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통3사 CEO의 엇갈린 행보가 시선을 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이 협약 및 포럼, 기조 연설 등 외부활동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반면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불출’하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황창규 KT 회장·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 각사 제공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황창규 KT 회장·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 각사 제공
박정호 사장은 포럼 참석, 글로벌 CEO와 미팅, SK그룹 주요 활동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인다.

박 사장은 1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양자정보통신포럼 창립식에 참석한다. 포럼 공동대표인 김성태 의원과 아서 허먼 박사,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과 진행하는 특별대담에도 나선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양자정보통신 분야 지원을 위한 입법화 및 기술 표준 확보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4일 제주도에서 리플리 싱클레어 CEO와 비즈니스미팅을 가졌다. SK텔레콤은 싱클레어와 손잡고 미 방송 솔루션 시장을 타깃으로 한 합작회사(JV)를 설립했다. 박 사장은 리플리 CEO와 JV의 역할과 미 현지에서 판매할 B2B 모델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부터는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최고 경영진과 함께 2박 3일간 베트남을 방문해 협력 방안을 구상했다.

황창규 회장은 6일 미국 국무부와 네덜란드 정부의 초청을 받아 참석한 GES 2019에서 5G 혁신을 위해 각국 정부의 협조와 전 세계 기업의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의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테프 블록 네덜란드 외교부 장관 등 글로벌 리더를 만나 협력을 요청했다.

황 회장은 12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주최로 개막한 ‘디지털 농업혁신’ 콘퍼런스에도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황 회장은 "ICT를 활용해 농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식량의 40%를 차지하는 축산물을 감염병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17일에는 KT를 방문한 러시아 최대 통신사업자인 MTS그룹의 알렉세이 코르냐 CEO를 직접 만나 글로벌사업 협력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하현회 부회장은 5월 이후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5월 20일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면 화웨이 사태 이후 하 부회장이 언론상에 오르내린 적은 없다. 4월 24일 물리보안업계 1위 에스원과 업무 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것이 그의 마지막 행보다.

이통업계 일각에서는 하 부회장이 최근 조용한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해 화웨이 사태가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15일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발동 하루만인 5월 16일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68개의 자회사를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의 5G 장비 공급사다. 최근 미 정부가 한국에도 화웨이 제재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LG유플러스가 곤란한 입장에 놓인 상황이다. 이슈의 중심에 있는 회사의 CEO인 만큼 외부 행사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이슈와 연관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최근 CEO가 직접 나설 만큼 큰 행사가 없었고, 내부 결속과 결과물을 중시하는 CEO의 경영 스타일에 따른 오해라는 것이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화웨이 보안 이슈에 대한 하 부회장의 해명은 2018년 1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미 충분히 나왔고, CEO가 더이상 직접 언급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하 부회장은 5G 상용화 이후 내부 업무와 함께 치열한 현장 경영으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고, 그에 따른 성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결과물로 보여줄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