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투자자들도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손쉽게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비상장 기업 투자전문회사(BDC) 제도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이를 계기로 벤처투자 시장이 한층 ‘스케일업(Scale up)'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과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기 때문이다.

3일 금융위원회는 늦어도 이달 말 BDC 제도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투자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 제도 내용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7월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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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C란 비상장기업을 전문으로 투자하는 금융회사다. BDC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일단 증권 시장에 상장한 뒤, 이 과정에서 조달한 자금을 비상장 기업과 코넥스 상장기업 등에 투자한다. 코넥스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이다. 정부는 3월 발표한 제2벤처붐 확산 전략 일환으로 BDC 설립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비상장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많다. 비상장 기업은 상장 기업과 달리 정보가 공개되지도 않는데다가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BDC가 설립되면 우수한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을 BDC가 선별해 일반인에게 투자 포트폴리오처럼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효과가 생긴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게도 BDC제도가 주는 장점이 크다. 은행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운 초기 스타트업도 자본시장에서 민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도 투자가 가능해 지면서 스타트업이나 벤처 회사는 자금 수급이 용이해졌다. 앞서 BDC 제도 논의에서는 운용주체에서 벤처캐피털(VC)이 제외됐다. BDC는 자본시장법에 근거를 두지만, VC는 자본시장법 상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여신 기능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논의 끝에 VC도 법을 개정해 운용 주체로 포함하는 걸로 알려졌다. 최종안에 따르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VC 등이 모두 BDC 운용 주체가 될 전망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BDC 제도 도입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비상장 회사라는 제한이 있어 그 동안 투자를 기피하던 ‘개미' 투자자나 기존 자산운용사 등 민간 투자 자본이 유입되는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투자 주체가 늘면서 벤처투자 시장이 일반에까지 커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VC나 기존 엑셀러레이터 업계를 중심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망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 기존 벤처투자 업계 입장에선 경쟁자가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들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 투자를 두고 VC와 엑셀러레이터 간 투자 경쟁이 종종 벌어진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하고 싶은 업체에는 여러 VC가 한번에 몰려 물밑작업을 한다"며 "서로 투자하겠다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귀뜸했다.

또 BDC 제도 도입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벤처투자 업계에 정부를 포함한 민간 자본 유입 규모가 많아졌기 떄문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정부 스타트업 육성 사업이 자금 지원에만 쏠렸기 때문이다.

엑셀러레이터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유입된 자본금이 상당하다"며 "BDC 처럼 투자자금만 늘리는 제도는 오히려 망하지 않고 살아남는 ‘좀비 기업’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벤처캐피탈협회 측은 "장기적으로 시장이 커지는 효과는 분명하다"면서도 "투자 주체가 지금보다 많아지면서 투자자가 몰리는 특정 기업 가치는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등 각종 제도 보완장치를 현재 협의하는 중이다"라며 "곧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