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더욱 안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가 외국과 달리 규제 적용을 유예하거나 면제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정부가 조금 더 면밀하게 규제 샌드박스 적용 기업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규제합리화와 소비자보호를 위한 경제법의 새로운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입법조사처와 국회 경제민주화포럼, 한국경제법학회 등이 주최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등은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규제합리화와 소비자보호를 위한 경제법의 새로운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IT조선
국회입법조사처 등은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규제합리화와 소비자보호를 위한 경제법의 새로운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IT조선
이날 토론회에서는 외국과 달리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가 규제 적용을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것으로만 정부 역할이 끝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된 서비스와 제공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도록 돕는 한편 기업 도산과 소비자 피해 발생에 대비한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일반 이용자에게 혁신적 금융 서비스를 제도로서 지원한다는 취지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지난 4월 시행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도입된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된 서비스로 총 32건이다. 이들은 최대 4년 간 금융법상 인허가와 영업행위 규제에 제한받지 않고 운영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된 서비스는 금융 소비자 편의를 도모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6월 12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서비스 중 하나인 페이민트는 기존 신용카드 가맹점 온라인 주문 서비스(O2O) 결제 과정에서 결제대행업체(PG·대표가맹점)가 담당하는 대행·자금 정산 역할을 대신한다.

일각에서는 이들 서비스의 편리함을 인정하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다. 규제 샌드박스 혜택을 받는 기업은 소규모 스타트업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특성 상 이들 기업은 갑작스럽게 도산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내부 전문 인력이 부족해 기존 금융법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상황에서 위반 사례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또한 혁신서비스 지정 기업이 충분한 서비스 운영 경험을 갖추지 못하다보니 소비자 분쟁이나 피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핀테크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테스트 기간 중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진 사례가 있었다. 당시 정부와 사업자는 ‘출구 전략’을 실행해 소비자 피해 없이 테스트를 중단했다.

강현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혁신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다수의 업체들이 영세기업이기 때문에 언제나 도산 위험을 안고 있어 이를 대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2016년부터 금융규제기구(FCA)를 중심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한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해 서비스를 테스트하던 기업이 파산할 경우를 가정한 보호 장치도 마련했지만 한국에는 이런 장치나 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혁신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소비자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대처 방안이나 소비자 보상안을 강제할 방법도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강 변호사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는 구체적인 배상 절차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해당 법과 하위 법에는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사업자는 금융위원회와 상의해 배상방안을 마련하라는 규정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사업자 분쟁처리 및 조정절차 역시 업체가 자율적으로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강 변호사는 금융 샌드박스 개선방안으로 ▲사업자 분쟁처리 및 조정절차 마련 의무 ▲혁신금융 서비스 단계별 보고의무 ▲금융 당국 표준안전조치 및 맞춤형 보호조치 마련 등을 제안했다.

이효경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법 적용 면제해 주는 게 혁신 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이들 기업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 밀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관리감독과 지원을 섬세하게 제공해야만 소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