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블록체인과 핀테크] 모빌리티 플랫폼…혁신 위해 세금 강요되는 사회는 온당한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
    입력 2019.07.08 10:02 | 수정 2019.07.08 10:04

    정부가 ‘타다’를 비롯한 모빌리티(이동) 플랫폼 기업 관리 대책을 곧 발표할 전망이다.

    골자는 ▲신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운송사업자 지위를 부여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 여객 운송사업에 참여하려면 운행 대수만큼 기존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거나 임대 ▲여객운송사업 면허 총량제 신설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국토부는 스타트업 재정 상황을 고려, 면허 대여 비용 하한을 월 40만원쯤으로 정하고 대수에 따라 탄력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테니, 스타트업의 사업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타다’와 ‘쏘카’ 등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은 먼저 서비스 합법화로의 길이 열린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편으로는 택시면허 매입·임대 비용 부담이 크고, 면허 총량제가 결국 사업 확장을 막는 규제로 작동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낸다고 한다.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는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특별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 규제를 개혁해 달라’는 요구를 저리 당당하게 하지 못할 것이다.

    사업을 하고는 싶은데, 기존 경쟁자들이 지불하고 있는 비용은 내기 싫다는 요구를 이토록 당당하게 할 수 있다니!

    얼마 전 금융감독원 회의에서 모 변호사가 ‘블록체인 업계에 한해 개인정보보호법을 풀어줄 수 있는 특별법을 추진하자’고 이야기해 경악한 적이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는 숫제 더하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특혜를 요구할 수 있는 사회의 분위기를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규제는 혁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룰’을 제시하고 ‘사회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다.

    가장 기본적인 규제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규제는 우리의 이익을 옹호해야 하고, 그에 반하는 규제는 적폐로 몰아라’라고 외치는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의 역량에 새삼 감탄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 우리 사회는 거부할 수 없는 혁신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혁신’을 주도하는 이들은 늘 당연하다는듯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속에 ‘정부 규제에 막혀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는 모순 또한 당연하다는듯 이야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혁신의 물결을 거부할 수 없지만, 정부 규제에 막혀 혁신을 이룰 수 없다? 언어도단이다. 논리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정부가 거부할 수 없는 혁신을 거부하는 신이거나 둘 중 하나다.

    진정한 혁신이란, 충분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사회적 공감대까지 형성, 사회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부득이하게 규제를 바꾸게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규제가 바뀌어야만 실현될 수 있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정책이라 불러야 한다.

    정부 규제가 바뀌어야만 혁신할 수 있다고 외치는 한국의 이른바 ‘혁신 기업’을 보고 있자니, 이들의 역량은 고작 정부 주도의 관치혁신 정도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게 아니라면, 이들은 진정한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에 주장을 강요하는 것이다. 자신의 사업이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증명하려면, 그 힘으로 사회를 바꿔 정부가 규제 개혁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토부가 현재 검토중인 모빌리티 플랫폼 관리 대책, 즉 ‘스타트업 재정 상황을 고려해 면허 대여 비용 하한을 월 40만원쯤으로 정하고 대수에 따라 탄력 운용하는 방안’ 또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말하는 거부할 수 없는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스타트업들의 재정상황까지 고려해주고, 나아가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거부할 수 없는 혁신을 돕기 위해 세금을 지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규제는 혁신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국토부는 국토의 체계적인 개발과 보존, 교통물류체계 구축 등의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 통상 및 자원과 관련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 국토부가 고민하고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 진흥은 국토부가 아닌 산자부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국토부는 오히려 기존 면허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불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로부터 기존 사업자를 보호해야 한다. 산업 내 형평성 있는 경쟁을 보장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계속 강조한다. 혁신이란 여론몰이를 통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기존의 산업을 죽이고 자신들이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규제가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사회적 변혁을 일으키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입니다. 현재는 중소기업 분석 전문 우베멘토의 리서치 자문과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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