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성능기록부 책임보험제 시행, '시장 혼란만 가중해 대책 시급'

입력 2019.06.12 10:03

정부가 6월부터 성능·상태점검기록부(성능기록부) 발급 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중고차 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지만 시행 초기 시장혼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가두행진을 펼쳤다. / 안효문 기자
국내 2대 중고차 단체 중 하나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성능기록부 책임보험 의무가입 제도(책임보험제)가 중고차 가격 인상만 가져올 뿐 소비자 보호 효과가 적고, 제도 도입 시 판매일선의 참여가 배제됐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시위 현장에는 3000명 이상의 중고차 매매업 관계자들이 운집했다. 곽태훈 연합회 회장 등 고위관계자 3인은 삭발식까지 감행하며 책임보험제 폐지를 주장했다.

책임보험제는 성능기록부 내용이 실제 차 상태와 다를 경우 보험사가 중고차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보상하는 제도다. 앞으로 모든 성능점검업체는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미가입 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소비자는 중고차 매매사업자로부터 차를 구매할 때 반드시 성능기록부를 받아야 한다. 매매사업자는 중고차 거래 전 성능점검업체에 차 상태를 점검을 의뢰하고 성능기록부를 발급받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성능기록부는 60여개 항목 이상의 수리 유무와 상태 등의 정보를 기록한 문서다. 여기에 중고차 법정 품질보증(2000㎞ 또는 1개월)을 받기 위한 근거가 된다.

제도 시행 전부터 판매일선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책임보험제 도입으로 중고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서다. 보험업계에서 추산하는 책임보호제로 인한 추가 비용은 연간 600억원 수준이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중고차매매사업 관계자는 "국산차는 3만원대, 수입차는 5만원대였던 성능점검비용이 책임보험제 시행 후 10만~20만원까지 치솟았다. 수입차의 경우 50만원 이상 청구될 수도 있다"며 "1만~2만원에 민감한 중고차 구매자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제도 시행 전인)5월에 성능기록부를 발급받은 매물을 판매하면서 근근히 버티고 있다. 새로 성능기록부 발급 받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책임보험제 시행 전후 중고차 판매 일선에 성능상태 표준점검료 자료가 전달됐다. 주행거리와 차종 등에 따라 점검료가 책정된 것으로, 기존 성능기록부 발급 비용과 책임보험료가 더해진 금액이다. 해당 표에 따르면 최종 점검료는 3만4000~51만4000원 수준이다. 판매일선에서는 성능점검 업체들이 보험료 추가와 함께 점검 수수료도 함께 올려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중고차 판매업자는 "기존 성능기록부 점검료는 협회 승인 비용과 충당금 등을 포함한다"며 "문제 발생 시 지금까지 충당금을 모아 처리한 구조인데, 책임보험제에서 불필요한 충당금을 없애지 않고 오히려 점검 비용을 슬그머니 올려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보험제 도입 초기라지만 판매일선의 대응은 지역별로 제각각이다. 수수료 항목에 책임보험료를 추가해 영수증을 발급하는 곳도 있지만, 일부 지역 매매조합은 성능기록부는 발급받되 보험료 책정은 거부하거나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5월31일자로 성능점검을 받은 매물로 버티는 곳도 있다. 개인거래는 성능기록부 발급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 매매사업자가 개인거래로 우회할 위험도 있다. 국토부는 20일부터 부산 지역을 시작으로 책임보험제 실사에 나설 계획이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최근 성능기록부에 사진항목이 추가된 것과 같이 기존 성능점검제도를 보완 관리할 수 있음에도 소비자에게 비용 추가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책임보험제는 중고차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것일 뿐이다. 엔진, 미션의 이상 상태나 미세누유 등의 내용이 성능기록부에 기록되는 경우 소비자는 수리도 받지 못하고 보험료만 부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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