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저녁 일본에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말을 아끼며 공항을 빠져 나갔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7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일본행 비행기를 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저녁 9시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대기하던 취재진이 일본 방문 목적 및 이날 낮에 열린 청와대・정부 간담회 참석 여부 등을 질문했으나 이 부회장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IT조선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IT조선 DB
이 부회장이 말을 아낀 데는 이번 사안이 정치적 이슈로 불거졌고 현재 양국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이어서 오해를 막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언론 질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답변을 잘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이 회장의 일본 출장이 관심을 끄는 데는 사안이 불거진지 1주일만에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규제 대상인 해당 반도체 소재부품의 재고 이슈가 발생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재고는 충분히 확보해 놓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지난주 반도체 고객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차질 없이 제품(반도체)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문제가 발생한다면 즉시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출장은 이달 4일 방한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의 자리 직후 이뤄져 손 회장의 조언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도 힘을 받는다. 손정의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 그룹 총수와의 자리 후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 논의가 있었다’고 밝혀, 양국 산업계를 잘 알고 있는 손 회장이 해법을 제시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은 이 부회장은 일본 경제계와 그동안 꾸준한 교류를 이어왔다. 삼성 대표 수익원인 반도체 부문에서 오랜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일본 소재부품업계와도 관계가 좋았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3차례 이상 일본을 찾았다. 당시에는 NTT도코모, KDDI 등을 만나 5G 장비, 전장사업 등을 논의했다. 이번 방문에서도 반도체 소재부품 협력사 방문과 이들 통신사를 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측은 방문처, 출장 일정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