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3년 만에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낸 기업이 있다.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 융합 플랫폼을 개발하는 그렉터라는 회사다. 토종 소프트웨어(SW) 기업 투비소프트 출신들이 만들었다.

김영신 그렉터 대표는 투비소프트에서 이사로 재직할 때 미래 먹거리를 찾으라는 특명을 받았다. 그렇게 발굴한 것이 바로 데이터허브 기반 AIoT 플랫폼이다. AIoT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합친 말이다. 지능형 사물인터넷으로도 불린다. 2015년 회사가 갑작스럽게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해당 프로젝트는 좌초 위기에 처했다.

김영신 그렉터 대표이사. / 류은주 기자
김영신 그렉터 대표이사. / 류은주 기자
김 대표는 "(해당 기술 개발에 참여한)10명이 넘는 직원들이 함께 나와 새롭게 회사를 만들었다"며 "한국의 기술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부사장,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시스코, 화웨이와 같은 글로벌 기업 출신들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토종 SW가 국내에서 설 자리가 많지 않지만 설령 1등을 하더라도 해외에서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스마트시티는 국가 전략사업이기에 성공하면 해외 시장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와 IoT 구축시 필수적인 엣지게이트웨이 OEM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HPE 장비에 그렉터의 운영체제(OS)가 탑재되므로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그렉터의 수익도 는다.

그렉터는 최근 말레이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기업 IWM그룹과 합작사를 만들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14개 주정 부 중 1곳에서 원격 수검침 사업을 준비 중이다.

◇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 ‘플랫폼'

그렉터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플랫폼을 얼마나 중시하는 지 회사명에서도 드러난다. 그렉터는 그레이트어트렉터(거대중력권)의 줄임말이다. 김 대표는 "행성들이 중력에 의해 흩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처럼 플랫폼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작용한다"며 "행성들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역할은 결국 사람이 할테니 (그렉터의)미션도 플랫폼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있던 회사에서 제품을 만들어도 막상 현장에서 필요없는 경우가 있었다"며 "실제로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데이터를 취합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렉터가 자체 개발한 엘리엇 IoT 플랫폼 ‘엘리엇 엣지’가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자신했다.

엘리엇 엣지는 상이한 통신방식과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IoT 기기들을 손쉽게 연결하고, 기기간 서비스 시나리오와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는 AIoT 네트워크 기술이다. 엘리엇 데이터 허브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및 전달해 분석하고 AI 워크로드를 처리하도록 지원한다. 워크로드란 IT인프라(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등)로 구성돼 있으며, 실행될 수 있는 독립적인 서비스나 코드의 집합이다.

◇ 스마트시티, 맞춤형 서비스에서 답을 찾다

그렉터는 엘리엇 IoT 플랫폼을 앞세워 스마트시티 사업 수주전에 뛰어 들었다. 새로운 기술이다보니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구로구청과 한국전력기술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스마트시티는 시가 하는 모델과 군,구가 하는 모델이 다른데, 이 사실조차 모르는 지자체도 많다"며 "시가 하는 것은 행정에 대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고, 군과 구는 실제 서비스를 대상으로 모델을 만들기 때문에 각 구마다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 각론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렉터 IoT 플랫폼 화면. / 류은주 기자
그렉터 IoT 플랫폼 화면. / 류은주 기자
구로구청과 스마트시티 협력을 맺은 것도 그렉터의 플랫폼이 통합 운영과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납득시킨 덕분이다.

김 대표는 "구로구청 각 국별로 일일이 인터뷰를 해 구로구에 필요한 서비스를 분야별로 정리하고 이를 관리하는 플랫폼을 만든다"며 "시민들도 해당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스마트시티 아카이빙 시스템(SCAS)을 구축했으며, 9월에 처음 선보인다"고 말했다.

SCAS는 구로구청에서 진행 중인 900개 이상의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홈, IoT 관련 프로젝트를 통합 관리한다. 또 방대한 IoT 도시 데이터와 시민 데이터를 축적했으며 주민 참여가 가능하다.

한국전력기술과의 협업 역시 맞춤형 서비스 덕분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한전기술은 지자체가 아닌 작은 마을 단위의 자립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원했다"며 "도시 인프라 관련 기술은 한전기술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그렉터는 이러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규제·보안이슈·진입장벽 등의 과제들도

창업 3년 만에 빠르게 성장했지만, 해결할 숙제들도 많다. 그 중 하나는 보안과 규제다. 데이터를 다루는 사업이다 보니 제3자가 접근할 수 있게 할 때 어디까지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직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IoT와 스마트시티 관련 표준도 아직 정립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플레이어가 지자체, 기업 등 여러명이다 보니 어디까지 정보를 공유해야 하느냐도 현실적인 문제"이라며 "관련 보안 강화 방안과 기술 개발에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엣지 IoT는 바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 함으로써 원천 데이터를 보호한다"며 "아직은 아니지만 양자암호기술 적용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 생각에도 지난 3년간 다행히도 사업이 잘 풀렸다. 하지만 그는 "거저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항상 기회를 찾아 헤맨다"고 말했다.

김영신 그렉터 대표이사. / 류은주 기자
김영신 그렉터 대표이사. / 류은주 기자
김 대표는 진입장벽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해외는 여러 업체가 협업하는 환경이 잘 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기업과 할 때 역할이 정해져 있다"며 "정부도 스타트업을 키우겠다지만 결국 사업을 발주할 때 대기업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스마트시티 사업자를 보면 거의 통신사를 끼고 하며, 결국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스타트업은 하청을 하거나 기술을 넘겨야 한다"며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서 SW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지금 하는 행태는 ‘유리로 된 밭을 제공하면서 씨를 뿌리고, 빨리 자라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아직은 비록 척박한 환경이지만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그는 AIoT 플랫폼의 잠재력을 신뢰했다. 흩어져 있는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통합해 운영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그냥 편하게 쓰레기 처리, CCTC 관리 등 각각 하나의 서비스만 만들어 파는 것이 훨씬 설명하기도 좋고, 팔기도 쉽다"며 "하지만 향후 스마트시티가 활성화 하면 ‘운영'에 대한 고민과 수요가 분명히 생겨날 것이기에 관련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렉터는 스마트시티 ‘운영'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 등 스마트시티 플랫폼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까지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