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속도를 낸다. LG그룹의 미래 IT전략을 책임지는 LG CNS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날 수 있는데다가 1조원에 달하는 자금까지 확보할 ‘1타 2피’ 전략으로써 그룹 차원의 사업재편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LG는 "LG CNS 지분 일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라며 "다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공시했다. 업계에는 LG CNS 지분 37.7%를 매각하기 위해 매각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지분 매각 대금은 약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LG CNS는 정보기술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솔루션 개발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계열사다. 2018년 매출 3조1177억원, 영업이익 1871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로 꼽힌다.

◇ 공정위發 ‘소나기’ 피하자

업계는 LG CNS 지분 일부 매각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8월 입법 예고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피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보유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 20%)이고 내부거래비율 12%, 혹은 200억원 이상인 법인은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이 보유한 자회사 중 지분 50%를 넘는 기업에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추가로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LG CNS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2%를 웃돈다.

구광모 회장 등 LG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한 LG 지분은 약 44%다. LG는 LG CNS 지분 약 85%를 보유했다. 여기에 구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은 2%를 조금 넘는다. 즉 공정거래법 규제를 피하려면 LG가 보유한 LG CNS 지분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려야만 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 그룹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투자금융(IB) 업계에 지속적으로 알아본 것으로 안다"며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LG는 2018년 11월 서브원을 공정위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정리했다. 서브원은 LG가 지분 100%를 갖고 있던 자회사였다. 그룹 계열사 내부 거래는 해마다 70%를 넘었다.

당시 LG는 서브원에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부를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단행했다. 존속회사로 남겨진 에스앤아이(S&I)는 건설업만 남겼다. LG그룹은 이후 물적분할한 서브원 매각 절차를 추진했다.

◇ 1조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강점은 더욱 강하게"

LG CNS 매각이 본격화되면 LG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더욱 힘을 실을 전망이다. 1조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을 신성장동력을 위한 자금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차량용 전장사업과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산업혁명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제시해 왔다.

 구광모 회장. / LG제공
구광모 회장. / LG제공
LG는 구광모 회장 취임이후 꾸준히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했다. 비주력사업은 축소하는 대신 주력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LG전자는 비주력 사업인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으며 멤브레인(수처리용 여과막) 사업울 LG화학에 양도했다. 반면 LG전자는 VC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를 약 1조4000억여원에 인수했다. 이는 그룹 역대 최대 인수합병(M&A) 규모다.

LG유플러스는 PG사업부 매각에 나섰다. 업계 2위임에도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데다가 다양한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또 LG유플러스가 추진하는 CJ헬로 인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유료방송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1위 복수 유선방송업체(MSO)인 CJ헬로 지분 50%를 약 8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PG사업부를 매각해 4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면 CJ헬로 인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결제대행사업 매각검토를 하면서 사업재편에 나선 듯 하다"며 "비핵심사업을 매각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이 될만한 사업을 키우는 선택과 집중을 한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