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인의 디지털경제] 기술이 발전하면 범죄도 발전 : ①암호화폐를 내세운 금융범죄 유형

  •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
    입력 2019.07.05 16:41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블록체인, 암호화폐(가상화폐) 관련 금융범죄와 사기사건이 급격히 증가했다. 해킹이나 디도스 공격이 이뤄진 후 그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한다. 집계조차 되지 않은 피해자가 상당하며, 피해는 계속 이어진다.

    규제당국이 암호화폐 산업을 백안시하고 거래소에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유도 이러한 금융범죄 탓이다. 이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사칭한 사기 유형을 몇 가지로 구분해 총 4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1. 단순 투자 대행

    2017년 제일 처음 등장한 사기기법인 단순 투자대행 방식은 암호화폐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 대상이다. 범죄자들은 주식이나 부동산 거래와 달리 암호화폐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만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노렸다.

    이들은 거래소 가입과 송금 등 절차가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밤낮없이 올라가는 비트코인 수익률을 보여준 뒤 비트코인 투자를 대행해준다고 접근해 현금 입금을 요구했다. 어느 정도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낸 뒤 이들은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고 잠적한다.

    2. 사기성 ICO

    이후 등장한 사기 방식은 ‘제2 비트코인’이 될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투자를 권유하는 사기성 암호화폐 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다. 사업 성패와 상관없이 ICO 때 싼 값에 사서 거래소에 해당 코인이 상장되면 투자금의 수십, 수백 배에 팔 수 있다는 투자심리를 악용한다.

    ICO는 주식 상장을 통한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보다 업력이나 자본금이 취약한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만으로도 투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IPO와 달리 ICO는 투자자에 대한 법적 책임이나 보호 장치가 없다. 해당 프로젝트가 실패하거나 투자금 유용이 이뤄져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

    범죄자들은 이 같은 맹점을 악용한다. 처음부터 관련 기술이나 사업성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에 그럴싸한 백서를 베껴 프로젝트 이름과 사업모델만 내세워 ICO를 기획한다.

    문제는 범죄자들이 내세운 프로젝트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들 범죄자들이 내세운 프로젝트는 이미 유사한 다른 프로젝트가 존재하거나, 법 규제 때문에 현실화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백서에 소개된 기술팀이나 자문 전문가는 유명 인사 사진을 무단 도용했거나 아예 가상의 인물인 경우도 있다.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까지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기 유형이 바로 이 방식이었다.

    사업내용 자체가 황당하고 수익이 나기 어려운 방식임에도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이유는 백서에 소개된 블록체인 기술과 사업모형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사기 피해자들이 경찰에 사기범을 고발한다 하더라도 은행계좌를 통한 현금입금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피의자 암호화폐 지갑으로 보냈기 때문에 피해 금액 입증이 어렵다는 것도 주요 특징이다.

    경찰도 은행계좌를 보여주며 입금된 바가 없다고 우기는 피의자 진술을 반박할 만큼 기술적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워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

    3. 거래소 과실로 인한 피해를 자체 코인으로 보상하는 거래소

    세계적으로 ICO 규제가 강화된 후인 2018년 하반기부터는 거래소가 암호화폐 피해자를 양산하는 새로운 창구가 됐다. 거래소에서 발생한 해킹피해와 내부자에 의한 도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자체 발행 코인으로 대체하는 거래소가 늘어나면서 부터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018년 7월 10일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과한 거래소는 12곳이다. 이 외에 신생거래소는 거래소 운영방식과 암호화폐 보관·관리 시스템을 검증받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를 자체 발행 코인으로 대체한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피해를 입은 뒤 이를 동일한 암호화폐나 시세로 보상을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자체 발행 코인으로 대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외부 거래소에서 비슷한 가격에 매매가 가능해 가치가 유지된다. 하지만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코인은 해당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매매가 불가능하다. 시세도 제대로 유지가 안된다. 즉, 자체 보상 코인으로 보상을 받을 경우, 이는 제2의 피해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거래소 자본금 수천 배에 해당하는 코인을 직접 발행해서 피해금 대신 나눠주는 곳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거래소가 당했다고 주장하는 해킹 피해 역시 사전에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입증이 까다롭고 어려워 피해자들의 구제에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

    ※ 또 다른 사기 유형은 2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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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은 연세대에서 학사와 문학 석사를,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자율규제위원회 규제위원·자문위원을 맡아 거래소 자격심사,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관한 정책대응 및 교육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