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지난 3일 자사 지포스 GPU의 신제품인 ‘지포스 RTX 슈퍼(SUPER)’ 시리즈를 선보였다. 엔비디아의 주요 파트너사들도 지포스 RTX 슈퍼 라인업의 그래픽카드 신제품을 일제히 발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5월 말 컴퓨텍스 2019의 개막을 앞두고 RTX 슈퍼 시리즈에 대한 티저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컴퓨텍스 또는 세계 최대 게임쇼 ‘E3’에서 ‘슈퍼 시리즈’를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슈퍼’ 파운더스 에디션(FE) 제품. /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슈퍼’ 파운더스 에디션(FE) 제품. / 엔비디아 제공
기대와 달리 이들 빅 이벤트가 끝나고 한 달이 조금 지난 3일, 엔비디아는 별도의 특별한 이벤트 없이 지포스 RTX 슈퍼시리즈를 발표했다. 시기적으로는 다소 뜬금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보통 가을에 차세대 제품을 발표하던 엔비디아의 기존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군은 ‘지포스 RTX 2060 슈퍼’, ‘지포스 RTX 2070 슈퍼’, ‘지포스 RTX 2080 슈퍼’의 3종으로 구성된다. 각각 기존 2060, 2070, 2080을 대체한다. 가격은 부가세를 제외하고 각각 399달러, 499달러, 699달러부터 시작한다. 기존 제품군의 초기 출고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슈퍼’라는 수식어가 달린 만큼 각각 기존 제품보다 하드웨어 사양 및 성능이 개선됐다. 기존 모델보다 GPU 코어 수와 메모리 용량 등이 조금씩 늘었다. 공식 발표 후 커뮤니티 등에서 공개한 성능 정보에 따르면 모델별로 대략 10%~15% 정도의 성능 향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타깃층인 1440p 해상도(2560x1440, WQHD 해상도)의 게임 환경에서 더욱 안정적이고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엔비디아가 중점적으로 강조했던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딥 러닝 슈퍼샘플링(DLSS)’ 등의 화질 개선 기술의 성능도 좀 더 쓸만해 졌다는 평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포스 RTX 슈퍼 시리즈가 다소 애매한 RTX 라인업의 존재의의를 좀 더 확고히 다지는 제품으로 분석한다. 엔비디아가 강조하는 ‘화질’과 게이머들이 바라는 ‘성능 향상’을 모두 충족함으로써 비로소 차세대 그래픽카드다운 위용을 갖추게 됐다는 것.

초기 RTX 제품군은 ‘화질’에 치중한 나머지 게이머들의 관심사였던 ‘게임 성능’에는 다소 소홀한 편이었다. 특히 이전 세대와 성능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가격은 약 30%나 오르면서 게이머들의 반발을 샀다. 업계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이 향상되어 구매 가치가 오른 이번 RTX 슈퍼 시리즈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다만, 1년여 만에 개선된 제품군을 선보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최상위 모델 ‘지포스 RTX 2080 Ti’의 슈퍼 버전은 선보이지 않았다. 일부에서 기대한 ‘4K 게임 완전 정복’은 다음 세대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한편, 다소 애매한 시기에 신제품을 공개한 것은 7일 출시를 앞둔 경쟁사 AMD의 라데온 RX 5700시리즈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라데온 RX5700 시리즈는 성능과 가격, 포지션 등이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2060, 2070에 맞춰진 제품이다. 한발 앞서 비슷한 가격에 성능이 더 좋은 제품을 미리 공개함으로써 경쟁사의 김을 새게 만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