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엔비디아에 맞불···그래픽카드 '가격 인하'로 응수

입력 2019.07.08 18:50 | 수정 2019.07.09 09:58

새로운 그래픽카드를 출시한 AMD가 ‘RTX 슈퍼’ 시리즈로 견제에 나선 엔비디아를 상대로 ‘출시 가격 인하’ 카드를 꺼냈다. 엔비디아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파고들며 시장 뒤집기에 나선다.

AMD는 8일 3세대 라이젠(RYZEN) 프로세서 제품군과 ‘라데온 RX 570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정식으로 출시하고 국내 판매 가격을 공개했다. 그중 라데온 RX 5700시리즈는 출시 직전 가격을 대폭 인하해 관심을 끈다.


AMD 라데온 RX 5700XT 그래픽카드. / AMD 제공
AMD 라데온 RX 5700 XT와 RX 5700은 각각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2070 및 2060을 노리고 선보인 차세대 게이밍 그래픽카드다. 2070 및 2060과 비슷하거나 일부 앞서는 게임 성능에 초기 출시 가격을 좀 더 저렴하게 책정, 소위 ‘가성비’에서 장점을 갖춘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엔비디아는 5월 말 티저 영상만 공개하고 소문만 무성하던 ‘RTX 슈퍼’ 시리즈를 3일 전격 발표했다. 기존 RTX시리즈의 출시 가격을 유지하면서 일부 사양을 업그레이드해 평균 성능을 10%~15%가량 높였다. 성능에 비해 비싸다는 평을 듣던 지포스 RTX 시리즈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사의 라데온 RX 5700시리즈를 미리 견제한다는 두 가지 의도가 담겼다.

AMD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라데온 RX 5700시리즈의 가격을 출시 직전 30달러~50달러 인하했다. 당초 RX 5700XT와 RX 5700의 가격은 각각 59만8000원과 50만9800원(이상 VAT 포함)이었다. 하지만 공식 출시를 하루 앞두고 가격인하를 단행, 각각 53만9000원과 47만2000원으로 조정됐다.

오히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엔비디아다. 비슷한 가격에 더 좋은 성능을 제공해 소비자들의 이탈을 막으려던 전략이 AMD의 대담한 가격 인하로 오히려 악수가 됐다. 특히 엔비디아의 새로운 주력 모델인 ‘지포스 RTX 2060 슈퍼’가 졸지에 상위 라인업인 지포스 RTX 2070급 성능의 라데온 RX 5700XT와 같은 가격(399달러, VAT 제외)에서 경쟁하게 된 것.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시리즈는 지난해 9월 처음 출시 때부터 가격 대비 성능이 이전 세대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게임 성능은 큰 차이가 없으면서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딥 러닝 슈퍼샘플링’ 등 첨단 신기술을 대거 탑재해 가격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메인스트림 급 제품 격인 RTX 2060을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 것도 ‘가성비’를 높여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그 뒤를 잇는 RTX 2060 슈퍼에 대한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AMD는 엔비디아가 가장 민감한 ‘가격’으로 파고들었다. 같은 가격이라면 RTX 2060 슈퍼보다 한 수 위 성능을 제공하는 라데온 RX 5700XT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RTX 2060 슈퍼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다시금 라데온 RX 5700XT를 검토하기 시작할 정도다.

정식 출시 직전 AMD 라데온 RX 5700시리즈의 시작 가격. 7일 정식 출시 직전 가격을 30달러~50달러 인하했다. / AMD 제공
AMD의 최대 목표는 시장 점유율 확대다. 지난 수년 동안 ‘라이젠’ CPU에 주력하면서 그래픽카드 시장은 방치되어 왔다. 시장조사기관 존 페디 리서치(JPR)에 따르면 AMD 그래픽카드 점유율은 2017년 4분기 33.7%에서 지난해 4분기 18.8%로 더 떨어졌다. 라이젠 CPU가 출시 초기 성능보다는 점유율 및 인지도 부족으로 고생한 것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20%대 점유율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추가 가격 인하도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나왔다.

엔비디아는 추가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 각종 최신 기술을 적용한 지포스 RTX 20시리즈는 그만큼 GPU 크기가 커지고 구조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는 고스란히 제조원가 상승 및 제품 가격으로 작용했다. 지포스 RTX 20시리즈의 초기 판매가 신통찮았던 이유도 가격 때문이지만, 적잖은 투자를 한 엔비디아로서는 가격을 더는 내리기 쉽지 않다.

게다가 7나노미터(㎚) 제조 공정을 도입한 AMD와 달리 12㎚ 공정에 머물러 있는 엔비디아는 제조원가 경쟁에서 더욱 불리한 상황이다. 구조가 단순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복잡한 구조의 GPU는 공정 전환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는 4월 미국에서 열린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행사에서 "올해 안에 7㎚ GPU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차세대 GPU는 삼성전자의 7㎚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할 예정이지만 빨라도 내년 초에나 선보일 전망이다.

결국 엔비디아의 견제에 AMD가 통렬한 반격을 날려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 됐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중요한 메인스트림 급 그래픽카드 시장을 AMD에 내어 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어느 쪽이든 잃을 게 적은 AMD보다 엔비디아에 더 손해다.


키워드