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 대표 상품군으로 손꼽히는 프라모델 업계가 주 소비층 고령화와 더딘 신세대 유입 속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1980년대 건담과 미니카(mini4WD) 붐으로 475억엔(5184억원)에 달했던 프라모델 출하액은 2013년 150억엔(1637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8년 1월에는 미국 레벨(Revell) 프라모델 제작사를 운영하던 호비코(Hobbico)의 파산 신청으로, 하세가와 등 호비코를 통해 프라모델을 수출하던 일본 모형 제작사가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일본 모형 업체들도 현재 시장 상황이 위기의 문턱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타미야 슌사쿠(田宮俊作·84) 타미야(TAMIYA) 회장은 "어린이에게 모형을 만드는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층의 고령화로 정체된 시장을 살리는 방법은 어린이에게 프라모델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타미야 슌사쿠 타미야 회장. / 김형원 기자
타미야 슌사쿠 타미야 회장. / 김형원 기자
타미야는 한국에서 ‘미니사구'로 유명한 모형 전문 기업이다. 회사는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중반, 2008년 등 세 번의 미니카 붐을 터트리면서 일본 프라모델 업계를 이끌어왔던 선두회사다.

타미야 회장은 시즈오카모형교재협동조합의 대표 등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며, 프라모델 팬 사이서 ‘프라모델 신(神)', ‘살아있는 프라모델 전설'이라 평가받고 있다.

타미야에 따르면 슌사쿠 회장은 5월 8일~12일 열린 ‘시즈오카하비쇼'에서 초·중·고등학생만 입장할 수 있는 날을 정해 시즈오카현 내 5200명 이상의 학생을 무료 초대했다. 프라모델 업계 한 관계자는 "하비쇼에서 학생들만 입장할 수 있는 날이 생긴 것은 이번이 최초다"라고 말했다.

시즈오카하비쇼는 1959년부터 시작돼 6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규모 모형 전시회다. 타미야는 업계 리더로서 하비쇼를 이끌고 있다. 하비쇼가 열리는 트윈멧세 전시장도 전시회 공간을 늘리기 위해 타미야 슌사쿠 회장이 주도해 건물을 증축했다. 하비쇼 기간에는 시즈오카에 위치한 본사 건물을 개방해 무선조종 자동차와 미니카 체험 대회를 열어 어린이 동반 가족 방문을 유도한다.

타미야 회장은 "만드는 즐거움이 프라모델의 본질이며, 업계는 이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타미야가 운영하는 모형 전문점 ‘타미야 프라모델 팩토리'는 타미야 회장이 강조하는 ‘만드는 즐거움'을 대중에게 전하고, 어린 신세대에게 모형 상품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타미야 프라모델 팩토리 서울 양재점. / 김형원 기자
타미야 프라모델 팩토리 서울 양재점. / 김형원 기자
타미야 슌사쿠 회장은 ‘게임'과 ‘유튜브'가 프라모델 업계의 최대 경쟁자라 말한다. 어린이가 장난감이나 모형보다 게임과 유튜브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타미야 회장은 "최근 어린이는 프라모델을 잘 만들지 못한다. 현지 어린이 중 70%가 프라모델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통계가 있다"며 "그나마 미니카 붐을 몸소 경험했던 부모 세대가 아이들에게 모형을 만드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타미야 회장은 또 "프라모델 팩토리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방문하는 매장이다"며 어린이가 모형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 신세대 소비층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하비쇼에 어린이만 입장할 수 있는 날을 만든 것은 대성공이라는 평가다. 타미야 회장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하비쇼에 초대한 것은 성공적이었다"며 "프라모델이 생산되는 과정과 어떻게 만들고 즐기는지까지 모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전달했다. 전시장에서 아이들의 눈이 빛나는 등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을 보고 나 역시 즐거웠다"고 밝혔다.

2019 시즈오카하비쇼에 방문한 초등학생. 타미야 회장은 하비쇼 첫날에 어린이만 무료로 초대해 프라모델 만드는 즐거움을 신세대에게 전달했다. / 시즈오카모형교재협동조합 제공
2019 시즈오카하비쇼에 방문한 초등학생. 타미야 회장은 하비쇼 첫날에 어린이만 무료로 초대해 프라모델 만드는 즐거움을 신세대에게 전달했다. / 시즈오카모형교재협동조합 제공
타미야 슌사쿠 회장은 "분명 게임은 재미가 있지만 프라모델에는 게임에는 없는 아날로그 요소가 있다. 이는 커다란 매력 포인트다"고 말했다.

타미야 회장은 프라모델이 일본 제조업의 기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린이가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커터와 드라이버 등 도구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게 되고, 조립설명서로 집중해서 글을 읽는 능력을 익히게 된다"며 "프라모델 조립으로 어린이는 ‘자동차는 이런 구조구나' 등 실제 탈것의 구조를 알게된다"고 설명했다.

◇ 타미야 수출로 불황 극복, 사업 기본 틀은 ‘품질'

일본 프라모델 업계는 1980년대 호황기대비 3분의 1수준으로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미국 호비코 파산으로 몇몇 업체의 수출 통로가 축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타미야 매출은 거꾸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타미야 매출은 2014년 106억엔(1156억원)에서 2018년 110억엔(1200억원)으로 소폭이지만 증가세를 보였다.

타미야 슌사쿠 회장은 자사 매출 증가가 ‘수출' 덕분이라고 말한다. 타미야 회장은 "현재 타미야 매출의 60%쯤은 해외시장에서 발생된다"고 말했다. 일본 모형 시장규모는 축소됐지만 사업 기반을 수출에 방점을 찍은 덕에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타미야 회장에 따르면 타미야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장난감쇼 ‘뉘른베르크 토이쇼(슈필바렌멧세)’에 50년이상 참가하는 등 오랜기간 일본 외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했다. 최근에는 유럽과 북미에 이어,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타미야 회장은 "모든 시장이 성공할 수 없다"며 "최근 유럽권에서는 벨기에·그리스·스페인 거래처가 없어지고 경제가 탄탄한 선진국만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타미야 히트 상품 ‘미니사구(mini4WD)’. / 타미야 제공
타미야 히트 상품 ‘미니사구(mini4WD)’. / 타미야 제공
타미야 회장은 "모형 업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품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사업을 이어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품질 다음으로 중요한 것으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소비자에게 모형의 매력을 알리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모형 사업을 유지하는 기본이자 바탕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일본 모형 업계는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활용한 캐릭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반다이 스피리츠와 코토부키야 등 모형 전문 기업은 캐릭터 상품 매출 비중이 높다.

타미야 슌사쿠 회장은 "캐릭터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며 회사의 기본 틀인 품질 경영과 신세대 유입 등 업계 우선 과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