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뜬금없는 정부의 4차산업혁명 성과 쥐어짜기

입력 2019.07.02 11:42

인공지능(AI) 스피커 400만대, 세계 최초의 5G 가입자 100만명 돌파, 스마트공장 7903개 구축,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가입 수 33.2% 증가, 인터넷 전문은행 가입자 993만명. 정부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지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1일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 발표, 그후 4차 산업혁명 어떻게 되고 있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17년 11월 수립·발표한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I-KOREA 4.0)’과 관련해 그간의 추진상황을 국민과 기업이 알기 쉽고 관심 있을 만한 지표로 선정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대응계획 수립 1주년 혹은 2주년처럼 의미있는 날을 맞이한 것도 아닌데 뜬금없이 추진상황을 발표한 배경에 궁금증을 품을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에 문의해보니 "성과 발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누구의 지시가 아니라 실무진 차원에서 내용을 분석해 발표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2018년 3월 실시한 조사결과와 비교하기 위해 1년 뒤인 2019년 3월 조사를 마무리해 7월 발표했다는 것이다.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지표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나빠졌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오직 좋아진 수치만 잔뜩 있다. 객관적인 현주소를 보여주겠다는 의도 보다는 그럴듯한 수치를 내놓으며 성과를 자랑하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업이 막대한 마케팅비를 투입해 이룬 가입자 증가와 전자기기 판매 대수 증가 등이 마치 정부 주도하에 달성한 성과처럼 나열됐다.

중간 점검을 위한 성적표라면 계획 발표 단계부터 ‘지수’를 먼저 제시한 후 평가를 했어야 한다. 지금처럼 잘한 것만 뽑아 성적표를 만든 것은 한참 잘못됐다. 아무리 찾아봐도 부정적이었던 결과는 보이지가 않는다. 성적표에 ‘수'가 찍히든 아니면 ‘가’가 찍히든 모든 결과를 공평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과기정통부 말처럼 모든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됐을까? 1조원대 예산을 투입한 지능형 전력 계량기(AMI) 구축 사업을 보면, 정부는 2022년까지 일반주택에 AMI를 100% 보급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680만호 보급에 그쳤고, 공급한 한국전력의 AMI는 일반 IoT 가전기와 연동되지 않은 구형 기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5G 100만 가입자 돌파 역시 칭찬만 하기에 찝찝하다. 5G 서비스를 원하는 순수한 가입이라기보다는 막대한 공시지원금 살포에 따른 가입자 증가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LTE 스마트폰보다 훨씬 싼 5G 스마트폰을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한 경우가 많았다. 제대로 터지지도 않는 5G 제품을 쓰다보니 여기저기서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온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소기의 성과도 있다. 하지만 국민과 기업은 칭찬 일색으로 포장한 발표보다 실질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원한다. 기업은 규제 완화를, 소비자는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의 상용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성과를 쥐어짜며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긴 호흡으로 오히려 성과를 내지 못한 계획을 되짚어 봐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4차산업혁명 대응에 온힘을 기울인다는 진정성이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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