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속도를 낸다. LG그룹의 미래 IT전략을 책임지는 LG CNS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날 수 있는데다가 1조원에 달하는 자금까지 확보할 ‘1타 2피’ 전략으로써 그룹 차원의 사업재편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다.
LG CNS는 정보기술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솔루션 개발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계열사다. 2018년 매출 3조1177억원, 영업이익 1871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로 꼽힌다.
◇ 공정위發 ‘소나기’ 피하자
업계는 LG CNS 지분 일부 매각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8월 입법 예고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피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보유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 20%)이고 내부거래비율 12%, 혹은 200억원 이상인 법인은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이 보유한 자회사 중 지분 50%를 넘는 기업에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추가로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LG CNS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2%를 웃돈다.
구광모 회장 등 LG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한 LG 지분은 약 44%다. LG는 LG CNS 지분 약 85%를 보유했다. 여기에 구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은 2%를 조금 넘는다. 즉 공정거래법 규제를 피하려면 LG가 보유한 LG CNS 지분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려야만 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 그룹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투자금융(IB) 업계에 지속적으로 알아본 것으로 안다"며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LG는 2018년 11월 서브원을 공정위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정리했다. 서브원은 LG가 지분 100%를 갖고 있던 자회사였다. 그룹 계열사 내부 거래는 해마다 70%를 넘었다.
당시 LG는 서브원에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부를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단행했다. 존속회사로 남겨진 에스앤아이(S&I)는 건설업만 남겼다. LG그룹은 이후 물적분할한 서브원 매각 절차를 추진했다.
◇ 1조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강점은 더욱 강하게"
LG CNS 매각이 본격화되면 LG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더욱 힘을 실을 전망이다. 1조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을 신성장동력을 위한 자금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차량용 전장사업과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산업혁명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제시해 왔다.
LG유플러스는 PG사업부 매각에 나섰다. 업계 2위임에도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데다가 다양한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또 LG유플러스가 추진하는 CJ헬로 인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유료방송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1위 복수 유선방송업체(MSO)인 CJ헬로 지분 50%를 약 8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PG사업부를 매각해 4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면 CJ헬로 인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결제대행사업 매각검토를 하면서 사업재편에 나선 듯 하다"며 "비핵심사업을 매각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이 될만한 사업을 키우는 선택과 집중을 한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