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애니 제작 환경 근본부터 바꾸는 '넷플릭스'

입력 2019.06.14 06:00

넷플릭스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넷플릭스는 일본 현지 5개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전 세계 마니아층을 공략할 수 있는 독점 콘텐츠를 만들 채비를 마쳤다. 넷플릭스와 손잡은 제작사는 장기간에 걸쳐 넷플릭스에 작품을 공급한다. 제작사는 이를 통해 넷플릭스로부터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넷플릭스의 투자가 저임금 문제와 인재 부족에 시달리는 업계 구조를 바꿀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아니마', ‘서브리메이션', ‘데이비드 프로덕션' 등 3사와 포괄적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넷플릭스는 2018년 ‘프로덕션 I.G’, ‘본즈' 등과도 같은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총 5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넷플릭스의 독점 애니메이션 제작 기지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제작사 아니마는 넷플릭스 독점 SF 드라마 ‘얼터드 카본'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다. 서브리메이션은 게임 ‘드래곤즈 도그마'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데이비드는 인기 만화 ‘스프리건'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를 제작한다.

공각기동대 SAC 2045 주인공인 ‘쿠사나기 모토코' 일러스트. / 넷플릭스 제공
프로덕션 I.G는 세계적인 히트작 ‘공각기동대'를 소재로한 신작 ‘공각기동대 SAC 2045’를 제작 중이다. 감독은 ‘공각기동대 스탠드얼론 컴플렉스’ 시리즈를 만든 ‘카미야마 켄지(神山健治)’와 일본 첫 3D 극장 애니메이션 ‘애플시드’를 제작했던 ‘아라마키 신지(荒牧伸志)’가 참여한다. 캐릭터 디자인은 러시아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일리야 쿠브시노브(Ilya Kuvshinov)’가 담당했다.

프로덕션 I.G는 넷플릭스에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작품을 공급하는 몇 안 되는 회사다. 이시카와 미쯔히사(石川光久) 프로덕션 I.G 대표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회사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고, 이는 불법복제 콘텐츠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다.

◇ 일본 애니 제작자 창작 환경 변화시키는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투자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준 가장 큰 변화는 제작자에게 충분한 예산이 직접 전달된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자는 제공받은 예산으로 창작자가 의도한대로 자유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까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TV 방송국, 광고기업, 제작회사로 구성된 ‘제작위원회’를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 사업을 이끌어갔다. 여러 회사가 참가하는 만큼 제작자는 자신이 의도한 대로 작품을 만들기 어렵고, 배당받는 제작비 역시 빠듯하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 해도 예산이 없다.

일본 애니메이터연출협회에 따르면 2019년 애니메이션 제작자 평균연봉은 440만엔(4800만원)이다. 이는 감독 등 핵심 제작자 연봉을 모두 포함해 계산한 것이며, 실제 젊은 제작자가 받는 연봉은 2000만원~3000만원쯤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저임금으로 인한 인재 이탈로 심각한 인재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애니메이션 작품의 질은 낮아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30년 넘게 원화 및 작화감독을 맡아온 코사카 키타로(高坂希太郎) 감독은 IT조선과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등 인터넷 영화 서비스 회사가 애니메이션 작품에 거액의 돈을 투자하는 것은 기회"라고 말했다. 투자 받은 돈으로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중국과 넷플릭스, 아마존 등 해외 자본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동화협회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2조1527억엔(23조4956억원)이다. 시장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2조엔을 넘어섰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60%쯤 증가한 것이다.

콘텐츠 캐피털 기업 싱크 대표인 모리 유우지(森祐治)는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국외 시장 매출은 최근 3년간 3배 이상 성장했다"며 "일본에서 만들었지만 국외 시장에서 판매된 콘텐츠는 매출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국외 시장 매출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2018년 한해에만 90억달러(10조1664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했다. 존 다데리언 넷플릭스 콘텐츠 디렉터는 "2019년 넷플릭스는 2018년보다 더 많은 일본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공급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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