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1990년대 게임을 즐기는 레트로 게임 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게임쇼 E3 2019에서는 1995년작 ‘성검전설3’ 리메이크작이 공개됐으며, 넷플릭스가 자사 독점 드라마를 소재로 16비트 게임처럼 만든 ‘기묘한 이야기 3’를 발표했다.

피씨엔진 미니. / 코나미디지털엔터테인먼트 제공
피씨엔진 미니. / 코나미디지털엔터테인먼트 제공
E3 2019 기간에는 게임 제작사 코나미(KDE)가 1987년 등장해 주옥 같은 명작 게임을 남겼던 8비트 게임기 ‘피씨엔진(PC Engine)’의 축소판을 깜짝 공개했고, 게임 제작사 아타리는 1977년 미국에 출시돼 게임기 붐을 이끌었던 ‘아타리2600’을 본떠 만든 ‘아타리 VCS’의 새소식을 전했다.

유튜브에서도 레트로 게임 붐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게임색(Game Sack) 등 수많은 레트로 게임 전문 유튜버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행사를 갖는 등 레트로 게임 붐을 반짝인기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 가고 있다.

패미컴 미니. / 닌텐도 갈무리
패미컴 미니. / 닌텐도 갈무리
게임업계는 레트로 게임 열기에 불씨를 댕긴 것이 8비트 게임기 ‘패밀리컴퓨터’(패미컴)의 미니 버전인 ‘닌텐도클래식 미니 패밀리컴퓨터'라는 시각이다.

닌텐도는 2018년 11월 일본서 열린 실적발표회를 통해 패미컴과 슈퍼패미컴 미니 등 자사 복각 게임기 시리즈 전 세계 누적 판매대수가 100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83년 등장한 8비트 게임기 패밀리컴퓨터의 미니 버전은 전 세계 3040세대를 중심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2016년 11월 국외 아마존, 월마트 등지서 진행된 예약판매는 상품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품절사태를 빚었고, 예약구매 제품 중 일부는 본래 가격인 59.99달러(7만1000원)보다 2~4배 이상 비싼 값으로 매물이 나오는 등 프리미엄 가격이 형성됐다.

닌텐도는 패미컴 미니 판매 호조로 2017년 2분기(4~9월) 3740억엔(3조7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2016년 2분기 59억엔(590억원) 적자에서 2017년 2분기 399억엔(399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닌텐도가 복각 레트로 게임기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자, 게임 업계는 앞다퉈 1970년대~1990년대 레트로 게임기를 미니 버전으로 만들어 선보이기 시작했다.

메가드라이브 미니를 손에 든 사토미 하루키 세가게임스 대표. / 세가게임스 제공
메가드라이브 미니를 손에 든 사토미 하루키 세가게임스 대표. / 세가게임스 제공
1980~1990년대 게임업계를 주도했던 닌텐도를 상대로 게임기 플랫폼 전쟁을 벌였던 ‘세가(SEGA·
현재 세가게임스)’는 16비트 게임기 ‘메가드라이브(MEGA DRIVE)’의 미니 버전을 2018년 9월 공개했다.

메가드라이브 미니는 당초 2018년내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게임 팬들 사이서 미니 버전 게임기 제작사 대만 에이티게임스의 품질 문제를 지적하면서, 게임기 개발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세가게임스는 게임 팬들의 높은 눈높이에 맞춰 게임기 하드웨어를 다시 설계하고, 수록 게임도 명작 위주로 42개나 수록하는 등 팬들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게임기는 9월 19일 국외 시장에 출시된다.

◇ ‘문화'로 자리잡은 레트로 게임 붐

게임업계는 미니 버전 레트로 게임기의 인기를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닌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패미컴·메가드라이브·네오지오·피씨엔진 등 미니 버전 복각 레트로 게임기의 인기가 과거 명작을 재해석하는 ‘리메이크', ‘리부트(ReBoot)’ 트렌드를 일으켰고, 이것이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등 리메이크작 탄생에 힘을 실었다는 시각이다.

명작의 재해석은 리메이크에 한정되지 않는다. PC게임 플랫폼 ‘스팀(Steam)’ 등지에서는 8비트, 16비트 게임 스타일의 각양각색의 인디게임을 접할 수 있다.

8비트 액션게임 형태로 제작된 ‘블러드스테인드 커즈 오브 더 문'. / 플레이스테이션닷컴 갈무리
8비트 액션게임 형태로 제작된 ‘블러드스테인드 커즈 오브 더 문'. / 플레이스테이션닷컴 갈무리
명작 액션게임 ‘악마성 드라큐라(캐슬바니아)’ 시리즈 제작자의 신작 ‘블러드 스테인드’의 경우 게임 출시에 앞서 게임 세계관을 공유하는 8비트 스타일 액션 게임 ‘커즈 오브 더 문'을 선보이기도 했다. 명작 게임 팬을 다시 불러들이는데는 레트로 게임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레트로 게임 열풍은 8비트~16비트 게임기로 다시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는 움직임을 불러왔다.

홍콩 블레이즈프로는 1995년 슈퍼패미컴으로 등장했던 ‘미식전대 바라야로(美食戦隊 薔薇野郎)’를 다시 선보였으며, 일본 게임 유통사 콜럼버스서클은 최근 메가드라이브용 슈팅 게임 ‘그레이랜서'를 27년만에 게임롬팩 형태로 재출시했다.

24년만에 복각된 ‘미식전대 바라야로' 게임롬팩. / 아키바핫라인 갈무리
24년만에 복각된 ‘미식전대 바라야로' 게임롬팩. / 아키바핫라인 갈무리
유튜브에서도 레트로 게임은 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레트로 게임 전문 유튜버 ‘게임색'은 오프라인 게임 커뮤니티를 형성해 레트로 게임 팬들과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명작 게임을 탄생시켰던 게임 개발자를 초빙해 게임 콘텐츠 개발비화를 직접 듣는 토크쇼가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명작 레트로 게임의 음악 콘서트도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게임 인지도에 따라서는 대규모 콘서트 형태로 열리기도 한다. 팬들은 게임 음악 콘서트 현장을 유튜브에 공유해 과거의 추억을 재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