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한 기술 요소가 우리의 일상에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급속한 기술의 진보와 사회의 변화를 맞닥뜨릴 대학생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연세대학교 IT경영전략학회인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들이 한 학기 동안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요한 기술 요소를 주제로 스터디한 결과물을 소개합니다.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기술의 현재와 고민을 살펴보기 위해 최대한 제출된 원본 그대로를 전달합니다.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는 총 11회가 게재됩니다. [편집자주]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①빅데이터 시대 ‘나는 누구인가’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②자율 주행과 TOR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③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헬스케어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④가짜뉴스를 만드는 AI, 가짜뉴스를 잡는 AI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⑤블록체인,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키를 잡을 수 있을까 '음원시장을 중심으로'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⑥인공위성영상 분석과 정보우위 '경제적 가치와 국가 안전'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⑦나는 인공지능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⑧진정한 무인매장이란 무엇인가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⑨미래 성장을 위한 국내 MaaS 도입 검토의 필요성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⑩AI 데이터 필터링 기반 타겟 광고를 경계해라 '페이스북 사례를 중심으로'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⑪모두가 코딩을 쉽게 할 수 있는 시대

◇ 미래의 헬스케어와 디지털 트윈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피 한 방울로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떤 질병을 몇 퍼센트의 확률로 얻을지, 그리고 언제 죽을지까지 한번에 알아낸다. 또한 신체 데이터 정보를 기반으로 유전자를 변형해 완벽한 아이들을 출산할 수 있게 된다. 완벽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은 복잡한 절차없이 유전자 정보만으로 우주비행사라는 꿈같은 직업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은 1997년에 제작된 영화 ‘가타카’의 내용이다. 영화는 헬스케어 시장이 뛰어나게 발전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에는 영화 속 모든 것이 허무맹랑한 SF요소처럼 보였을 지 모른다. 2019년 현재의 빠른 기술발전을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영화 속 배경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 지 모른다.

현재 헬스케어 시장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이란 물리적 사물을 컴퓨터 속에 가상으로 모델링해 관찰,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사물의 특성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은 싱가포르의 ‘Virtual Singapore’ 프로젝트와 같은 스마트 시티 분야와 ‘미쓰비시전기’, ‘파나소닉’ 등의 제조업의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를 넘어서, 지금은 많은 해외 기업들이 디지털 트윈과 헬스케어 시장의 접목을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디지털 트윈 기술이 어떻게 헬스케어와 접목될 수 있을까?

◇ 사례 ‘필립스의 가상 신체 구현’

2018년 필립스(Philips)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헬스케어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콘셉트 영상을 발표했다. 필립스는 환자 개인의 신체 정보를 종합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환자(digital patient)’라는 가상 신체를 구현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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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디지털 트윈 콘셉트. / 출처 유튜브
필립스 디지털 트윈 콘셉트. / 출처 유튜브
예를 들어 가상 신체를 구현한 환자는 질병이 발생했을 때, 필립스가 보유한 클라우드 데이터를 활용해 치료를 진행한다. 클라우드 데이터 속에는 수 많은 ‘디지털 환자’들의 가상 신체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의사는 자신의 환자와 가장 유사한 ‘디지털 환자’ 정보를 통해 어떤 치료가 효과적이고, 또 어떤 치료를 피해야하는지 쉽게 파악해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질병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통합적인 데이터 활용을 기반으로 한 치료방법 선택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기존의 치료 방법은 환자의 증상을 부분적으로 판단해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진행했다. 이는 환자의 세밀한 건강 상태와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작은 증상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심부전증과 같이 전조증상이 작은 질병의 경우 올바르게 대처하기 어려웠다.

‘디지털 환자’의 경우 신체 상태와 증상의 작은 부분까지 모두 통합적으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가능하게 해준다. ‘디지털 환자’의 가상 신체를 통해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콩팥 기능 문제, 심장의 크기, 불규칙적인 심박수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심부전증의 진단을 빠르게 내리고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신체 구현은 헬스케어 시장의 빠른 발전을 일으킬 수 있지만 현재의 발전단계는 미비하다. 대부분의 의료 정보가 비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상 신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약 75%라는 많은 비중의 의료 정보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고 구조화되어 있지 않다. 필립스는 컴퓨팅 기술과 데이터 처리 방법의 빠른 발전 속도가 이를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 사례 ‘심앤큐어의 수술 시뮬레이션’

프랑스 회사인 심앤큐어(Sim&Cure)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뇌동맥류(Aneurysms) 수술에 사용하는 상품을 제공한다. 먼저 환자의 뇌동맥류 발생 상태와 주위 혈관을 3D 모델링해 정보를 파악한다. 이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이러한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시스템 스스로 진행해 수술에 적합한 수술 도구와 이식물(Implant) 사이즈 정보를 제공한다.

기존의 뇌동맥류 수술은 동맥류가 발생한 위치를 찾기 어려워 상당히 까다로웠다. 뿐만 아니라, 위치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적절한 크기의 이식물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심앤큐어는 3D 모델링을 통해 뇌동맥류 발생 위치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또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적절한 이식물 크기를 추천한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사람이 고려하지 못하는 부분을 포함해 많은 경우의 수를 짧은 시간 안에 진행한다. 이는 수술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고 정확한 수술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술 성공 확률을 크게 높인다.

◇ 디지털 트윈을 통한 의료 행위의 어두운 면

그렇다면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 가능성을 높여주는 디지털 트윈 기술은 과연 좋은 것일까? 이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던 영화 ‘가타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신체 데이터는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며 학교에 들어갈 때, 취직할 때 평가 항목으로 이용된다. 상류층은 열성 유전자에 대한 차별을 피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한 완벽한 아이를 출생하고 기득권을 유지한다. 유전자 조작을 하지 못하는 빈곤층은 평생 그들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어두운 측면 또한 영화에 나타난다.

가상 신체를 구현하고 데이터를 통해 질병을 예측한다는 것은 디지털 트윈 기술의 밝은 면이다. 그러나 개인의 신체 정보가 데이터화 되어 저장되기 때문에 악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입학과 취직 등 개인의 능력을 기반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신체 데이터가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 해킹을 통해 신체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개인의 신체 정보는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의 가치가 높으며 유출됐을 때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다음으로는 고급화된 의료 기술로 인한 사회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기술이 발전된다 하더라도 초기의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는 고비용일 것이다. 의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부유층은 기술의 덕으로 삶이 질이 빠르게 향상하겠지만, 빈곤층은 더욱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병원들은 수익성을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다. 기존의 의료 서비스들을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기술들로 대체할 것이고 이는 의료 비용의 상향편준화를 일으킨다. 이를 통해 빈곤층은 더욱 의료 사각지대로 몰리게 될 것이다.

◇ 앞으로 우리는

기술의 발전을 통한 헬스케어 서비스 향상은 사람들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여기에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논의가 함께 이뤄지지 않는다면, 많은 영화 속에서 보던 미래 사회의 디스토피아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기술의 무조건적 발전을 응원할 것이 아니라, 이를 사회가 감당할 수 있도록 윤리적 사고 발달과 제도적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