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4억 중국인들은 영어를 얼마나 공부할까?

입력 2019.06.11 08:49 | 수정 2019.06.11 08:56

#중국 상하이 푸동의 한 쇼핑몰 화웨이 스마트폰 특설매장. 기자가 들어서자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직원이 다가왔다. 기자는 ‘푸동’이라는 신흥도시 그리고 마치 국내 대형쇼핑몰의 삼성 갤럭시 매장을 연상케 하는 매장을 보고 으레 대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영어를 던졌다. 순간, 직원은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기자에게 마이크 모양을 누르고 얘기하라는 시늉을 했다.

놀라웠다. 마치 영어 테스트를 받는 분위기로 떠듬떠듬 한 기자의 말 ‘Have you ever heard about huawei’s new smartphone operating system?(화웨이의 새로운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대해 들어봤나요?)’을 스마트폰은 정확히 인식해 받아 적고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채 1초도 지나지 않아 화면 절반에 중국어가 하나씩 등장하고 있었다. 기자가 말을 끝낸지 2~3초 지났을까. 직원은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노~"라고 답변했다.

#상하이에서 중국판 우버 ‘디디’로 택시를 처음 불렀다. 과거 중국에서 택시기사의 장난(?)에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우버를 떠올리며 신용카드로 결제하겠다는 요량이었다. 디디로 택시를 부르자 우버와 마찬가지로 역시 놀라울 정도로 빨리 택시는 도착했다. 그리고 택시기사에게 영어로 ‘신용카드로 결제하겠다’는 말을 남겼으나 그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국어로 답했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 기자는 신용카드로 결제가 됐느냐는 말과 함께 내리려 하자, 그는 민망할 정도로 큰 소리로 소리를 질러댔다. 중국어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왜 돈을 안 내고 내리려고 하느냐?’는 항의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중국인데 왜 감히 영어를 쓰느냐?’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무섭게 변화하는 모습에 놀란다. 여기 저기 간판에는 ‘하이테크’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일면 이미 우리나라를 앞서보이기도 한다.
기자가 중학교 시절 TV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래에는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힙색 크기의 장치를 차고 있으면 전세계 모든 언어를 실시간 번역해준다는 것이다. 어느새 현실이 됐다. 그러면서 나의 과거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중고등학교 때 주 4회 이상 영어수업을 들었다. 방과 후 영어학원은 별도다. 대학때는 토익점수를 올려보려고 도서관에서 많이도 앉아있었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캐나다에 어학연수도 갔다 왔다.
지금 중학교 1학년인 기자의 딸도 영어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다. 아직도 영어 비중은 매우 높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 기자를 비롯 많은 부모의 영향이 컸을 듯 싶다.
중국 학생들은 영어에서 상당히 자유로워 보인다. 그 시간에 많은 청년들이 뭔가 더 특별한 자기개발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새로 뜨는 분야에는 언제나 중국이 수위를 다투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하는 ‘CES 아시아 2019’에서도 수많은 중국 청년 기업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최측은 소개했다.

물론 영어는 중요하다. 만국 공통어나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중국인들도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기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는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다. 좀 더 창의적이거나 능력을 살릴 수 있는데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자원이 없어 두뇌밖에 없다’는 우리 민족이 글로벌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말이다.

CES 2019 주최측은 이번 행사에 인공지능(AI)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전망했다. 최근 독일의 특허 조사기관은 전세계 주요국 AI 특허 출원 현황 보고서에서 향후 AI 분야 지식재산권 분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 톱10 국가에 우리나라는 없었다. 중국은 2위, 일본은 4위 였다.
IT강국인 우리나라가 AI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들었다. 이참에 우리 정부가 돈을 쏟아 부어 전세계적으로 통용될 제대로 된 AI 통번역 프로그램을 하나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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