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윤경림 오픈이노베이션사업부 부사장의 최근 중국 ‘CES 아시아 2019’ 기조강연 핵심내용은 ‘중국 우수 기술 도입’이었다. 강연 대부분도 윤 부사장 소개로 무대에 올라온 중국 스타트업 임모터·퀀덩·유비AI 대표들의 기술 자랑으로 채워졌다.

윤경림 현대차 부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중국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9’ 기조강연에서 협력중인 중국기업인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윤경림 현대차 부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중국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9’ 기조강연에서 협력중인 중국기업인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중국 기술 채택에 나서는 것은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SK텔레콤도 자율주행 사업을 위한 지도 제작에 호라이즌 로보틱스 기술을 채택했다. SK는 이 회사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기술 도입은 아니지만 LG화학은 13일 중국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관련 현지 합작사 설립에 합의했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자동차 신기술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의 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보유 신기술을 적극 채택하는 양상이다. 과거 미국이나 유럽 대기업으로부터 받던 기술을 중국 스타트업으로부터 제공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왜 중국인가

가장 큰 이유는 우수한 기술력을 꼽는다. 미래 자동차 기술분야에서 단기간 우리 기업이 추월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이미 경쟁력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중국 자동차업체 홍치가 ‘CES 아시아 2019’에서 공개한 자율주행차. 중국 해남성에서 시험 운전중이며 5G 인프라 구축과 함께 도입 예정이다.
중국 자동차업체 홍치가 ‘CES 아시아 2019’에서 공개한 자율주행차. 중국 해남성에서 시험 운전중이며 5G 인프라 구축과 함께 도입 예정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풀고 전폭적인 지원을 펼치는 반면 국내는 규제는 안 풀리고 지원정책은 아쉬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4차 산업혁명 주요 기반기술에서 우리가 중국에 뒤쳐쳐 있다. 전기차 분야는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차세대 유망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승혁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도 "신성장분야에서 중국 여건이 확실히 뛰어나다보니 기술력도 빠르게 올라간다"며 "AI 분야 경우 최근 세계 톱 수준 자리를 중국기업이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이라는 광활한 시장도 빼 놓을 수 없다. 정부 지원과 맞물려 빠르게 확대된다. 전기차만해도 지난해 중국 시장은 125만대로 30만여대 수준인 유럽, 미국 보다 4배 가량 크다.

◇중국 의존 심화, 문제 없나?

‘기술 유출’과 ‘협약 진정성’ 두가지를 우려한다. 특히 후자에 힘이 실린다. 기술유출에 대해서는 이미 학습효과로 어느정도 대비가 될 것이란 시각이다. 협약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일예로 ‘CES 아시아 2019’에 참여한 자율주행업체 웰메이스터 관계자는 "바이두가 자율주행 관련 많은 업체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바이두가 지분 상당분을 직접 투자했다"며 업무협약 수준 이상임을 강조했다. 바이두가 타 회사와도 제휴를 맺지만 이는 일종 서비스 판매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인정받는 스타트업 상당수는 현지 대기업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과거 전례를 볼 때 양국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함께 해도 핵심기술은 중국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과 손잡아 중국 시장을 선점한다는 기대도 섣부르다는 의견이다. 이미 현대차와 기아차가 경험한 사례지만 현지에서 합자회사를 만든 효과는 기대만큼 오래 가지 않는다. 기아차는 중국 장쑤성 옌청 1공장에서 생산을 포기했다. 지난 4월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도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것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우리 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일본 소재부품 의존 비중을 줄여왔듯이 패스트 팔로우 전략으로 뒤쳐진 부분은 서둘러 중국을 따라잡아야 한다"며 "정부도 보조금부터 규제 등 개선할 부분은 찾아내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