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 세계 시장을 쥐고 흔드는 IT시장 큰 손이라는 점, 그리고 모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 혁신 기업을 키워낸 공간이다. IT조선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아 혁신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달리는 주요 인물을 만나 그 비결을 탐구한다. [편집자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알람 때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면서 현대인 대부분은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그리고 알람은 하루종일 울린다. 카톡 등 메신저를 비롯해 약속시간을 저장해 놓은 알람 등 종류도 다양하다. 오죽하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과 연결을 끊자’는 의미에서 ‘디지털 디톡스(detox·해독)’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는 세계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영국 듀크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내놓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반인은 하루 평균 65~80건의 알람을 받는다. 각종 스마트 기기가 울려대는 알람으로 헝클어진 집중력을 다시 모으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5분이다. 두 번의 알람만으로 하루 한 시간 가량의 집중시간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명상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3분짜리 명상 콘텐츠를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하 심플해빗 대표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IT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IT조선
김윤하 심플해빗 대표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IT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IT조선
앱 마켓에는 다양한 명상 앱이 존재하지만 그 중 눈길을 끄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은 심플해빗(Simple habit)이다. 심플해빗은 2016년 한국인 창업가 김윤하 대표(30)가 설립했다. 특히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가 주목하는 인물이다. 김 대표는 2016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유망주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심플해빗은 명상 콘텐츠의 스포티파이(Spotify)다. 명상 콘텐츠를 구독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용료는 월 4500원이다. 현재 총 2000개 이상의 명상 콘텐츠가 수록돼 있다.

심플해빗은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든 신생기업이지만 성과는 중견 기업 못지 않다. 심플해빗은 설립 후 지난해 10월까지 총 1300만달러(153억 4300만원)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 중에는 드롭박스 설립자 드류 휴스턴(Drew Houston)이 포함됐다. 올해 기준 세계 이용자 수는 350만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총 500만달러(59억원)에 이른다.

IT조선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500 3rd Street에 위치한 심플해빗 사무실에서 김윤하 대표를 만났다.

./ 심플해빗 홈페이지 갈무리
./ 심플해빗 홈페이지 갈무리
◇ "명상도 가볍게 구독하세요"

심플해빗이 실리콘밸리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구독'에 있다. 무제한 요금제로 가입하면, 일상 생활을 하면서 마치 습관(habit)처럼 언제 어디서나 꺼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각각의 콘텐츠는 3분에서 5분 정도로 짧다. 자연스레 20대 전후 젊은 여성과 실리콘밸리 내 스타트업 대표들이 많이 찾아 듣는 이유다.

심플해빗은 명상 콘텐츠 마켓 플레이스를 표방한다. 새로운 콘텐츠가 주기적으로 계속 업로드된다. 그러다보니 심플해빗은 경쟁 서비스인 헤드스페이스(Headspace)나 캄(calm)보다 명상 콘텐츠가 더 많다. 경쟁 서비스와 비교해 후발주자인데다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위를 점하는 이유다.

다양한 콘텐츠는 일상 생활 속 수많은 상황을 반영한다. 면접 직전이나, 남자친구랑 헤어졌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등 상황에 맞게 꺼내들으면 된다. 회사 상사에게 혼났을 때 기분을 풀어주거나, 심지어 오르가즘이 필요할 때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우울증 증상을 완화하는 콘텐츠도 있다.

김 대표는 "심플해빗은 이용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넘어, 일상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며 "실제 앱 이용자들은 단순히 ‘명상’을 하려고 앱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양 만큼 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심플해빗은 콘텐츠를 만들 때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했다. 명상 전문가를 포함해 테라피스트(Therapist)나 의사도 포함된 이유다.

주요 트레이닝 프로그램 과정을 거치거나 자격증을 가졌는지, 어느 정도 업계에서 인지도를 쌓은 인물인지 철저히 검토한다. 30년 넘는 경력을 가진 ‘프로'라도 이용자가 듣는 데 불편한 목소리라면 과감히 배제한다. 의사는 치료 자체가 아닌, 다양한 의학 상식과 치료를 위해 콘텐츠를 제작한다.

물론 이용자들 선택을 많이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명상 전문가를 퇴출하지는 않는다. 많은 이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콘텐츠는 알고리즘에 따라 하단 노출 순위로 밀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심플해빗 사무실./ IT조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심플해빗 사무실./ IT조선
◇ "명상 경험이 구독 서비스 모델 아이디어로"

김윤하 대표가 명상 콘텐츠를 구독 서비스로 구상한 것은 김 대표 본인 경험 덕분이다. 그는 명상으로 마음을 자주 다스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직후 월스트리트 은행에서 근무하다 모바일 광고 잠금 앱을 만든 로켓(Rocket)을 창업했다. 그리고 그는 로켓을 성공적으로 엑시트(Exit)했다. 로켓을 성공 가도에 올려 놓았지만, 그 과정에서 김 대표는 ‘번아웃(Burn out, 심리적 탈진)’에 시달렸다. 그 때 접한 것이 명상이다.

김윤하 대표는 "대표는 누가 일을 주지 않아도 일이 끝나지 않는 자리다"라며 "매주 100시간 넘게 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내 자신을 잘 챙기지 않으면 결과물도 좋지 않다는 걸 첫 회사 운영 때 절실히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금도 매일 오전 직원들과 회의 전 ‘회의 전에 듣는 명상’ 콘텐츠를 들으며 명상한다.

◇ "다양성이 혁신 기반"

심플해빗은, 회사가 위치한 실리콘밸리와 닮았다. 다양성 그 자체다. 22명의 직원은 나이, 성별, 인종이 모두 다르다.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는 다양성의 공간이다"라며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다양성을 포용할 줄 아는 인재가 모여있는 곳이다"라고 소개했다. 그가 실리콘밸리에 심플해빗 둥지를 마련한 이유기도 하다.

김 대표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기업가 과정 수업 중 다양성이 혁신의 기반이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수업 시간 중 한번은 인종·성별이 비슷한 이들과 팀을 이뤘고 다른 한번은 특징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뤘다"며 "오히려 다양한 구성원과 함께 했던 때가 점수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심플해빗은 전 세계 다양한 이용자에게 다가가는 글로벌 서비스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당장 생긴 감정을 풀어주는 것을 아니라 현재 발생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