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가 국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 찾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화재청과 라이엇 게임즈는 1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조선 왕실 유물 ‘백자이동궁명사각호(白磁履洞宮銘四角壺)’와 ‘중화궁인(重華宮印)’ 문화재 환수 간담회를 진행했다. 문화재 공개 행사에는 정재숙 문화재청 청장,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백자이동궁명사각호’는 19세기 궁가에서 사용된 백자를 파악할 수 있는 희귀한 자료로, 기록으로만 볼 수 있었던 ‘이동궁’을 실물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드문 예로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중화궁인’은 손잡이(인뉴·印鈕)가 상서로운 짐승(서수) 모양으로 조각돼 있고, 도장의 글씨는 전서와 해서가 혼용된 형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중화궁인’이 역사적인 가치가 큰 유물로 평가하고 있으며, 향후 연구를 통해 좀 더 상세히 밝혀질 것으로 전망했다.
◇ 글로벌 게임 회사가 국외 반출 한국 문화재 환수 사업에 적극적인 이유
문화재청에 따르면 ‘백자이동궁명사각호’와 ‘중화궁인’ 조선 왕실 유물 두 점은 3월 미국 뉴욕 경매에 출품된 것을 국외 소재 문화재재단이 발견해 라이엇 게임즈에서 후원한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 기금’을 활용해 매입한 것이다.
정재숙 문화재청 청장은 "라이엇 게임즈의 큰 기부로 우리 문화재를 한국으로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며 "문화재청은 국외에서 떠도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는 사업을 진행하는데, 라이엇 게임즈가 문화재 환수 사업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만세!’"라고 말했다.
박준규 라이엇 게임즈 대표는 "높은 가치와 희소성을 지닌 조선 왕실 유물을 두 점이나 환수에 성공해 매우 뿌듯하다"며 "2019년 벌써 세 점의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하는 등 라이엇 게임즈의 문화재 보호·지원 활동이 가속도를 내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팬들의 댓글을 살펴보면 게임 팬들이 문화재 환수에 동참하고 있다는 인식을 엿볼수 있다"며 "더 많은 게임 팬들에게 문화재 환수 사업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라고 전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가 한국 문화 유산 보호에 힘을 쏟는 이유는 ‘게임은 문화'라는 인식 때문이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홍보총괄 이사는 "글로벌 서비스에 있어서 그 지역의 문화나 사회에 대한 기여를 중시한다"며 "게임도 문화이기 때문에 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한국 문화 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라이엇 게임즈는 벌써 5점의 우리 문화 유물 환수에 크게 기여했다. 햇수로는 7년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4년 ‘석가삼존도’, 2018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2019년 4월 ‘척암선생문집 책판’ 환수에 이어 19일 ‘백자이동궁명사각호’와 ‘중화궁인’ 등 총 5점의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에 성공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2012년 재단 설립 이후 환수된 국외문화재는 총 23건, 373점이다. 이 중 라이엇 게임즈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총 5건의 문화재 환수를 지원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해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8년간 50억원 이상을 기부해 왔다.
라이엇 게임즈는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뿐만 아니라 서울문묘, 성균관과 주요 서원 3D 정밀 측량, 조선시대 왕실 유물 보존처리 지원, 4대 고궁 보존 관리,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복원 및 종로구 소재 이상의집 새단장 후원 등 한국의 문화 유산 보호를 위해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2017년 외국계 기업 최초로 문화유산보호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회사는 2018년 추가 기부한 8억원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청소년 게임 팬과 함께 하는 문화유적지 탐방 역사 교육 및 무형문화재 지원 사업과 문화유산 분야 인적자원 지원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