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영자들이 말한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필자 역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천재적인 역량을 보유한 소수가 개발한 상품으로 기업이 얼마간 생존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기업의 수명은 전체 직원들의 역량에 좌우될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직원에게 부지런히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인재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유수의 기업에는 스타 CEO 또는 오너가 있고, 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리더 한 명에 의한 것이지, 리더가 바뀌어도 지속되는, 직원들 전체에 의해 결집된 경쟁력이 아닌 것이다.

회사에서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 년을 일하고 있는 기존 직원들을 생각해 보자. 과연 이들을 기업 경쟁력의 근본으로 생각하고 있는 회사가 있을까? 경험이 많을 수록, 알아서 빨리 나가 주었으면 하는 부담스러운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기성 직원들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다양한 아이디어의 가치에 대해 얼마나 인정하고 기대하고 있을까? 외부 전문가를 통해 기업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만큼, 기존 인력들의 경험과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검증하고 표준화하며 잠재력을 극대화 하는 방법에 대해 얼마나 고민을 하고 있을까?

지난 4월 12일, 필자가 지사 설립 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공유한 일화가 있다. 필자가 어느 금융회사 임원으로 일하던 시절, 사내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고루한 사람들이 모여 일한다는 조직, 누구도 오려 하지 않는 조직을 맡아, ‘기존 인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2년에 걸친 개혁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조직으로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해당 조직에는 수 많은 운영 프로세스가 있었지만 업무 프로세스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자신이 하는 일을 업무 흐름도로 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었다. 직원들의 순환이 정체되고, 계약직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많은 문제가 존재하던 곳이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신입사원이든 경력자든 장기적 비전 없이 일하던 조직이라는 점이었다. 필자는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우선 조직 구성원 하나하나의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해 이를 구분하고, 모듈화 하기 시작했다. 각 업무에 맞는 경력 체계와 필요한 자격 요건을 문서화 하고, 이에 따라 업무 난이도와 책임 범위를 다르게 해 직원들을 재배치했다. 2년에 걸친 기간 동안 결국 해당 조직을 ‘사내에서 가장 가고 싶은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리스크는 바로 ‘사람’이었다. 담당 임원이 바뀌고, 익숙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바뀌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만약 당시 RPA 라는 방법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조직 내 업무 프로세스를 검토 및 분류해 최적의 프로세스를 찾아내고, 이를 디지털 디자인해 표준화했을 것이다. 표준화된 프로세스는 인원 변동에도 관계 없이 최적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디지털화 과정에서 다수의 시니어 직원, 경험자들의 아이디어를 적용해 경쟁사 대비 전혀 다른 고객 경험을 가진 프로세스를 디자인 했다면, 누가 임원이 되고 누가 인사 이동을 하더라도 회사의 노하우와 차별성은 유지 및 발전됐을 것이다. 이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이 되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RPA의 가치는 바로 이런 것이다.

앞서 말했듯, 스타 CEO로 인한 탑다운(Top Down) 경영 방식은 많은 일을 일사불란하게 진행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더 이상 탑다운 방식만으로는 진정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직원들은 리더로부터 주어진 ‘숙제’를 받아 업무를 하기 때문에 주체적인 참여를 할 수 없고,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어 창의적인 결과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근무 환경, 조건, 보상’을 해 주더라도 직원들이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반면, 바텀업(Bottom Up)은 자발적 참여이다. 결과가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접근과 시도로 인해 창의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문제는 그 과제의 지속 가능성을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특히, 업무의 추진 동력이 수 많은 주체들에게 분산되면 결과를 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만약 탑다운으로 추진동력을 받으면서 바텀업으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회사 업무를 진행한다면 그 효과는 어떨까?

RPA를 통해 이런 일들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탑다운으로 RPA를 도입하고, 전사적으로 모든 직원들이 참여하게 했다는 부분에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전개 과정에서 직원들 스스로 자신들의 생각과 경험을 반영하여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자발적 관여와 확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기업 경쟁력의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혁신의 방법론이며, 한국 기업들의 근본적 경쟁력을 완전히 탈바꿈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RPA를 도입했다고 모두 그런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다. 모든 기업이 RPA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RPA 프로그램 마다 각각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RPA 벤더들도 저마다 철학이 다르다.

RPA는 기술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이다. 특정 업무를 자동화해서 사람을 줄이고, 이를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RPA를 도입해 운용하는 회사들 중에서 성공 사례로 언급되고 있는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단 한 곳도 없다. 최근 업계에서 조명을 받으며, 가장 성공적인 디지털 변혁의 사례로 언급되는 회사들은, 앞서 말한 것처럼 RPA를 통해 직원들 하나 하나의 경쟁력을 디지털 자산화하고, 더 확고하게 만들어준 곳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RPA가 철저히 CEO 아젠다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일본은 RPA를 CEO 아젠다를 넘어 국가적 아젠다로 택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장은구 대표는 2018년 2월 유아이패스 코리아에 1호로 합류하면서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고 사업 기반 구축과 인력 및 조직 구성을 시작했다. 미국계, 일본계, 유럽계 글로벌 대기업 및 한국 대기업 중역 경험을 보유한 경력자이며 에너지 산업 부문부터 금융, 제조 서비스, IT 부문까지 다양한 인더스트리 경험을 보유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의 비즈니스 리더로서 유아이패스의 글로벌 정책과 철학을 한국 시장에 전파하고, 한국적 현실에 적합한 RPA 모델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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