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생활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드갬블, 즉 P&G는 창립 181년이 된 장수기업이다. 미국내 대다수 명문 기업들이 그렇듯, P&G 역시 IP포트폴리오 면에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2012년 이후 1000건에 육박하는 특허를 매년 쏟아내며, 전형적인 생필품 업체에서, ‘테크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9년 6월 현재 P&G는 총 1만8254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술별로 나눠보면, 역시 생활필수품 관련 특허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다음으로는 처리조작과 화학, 섬유 등 순이다.
이렇게 어려운 기술 카테고리로 분류하다보면 아무래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AI 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P&G의 모든 특허명세서상에 나와있는 주요 키워드를 전부 노출시켜봤다. 기술 키워드를 쫙 펼쳐놓은 후 그 분포도를 직관적으로 그래픽화 시킨 것이다. 굵고 진한 글씨체일수록, 특서문서상 언급이 많이 된 키워드라는 얘기다. 아래와 같이 ‘absorbent’ 즉 흡수, 흡착 등과 같은 용어가 제일 많이 눈에 띈다. 결국 P&G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제품은, 바로 흡수·흡착기술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저귀나 요실금 패드, 생리대 등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매일 아침 면도를 하는 남성이라면 알 것이다. 차디찬 면도날로 면도를 해야한다는 게 얼마나 고역인지를. 특히 겨울철엔 면도날이 찰 경우 얼굴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면도 전 스팀 타월로 얼굴을 따뜻하게 해주거나 면도날을 온수에 한참 담궈둔 뒤 사용하곤 한다. 이 특허기술을 활용하면 바쁜 아침 그럴 필요 없다. 면도기 손잡이에 장착된 전원을 통해 흘러나온 전류가 금속성 면도날을 적당한 온도로 데워주기 때문이다
◇ ‘스타트업 DNA’의 꿀단지, 특허!
방금 온열 면도기의 예를 보며 ‘200년 다돼가는 기업이 왠 클라우드펀딩’이냐는 의아한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최근 P&G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납득이 간다. 이 회사의 주력제품은 모두 생필품이다. 쓰다보면 언젠가는 다 떨어지고, 일정 주기로 다시 구매해야하는 패턴의 연속이다. 생필품은 전형적인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형 아이템이다. B2C 소비재가 대부분 그렇듯 P&G는 바로 이 구독경제를 표방하는 전 세계 스타트업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구독경제는 와이즐리를 탄생시켜 면도날을 정기 배송해준다. 해피문데이는 가입 고객들이 생리 3일전에 생리대를 민망하지 않게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해준다. 스타트업들의 이같은 공세는 영원할 것만 같던 P&G의 성장세에 실제로 큰 타격을 주고 있다.
2019년 1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마크 프리차드 P&G 최고브랜드책임자(CBO)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가진 현지 인터뷰에서 "P&G는 181년 전통의 명문기업이 아닌, 그저 181년치 노하우를 가진 ‘스타트업’이다"라고 말했다. 업력에 기대기 보단 실력으로 당찬 스타트업들과 겨뤄보겠단 얘기다. P&G의 믿는 구석, 181년 묵은 노하우 꿀단지는 바로 ‘특허’인 셈이다.
유경동 IP컨설턴트는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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