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500만 넘으면 요금 인하 가능"…이통사, 저품질 5G에도 '배짱' 여전

입력 2019.06.23 06:00

5G 가입자가 상용화 69일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이 기록에 대해 ‘빠른 속도’라며 치켜세웠다. 반면 5G 품질은 기대에 못 미친다. 잦은 끊김 현상이 발생하는 곳은 물론 5G가 터지는 곳도 예상예로 많지 않다. 인터넷 이용 속도 역시 LTE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불만도 있다. 정부와 이통사업자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여전히 쌓여 있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이정도 품질의 5G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면, 최고 13만원에 달하는 월간 사용료를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망 구축비 등에 사용한 비용 보전을 위해 고가 정책을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배짱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5월 14일 "이통3사는 1년 영업이익의 두배에 육박하는 7조원의 마케팅비를 쓴다"며 "정부는 이통사가 마케팅비 중 최소한의 보조금 이외의 거품을 축소하고, 남은 비용을 요금· 단말기 가격 인하에 쓸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최근 5G 스마트폰 공시지원금을 최대 22만원 낮췄다. KT와 LG유플러스도 동참할 예정이다. 이통사는 그동안 5G 망을 구축하며 동시에 단말기 판매에 따른 지원금·보조금 등 비용을 대거 투입했는데, 차츰 마케팅비를 줄이는 모습이다. 참여연대 주장처럼 앞으로 5G 시장 이슈의 중심에는 ‘월 사용료 인하’ 여부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 직원이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5G 서비스 점검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 개최’ 결과 이통3사의 5G 기지국 개설 신고 총량이 6만1246국, 5G 장치 수 신고 총량이 14만3275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4월 3일 상용화 후 각각 28%, 68%씩 증가했다. 현재 설치된 기지국의 85%쯤은 수도권에 집중 설치됐다. 지방에서는 사실상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5G 커버리지가 확보된 장소에서도 갑작스럽게 신호가 끊기거나 LTE로 전환된다는 보고도 자주 들어온다. 불안정한 5G 통신망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LTE 우선모드’로 고정해 쓰는 사용자가 다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앱이나 인터넷 이용 중 자주 신호가 끊기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와이파이를 이용하던 중 접속이 갑자기 끊기는 문제 때문에 ‘LTE 우선모드’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이통3사는 5G 품질에 대한 고객 불만에도 불구하고 5G 사용료 인하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5G 망설치시 투입한 조단위 투자금 회수를 위해 당분간은 요금 인하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5G 가입자가 빠르게 폭증할 경우 가격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업계 반응도 있다. 이통사는 5G 가입자 증가 추이를 고려해 요금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연내 500만명 이상이 5G에 가입하면 요금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가입자 500만명은 상징적 숫자다. 이통사의 무선 매출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턴어라운드 할 수 있는 규모기도 하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5G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갤럭시S10 5G와 LG전자 V50 씽큐 두 종에 불과하다. 연말에 갤럭시노트10, 갤럭시폴드 등 제품이 나오면 고객의 선택권이 배 이상 늘어난다. 덕분에 5G 500만 시대 개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IT조선 기자와 만나 5G 요금 인하 시기를 묻는 질문에 "아직 5G 서비스 초반이고, 투자 비용 부담이 있어 올해는 (요금 인하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연내 500만 가입자를 달성할 경우 인하 여부를 되묻자 "그때는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요금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통사가 5G 상용화 후 기존 대부분의 고객이 가입한 LTE의 월간 사용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LTE 가입자의 5G로 전환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통사가 LTE 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LTE 요금을 내린 순간 LTE 가입자의 5G 이동은 어려울 수 있다. 전략적으로 5G 요금을 내리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통3사는 LTE 가입자에게 월간 데이터 제공량을 늘릴 수는 있다는 의견을 보인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ARPU가 장기간 하락 추세에 있다"며 "매달 제공하는 데이터량을 늘릴수는 있지만, 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또 "5G 가입자 추이에 따라 LTE 가입자 대상 데이터 혜택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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