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 세계 시장을 쥐고 흔드는 IT시장 큰 손이라는 점, 그리고 모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 혁신 기업을 키워낸 공간이다. IT조선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아 혁신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달리는 주요 인물을 만나 그 비결을 탐구한다. [편집자주]

공유경제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공유경제는 집, 자동차, 사무실 등 개인이 소유하기엔 다소 가격이 부담되는 것들을, 잠시 필요할 때만 빌려 쓰는 서비스 개념이다. 공유경제가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 여러 공유경제 기업 몸값도 오른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업 모델이 속속 등장하면서 국내 IT업계에도 공유경제 붐이 일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우버와 함께 공유경제라는 패러다임을 이끄는 대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2008년 설립한 숙박 공유 플랫폼을 운영한다. 집 소유주가 공간을 쓰지 않고 있을 때 남과 ‘공유'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에어비앤비는 2017년 기준 36조6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올해 중 IPO(기업공개)도 앞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888 Brannan가, 10층이 채 되지 않는 아담한 건물에 위치한 에어비앤비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다른 회사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개방성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사옥 1층은 마치 호텔 로비와 같아 방문객 모두에게 열려있다. 각 층에서는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공유'한다. 애플 본사가 자사 직원에게 조차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한한 것과는 다르다.

1층에서 바라보면 모든게 다 열려있는 느낌이다. 위를 올려다보면 각 층에 위치한 회의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유리창 너머로 에어비앤비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회의실은 캠핑카나 텐트처럼 꾸며져 있다. 에어비앤비 사옥 자체가 하나의 에어비앤비 숙소 같다. 에어비앤비는 사옥 건물처럼, 모두에게 열려있는 조직 문화를 지향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본사 건물. 1층 로비에서는 각 층에 위치한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IT조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본사 건물. 1층 로비에서는 각 층에 위치한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IT조선
IT조선은 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어비앤비 본사에서 유호현 엔지니어를 만나 에어비앤비와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 이야기를 들었다.

유호현씨는 에어비앤비 결제(Payment) 시스템 개발팀 소속 엔지니어다. 이전에는 트위터에서 한국어 자연어 처리 개발을 맡았다. 그는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에 재직 중인 4명의 한국인 동료들과 함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실리콘밸리를 그리다'라는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현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최근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라는 책을 통해 실리콘밸리 기업 작동 원리와 문화를 파헤치기도 했다.

유호현 에어비앤비 엔지니어가 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IT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IT조선
유호현 에어비앤비 엔지니어가 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IT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IT조선
―에어비앤비와 트위터 차이는

"두 회사 모두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이 아니라는 점은 비슷하다.

양 사의 대표 성격이 다르다. 잭 도시(Jack Dorsey) 트위터 대표(CEO)는 구성원에게 영감을 주길 좋아한다. 영적 리더 같은 느낌이랄까.

반면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 에어비앤비 대표는 챔피언(Champion) 같다. 챔피언이라는 뜻은 단순히 운동 경기 승리자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그들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트위터와 에어비앤비가 지향하는 목표도 다르다. 트위터는 자부심이 세다. 남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사업(Make us proud)을 하고 싶어한다.

에어비앤비 미션은 게스트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게스트가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직원끼리도 경쟁하기 보단 협력을 하는게 더 중요하다. 가족같은 문화다. 코드 짤 때도 누가 더 잘 만드는지를 경쟁하기보다 서로서로 도와주려 한다. 물론 한국 기업이 흔히 얘기하는 그런 ‘가족같은 분위기’를 말하는 건 아니다.

체스키가 맡은 역할은 ‘Executive Decision Maker’다.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특화된 매니저라는 뜻이다. 에어비엔비는 대표라고 모든 결정을 마음대로 내릴 수 없다. 회사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이를 최종적으로 취합해 결정을 내리는 역할만 맡는다. 나는 나대로, 체스키는 체스키대로 각자 역할을 가진 똑같은 직원일 뿐이다."

―실리콘밸리에선 직원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다. 에어비앤비는 다른가

"경쟁은 다른 회사랑 하면 된다. 직원들끼리 할 필요 없다는 주의다. 사실 외부에도 우리 경쟁 상대는 별로 없다. 우리는 대신 진짜 멋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배려받는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자는게 목표다."

에어비앤비 점심 식사 메뉴는 세계 각국 전통 음식으로 구성된다. 6일은 태국 방콕 현지 음식이 메뉴로 나왔다./IT조선
에어비앤비 점심 식사 메뉴는 세계 각국 전통 음식으로 구성된다. 6일은 태국 방콕 현지 음식이 메뉴로 나왔다./IT조선
―실리콘밸리는 평등한 기업문화를 가진 대신 해고가 쉬운 듯 하다.

"해고가 꼭 나쁜 건 아니다. 이직 역시 쉽기 때문이다. 공채 중심 채용 문화를 가진 한국과 달리 실리콘밸리는 이직이 활성화됐다.

실리콘밸리는 직원에게 제대로 된 몸값을 주고 직원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일하도록 한다. 회사는 직원을 단순 일꾼이 아닌, 전문 지식을 갖춘 파트너로 대한다. 자아실현을 위해 커리어를 쌓는 게 직원 목표가 되면 회사가 일을 하지 말라고 해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직원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일하지만, 그 목표가 회사와 맞아 떨어지면 회사도 직원과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기존 구성원보다 더 잘난 사람을 뽑는다. 그래야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도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이 조직에 많아지면 다른 조직을 찾아 떠나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선 회사가 을이고 직원이 갑이다. 그리고 실리콘밸리가 사람 자르는 걸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직원은 원하는 근무 환경과 연봉을 보장 받으면 언제든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다. 회사는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여 직원을 뽑아도, 떠나겠다고 하면 붙잡을 수 없다."

―우리나라 기업이 수직적 구조를 갖게 된건 유교라는 문화적 배경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과연 실리콘밸리처럼 수평적 기업 문화를 가질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도 처음부터 수평적 문화는 아니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농경 사회처럼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했을 때는 리더 말을 따르는게 중요했다. 지금처럼 자존감과 자아 실현이 필요한 시대는 다르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대에는 어른들의 말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볼 수도 없다."

―책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직원들이 각자 자신 커리어와 목표를 위해 일하고, 평등한 ‘역할조직'을 갖추고 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리더 1인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조직 전체를 이끌고 혁신을 이룬 아마존이나 테슬라, 애플 같은 곳도 있지 않나

"맞다. 모든 기업이 다 역할조직은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는 대표 1인의 강력한 리더십이 혁신의 비결이라고 강조하면서 그 사례로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등을 언급한다. 문제는 그들이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가 아니지 않나. 대표 혼자 제품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할 능력이 있다면 위계조직도 괜찮다.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다.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한 리더의 위계조직이 흔히 하는 실수가 이런 것이다. 스마트폰을 빨간색으로 만들었는데 ‘사장님이 야한색을 싫어한다’며 군청색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금 트렌드는 빨간 색인데. 그럼 망하는거다. 이처럼 위계조직의 문제는 대표 혼자만의 생각이 회사 미션이 된다는 점이다. 이런 조직에서 구성원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는커녕 그저 대표가 시키는 대로 한다."


에어비앤비 로고./ IT조선
에어비앤비 로고./ IT조선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 대표급이다. 한국에서도 공유경제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국에선 뭐든 새로운게 나오면 일단 크게 보는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도 실리콘밸리에는 없다. 에어비앤비는 블록체인에 관심 없다. 인공지능(AI)도 신경 안 쓴다.

그저 고객이 호텔에 머물렀을 때 불편하게 느꼈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뿐이다. 지금도 여기에만 집중한다. 우리 미션을 위해 블록체인이 무슨 필요가 있나.

한국에서는 공유경제가 혁신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왔으니 빨리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공유경제가 그냥 최근 생긴 경제 섹터(Sector) 중 하나다. 이는 한국이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후발주자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글로벌 트렌드가 생겨날 때마다 따라가기 바쁜거다.

지금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상 남의 것을 벤치마킹해서 겨우 따라 갈 정도 수준의 나라가 아니다. 새로운 대세 트렌드가 나온다고 해서 따라만 갈 것이 아니라 이를 뒤집을 또 다른 패러다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문화, 케이팝(K-pop)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해외에서 벤치마킹하고 춤을 따라해봤자 방탄소년단(BTS) 본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제2벤처붐을 만들겠다며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에 발벗고 나선다. 사실 실리콘밸리 기업을 살펴보면 정부가 지원해 성장한 사례가 없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했다면 에어비앤비가 탄생했을까. 정부가 그렇게 나서는게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시장 아젠다가 정부 아젠다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그저 업계 최신 키워드를 따라가려고 한다. 시장이 필요한게 아니라 정부가 필요한 사업을 하게 되면 시장에 왜곡이 발생한다."

―한국에서 에어비앤비는 내국인이 이용하면 불법이다.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규제가 있다. 에어비엔비에서는 규제가 사업에 저해가 된다고 보지 않나

"우리가 옳다고 보지 않는다. 에어비앤비가 선이고 호텔 등 기존 산업이 악인 게 아니다. 그저 이해 관계가 충돌한 것 뿐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정치 체제마다 다르다. 그냥 우리는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언젠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실리콘밸리는 프리미어리그다. 손흥민이 계속 함부르크에 남아 있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 토트넘에서 부르는데 남아있겠다는 결정을 내리는게 더 어렵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일을 잘하는 직원이 아닌, 각자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공채 중심 채용이 아니다보니 인력 시장도 활발하다. 직원들은 언제든 다른 곳으로 이적이 가능하다. 실리콘밸리는 이처럼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회사들도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