 정부와 기업의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기조연설 이후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5G 통신 장비는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통업계는 사실상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고 확실히 미국편에 서라는 미 정부의 압박으로 해석한다. 앞서 중국 정부가 한국에 압박 수위를 높인 것에 대한 반격으로도 풀이된다.

5월 28일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베이징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화웨이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의 바람에 따라 (제재에) 동참하는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은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이 판단해야 한다"며 노골적인 압박을 가했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활용해 2012년 3월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LTE 전국망을 구축해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등 2위 사업자 KT를 바짝 추격했다. 5G에서도 LTE와 마찬가지로 선점 효과를 이어가 이통시장의 판을 바꾸려 하지만 이 계획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유플러스는 LTE 무선 기지국 3분의 1을 화웨이 장비로 채웠다. 장비 호환성을 감안해 5G 기지국에도 3분의 1 이상은 화웨이 장비로 채울 방침이다.

7일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5월까지 서울, 수도권에만 3만개가 넘는 5G 기지국 장치를 화웨이 장비로 구축했다"며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 조선DB
반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최근 LTE 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구축했지만 5G 사업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화웨이 장비 구축을 포기한 것은 모빌리티 등 미국 내 사업 진출을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소프트뱅크는 아직 5G망 구축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이미 화웨이 장비를 3만개 이상 구축한 LG유플러스와 상황이 다르다.

SK텔레콤, KT는 무선 장비는 아니지만 기간망 등 유선 장비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 중이다. 현재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5G 장비에 국한됐지만 미중무역전쟁의 심화로 언제 불똥이 튈지 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정부부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제재 동참 여부와 관련해 아직 BH(청와대) 등에서 내려온 지시는 없다"며 "통신 분야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