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겸 회장이 미국 정부 제재로 향후 2년간 생산량과 매출이 당초 계획보다 300억달러(약 35조6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런정페이 회장은 17일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에서 열린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런 회장은 올해 매출 예상치는 지난해 1040억달러 보다 줄어든 1000억달러 수준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20% 가량 성장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정체를 겪게된 셈이다.런 회장은 실적 저하를 통감한 듯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전략적 공세가 이렇게 클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일부 매체는 런 회장이 "(미국 제재로 인해) 화웨이는 고장난 비행기 처지"라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17일 선전 본사에서 대담을 진행 중이다. /CNN 갈무리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17일 선전 본사에서 대담을 진행 중이다. /CNN 갈무리
런 회장의 이 발언은 그동안 미국 정부 제재에 정공법으로 뚫고 나가겠다고 밝혀온 입장에 반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9에 참석했던 샤오 양 최고전략책임자(CSO)도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지만 화웨이는 잘 살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구글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대안으로 ‘훙망’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미국 제재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런 회장이 이같은 낮은 자세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 제재가 화웨이뿐만 아니라 부품을 수출하는 미국 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결국 해결방안을 찾을 것이란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IT기업들이 정부 조치에 바로 동조를 했지만 그렇다고 자사의 이익을 해치면서까지 협조하지는 않는다"며 "향후 시장 동향 등을 충분히 검토해 적절한 시점에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 기술기업을 대표하는 CTA의 게리 샤피로 회장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행정부의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는 미국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업계는 ‘정부 입장과 다르다’는 의사를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